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비뿌리는 가을

산골통신 2006. 9. 18. 10:00
오락가락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있다.
이 동네엔 태풍이  조용히 지나간듯 싶다. 다행이다.
다른 지역에 피해가 없기를... 빈다.

이웃 논에 나락이 조금 쓰러진 것 외엔 눈에 띄는 피해는 없어보인다.
나락이 쓰러지면 좀 귀찮다.
한쪽 방향으로 누우면 그럭저럭 콤바인이 알아서 일으켜세워 베면 되는데
이짝 저짝으로 미친듯이 드러누워 배째라~ 이카면 참 어쩌냐~ 줘패지도 몬하고.
그런건 일일이 일으켜 세워 묶어줘야 한다.
또 콤바인이 논에 들어가기 전에 풀러줘야 하고. 일이 곱쟁이로 늘어나는 거지 머...

벼베기 전 태풍이 얌전히만 지나가기를 가심 쓸어내리며 지켜봐야 할 뿐
머 다른 일은 할 거이 없다.
지나간 다음엔 논에 물을 빼줘야 하겠고. 그래야 논이 마르면서 벼를 벨 수가 있지비.

가을비가 내리면서 나뭇잎들 풀잎들 색이 달라진다. 참말로 희한하다.
풀들은 정신없이 씨앗을 맺으면서 사그라들고. 어찌보면 참 처절하다.

동네 감들이 붉어진다. 벌레먹은 넘들은 막 떨어지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감나무가 천덕꾸러기된지 오래다.

맨드라미가 한참 많이 피어있다.
몇년 전에 이웃 돌담가에 한 포기가 피어있었는데. 얘도 어디서 이사왔는지 잘 모르겠는데...
이듬해 보이 몇 포기가 돌담가에 좌라락~~ 사이좋게 자라고 있드라.
몇년 지난 지금에 보이... 돌담 가득히 맨드라미요~
담장가 그 틈바구니 마다 맨드라미드라...
아무도 일삼아 뽑아내지 않고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아 살아남은듯 싶드라.

이런 날 옷 하나 더 걸치고 모자 하나 쓰고 산엘 가고 싶다.
분홍 별닮은 고마리가 피어있는 산도랑을 지나
패랭이가 막바지 꽃을 피우는 산길을 지나
취꽃이 하얗게 피고지는 숲길을 지나 
하얀 토끼털이 가시덤불에 여기저기 걸려있는 칡덩굴섶을 지나
솔잎이 소복이 쌓여있는 솔숲을 지나
다람쥐들이 겨울채비 바쁜 참나무숲을 지나
한참 걷고 오고 싶다.

아~ 잊지말고 낫을 갖고 가야 해. 비얌이 슬금슬금 돌아댕기거든.

비가 하염없이 뿌린다.
아궁이에 불을 더 넣어야 하겠다. 새벽에 좀 추웠어.

비가 그쳐야 땔나무를 해오지?
이런저런 불쏘시개감으로 쓸 삭정이도 좀 줏어오고.
갈비는 어느 산엘 가야 많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