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어흥~ 비얌이닷!

산골통신 2006. 9. 20. 13:03
이넘! 너 며칠전에 잡다가 놓친 넘이 분명혀.
너 또 왔니? 왜 왔니?
니 사는 데루 가지~ 여그 니 먹을거 많니?
울집 천정에 뛰댕기는 쥐 잡아묵을래?

며칠 전 일 마치고 집마당에 들어서다가
아랫채 봉당에서 꽃밭으로 스르르~~~ 기가는 넘을 발견
기겁하야 낫찾으러 간 사이에 놓쳤지비...
이넘! 너 주거따... 꽃밭에 무성히 난 풀들을 다 잡아뽑고 난리를 주기다가
결국엔 놓쳤는데...

그넘 맞어~ 색깔도 길이도... 잽싼 것도~
머 사람 보고 도망 안 가는거이 독사라카던데
너는 독사 아니냐?
허지만 너 그래도 뱀 족속아니겄냐?  안되야~
니네 동네 가서 살어...

오늘 한바탕 소똥을 쳐무지다가 에고 힘들어...
막 힘에 부친다. 열댓 구루마 해제끼다가 좀 쉬었다가... 또 하는데...
이거 너무 많다.
트렉터로 하면 모를까~ 쇠스랑갖고만 하기엔 역부족이여...
쉬엄쉬엄 뒀다 또 해야지. 오늘만 날이냐...

한참을 바람결에 땀을 들이다가 내려왔는데...
무심코 아랫채 툇마루에 올라가려고 허리를 굽혔는데...
헉! 이기 머냐???
엄마야~~~~~~~~~ 비얌이닷!
발옆으로 스르르~~~ 쏜살같이 내빼는 넘!
그때 그넘이닷!
너무 놀래 숨을 못 쉬겠드라~~~

아궁이옆으로 도망간다.
그려~ 너 주거써! 그곳엔 탈출구가 없단말씨~
고기 고대로 있어라~~~

잽싸게 낫을 찾아 집어들고 수색전을 펼친다.
어딧냐?
쌓아두었던 잡동사니를 치우니
꼬리가 보인다~ 슬쩍 빠져나간다.
이넘! 판자밑으로 기들어가면 못 찾을 줄 알았니?
발로 판자를 쾅쾅! 밟아제꼈다.
차라리 내 발에 죽어라...

판자밑에 틈이 있었던지 이넘 빠져나온다.
쇠파이프 사이로 들어간다.
오냐! 너 안 나간다 이거지?
집밖으로 나가면 살려둘라 캤는디...

낫으로 쇠파이프를 살짝 들어본다.
그 곳에 웅크리고 있는 넘..
살짝 불쌍해진다.
이걸 죽여 말어?

울 식구들 안전을 위해서는 죽여야 하겠고~
이넘도 한세상 살려고 나온 넘인데  무참히 죽일 수도 없고...
걍 도망을 가면 살려둘까 했는데
이넘이 곧 죽어도 구석에서 안 나온다.
어카지? 한참을 머릿속에서 맘속에서 쌈쌈을 하다가...

결국엔 혼자 못하고 할매까정 오시게 해서 같이 잡아죽여 멀리 내다버렸다.
이젠 안심을 해야 하는건가?
후우... 착잡하다.

지나가는 동네 아지매가 말하길 너불띠기라고 꽃뱀이라카는 넘이라 카는데...
사람은 안 문다카는데...  그래도 뉘 아냐...
길기도 억수로 길고~ 크기도 징하게 크고...
또 사람 사는 집구석에 그런 넘이 댕기면 안 되지이...
아무리 그캐도 갸도 뱀 아니겄어...

그 날름거리는 혓바닥하며...
기댕기는 모습을 보이 아무 생각 안 들고
일단 잡아죽여야 하겠다는~ 막! 원시적인 본능만 살아숨쉬더라...

할매는 집안팍에 이런저런 꽃들을 없애라시는데...
그래서 자꾸 긴것(할매는 뱀을 징그럽다고 꼭 긴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낀다고...
꽃밭을 다 없애라신다.

에구... 꽃밭 가꾸는 재미에 이 산골 사는디...
비얌 무서버 다 없애라고요오~~

이너무 동네 왜 이렇게 비얌이 많은고얏!
울집앞에  다 허물어져 헛간만 간신히 남아있는 집하나 있는데
이곳 돌담이 뱀소굴이다~ 이곳엔 독사천지다.
봄 모내기철에 그 집앞을 지나가려면  똬리튼 독사 한마리 길을 막고 있어
꼭 기쌈을 한번씩 한 다음에 지나가야했다.
에구~ 삼시랑아...

내는 비얌 싫여... 죽어도 싫여...
같이 몬살어~~~

소똥치고 오다가 힘들어 죽갔는데
졸지에 비얌 잡는다고 설쳐대다가~
힘든지 만지~ 홀라당 정신 나갔다가~
그냥 멍청히 앉아있다.

이 산골짝에선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벱이 엄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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