산골통신

[산골통신] 아영

산골통신 2006. 9. 27. 20:16

인월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자그마한 시외버스역에서 이 버스 저 버스 기웃거리며

목적지에 맞는 버스를 찾는다.

 

대합실에서 멍하니 앉아서 기다리는 것을 못 하는 성질머리라

시간이 좀 걸려도 돌아서 가는 버스를 타는 것이 낫다 싶은

희한한 심사로...

 

헌데 찾던 버스가 한시간 여 뒤에 떠난다는 말을 듣고

고만 함양가면 다른차 많다고 덥석 함양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붙잡아 타버렸다.

 

잘 한 것일까?

희한한 시골길로 접어든다.

골짝골짝 덜컹덜컹~ 기우뚱 휘청~ 이거이 포장도로 맞어???

왜 자꾸 산속으로 들어가는겨???

 

거기다 가다말고 버스가 한차례 시동이 꺼져버린다.

기사왈~ 제가 이 차를 처음 몰아봐여~

헉?

이짝 길로도 처음 가봐여~~

허거걱???

 

버스가 떠나가라 틀어놓은 노래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없는? 짬뽕 뽕짝이다.

산골짝 마을마다 다 서고

사람들이 서라 하면 다 서서 태워주고

암데나 내려달라  하면 다 내려주고~

아무래도 이 선녀가 뭘 모르고 세월아 네월아 가는 차를 탄 모냥이다.

 

머 그래도 함양간다 하니 가긴 가겠지~ 싶은 생각에

창밖 경치에 넋을 놓는다.

 

와...

골짝 골짝 드문드문 나타나는 마을 모습이며...

들녘모습이며...

좁은 찻길 양쪽에 벗꽃가로수길하며...

길옆 계곡하며...

 

이런 곳도 울 나라에 있었구나...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네...

 

이 동네는 봄에 희한하겠구마...

봄에 꼭 와야지.

그때도 이 버스 한번 타봐야지. 미친척하고~

 

휘청휘청거리는 버스를 타고 어쨌든 함양까정 와보이

원하는 차가 바로 있다. 에라~ 잘 되얐다. 하고 집어타버렸지.

 

덕분에 집까정 버스 두 번 타면 올 수 있는 거리를...

버스를 5번인가?  갈아 타고 왔다.

시간은 덜 걸렸으나~

정거장이란 정거장은 다 들렀다 온것 같은...

 

한번은 한참 퍼자고 있는데... 뭐가 조용해...

눈을 번쩍 떠보이~ 세상에 깜깜하고 선녀밖에 없어?

잠시 후 앞에서 뭔 사람 기척소리가 나길래~

청소하는 아지매여??

헉?

여그가 어디라여???

버스 종점이여???

기사 아저씬 오데갔으???

아놔~~ 말이나 해주고 그러시지이~ 놀랬자노...

 

한참 이 사태가 어찌된 사태인지를 알아보이~

경유 정거장이었던 것~~ 손님은 선녀 하나뿐!!!

차고에 들어가 청소하고~ 또 손님 태우고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한다.

 

에휴...

다시 퍼질러 앉아 자버렸다.

 

앞으로도 몇년간을 더 오가야만 하는 길이어서

몇가지 방법으로 코스를 개발을 해놓았다.

그중 그때 그때 맘에 드는 코스로 댕기야지...

 

트럭 끌고 댕기면 편한 줄은 내 아는데

재미가 없다.

사람 피곤하기만 하고...  여유가 없고~

그래서 관뒀다.

 

이번 길에 인월에서 함양가는 길목에 있는

아영이라는 산골짝 길을 하나 알아서 참 기분좋드라~~

만약 운전을 하고 댕겼으면 이 길 못 알아봤을꺼 아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