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호두를 땄어~

산골통신 2006. 9. 22. 10:01
올해 호두는 망했지.
달리긴 참 열심히 달려갖고 저모냥이 머냐구우.

한달 내리 비가 퍼부어 그랬나?
그때부터 잎이 마르고 떨어지고 호두알들이 시꺼매지더라구.

급기야 세 그루 중 한 그루는 시들시들...
건질 것도 없이 되어버렸네.

나머지 한 그루는 잘 여물었는데
나머지 또 한 그루는 아직 덜 여물었댜...

올해도 다람쥐란 넘 쳐들어오기 전에 언넝 따야는데.
아직 딴집꺼 털고 있는지 울집엔 안 뵈드라구.

이웃 오라비한테 부탁해서 좀 털어달라했지.
아무래도 나무를 타야하나까
할매가 그 연세에 올라가시긴 그렇고....
또 이 선녀가 올라갔다간 나무가 뿌러지든 내 다리가 뿌러지던 양단간 먼 일 난당께.

긴 오죽장대로 후려치면 후다다다~ 따다다다~
떨어진다.
담장 밖 길이 약간 내리막이라 헌 천막을 주욱 깔아 막았다.
호두알 떼굴떼굴 떽데굴 굴러가면 저 아래~ 빈 집까정 간단 말여.
거기까정 가면 못 줏으러 가아~ 그기 뱀 많단말여...

무차별로 떨어지는 호두알에 안 맞으려고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하면서 들통에 호두알을 까 담는다.
호두알은 장갑끼고 만져야 해. 안 그랬다간 손 시꺼매지지.. 한 며칠간~ ㅎㅎㅎ
첨엔 멋모르고 맨손으로 깠다가 시껍했으~

들통 몇개 갖다놓고 줍는데. 올해는 호두가 별루다.
알도 자잘하고...

한참 줍고 털고 있는데 어! 쟤봐라~ 다람쥐다.
어서 소식듣고 왔니? 니 식량 인간들이 다 털어간다고???

땔나무틈으로 쏙 들어가버린다. 에그~ 그려... 니도 겨울식량 준비혀라...
이제 마지막이여... 봐주께!

바깥 길에서는 대충 줍고 안으로 들어와서 풀섶을 뒤지며 줍는데
꼬맹이 따라온다.
이넘도 장갑끼고 제법 도와준다고 따라댕기는데...
일머리를 알아서 잘 하기도 한다.
한참을 줍고 있는데 이넘 비명을 지르고 운다.

"머냐? 어이? 뭐야? 호두알에 맞았어? 조심하지~~"

"아니야... 뭐가 물었어... 으앙.."

가만보이... 쐐기다. 쐐기한테 쏘였다.
아까 아침에도 할매 쏘이셔서 한참 괴로와하시던데...
이그... 그거 한참 아파야 한다.
징그럽게 아픈넘인데...
이넘 어디있니?
잎을 뒤져보이 세 마리가 옹기종기 호두잎 뒤편에 붙어있다.
고만 잎을 따서 밟아뭉개버렸다.
내 딴 벌레들은 봐줘도 쐐기는 미워죽갔드라구...
엥가이 아파야지.

꼬맹이는 덕분에 엉엉 울면서 집으로 가버렸다.
쐐기 나쁜넘 다 죽여버릴꺼야~ 씩씩대면서...

전에 전에 큰넘이 꼬맹이만했을때...
살구나무옆에서 쐐기한테 쏘였더랬지.
그 뒤로 그넘 살구나무를 넘 미워라 해서 근처도 안 갔더라지? ㅎㅎㅎ

호두를 들통에 다 줏어담아도 두통밖에 안 된다.
또 한나무 털면 좀 더 될라나...
올해는 이정도로 족해야지 별 수 없다.

나머지 나무는 내일 오라비하고 또 털어야지.
해가 저물어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이제 소 밥주고 닭 밥주고 저녁챙겨무야지.
오늘 하루 길었다.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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