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쌀이 떨어졌어~ 방아를 찧어야지.

산골통신 2006. 9. 12. 19:00

도시에서 쌀 떨어지면 참 서럽지.

그렇게 눈물 날 수가 없드라구.

딴거 다 있어도 쌀 떨어지면 몽땅 다 떨어진 거 같드라구...

 

오늘 방아를 찧었다.

추석 앞두고 한 번 더 찧기로 하고

그전까지 먹을 쌀이 없어 찧어야 했다.

 

찹쌀이 떨어져 걍 멥쌀로 밥해먹는데 참 사람 입이 간사하지.

넣던 찹쌀 안 넣었다고 밥맛이 다 없냐 그래...

할배께서도 밥맛이 요새 없으시다고... ㅠㅠ

 

나락창고에 가서 나락푸대가 얼마나 있나 봤다. 한나 두이 서이 너이...

미나락 열두 푸대... 그럼 세 가마니...

차나락 다섯 푸대... 그럼 한 가마니 가웃~

 

그럭저럭 마이 묵었네~

그럭저럭 마이 팔아묵었고...

 

사람입으로 들어가는 거이 무시몬한당께...

 

요새 울 얼라들이 밥을 마이 묵나~ 아님 내가 마이 묵나~

막 쌀이 헤푸다.

 

나락푸대를 영차 영차 수레에 싣고 나른다.

나락푸대 들고 옮기는 것도 요령이다. 걍 힘 좋다고 함부로 들었다 놨다 했다가는

허리 망가지기 쉽상이다. 조심해야 한다.

 

차나락 한 푸대 찧고

미나락 두 푸대 찧고...

 

꼬맹이 쫓아와 막 찧어나오는 쌀을  푸대에 퍼담는다.

갸는 일이 하고싶은가부다.

쌀을 줏어먹어본다. 참 고소하다.

미나락보다 차나락이 더 맛이 좋다. 아무렴~ 떡하는 쌀인걸...

 

방아찧으면 나오는 거이 참 많다.

왕겨도 나오고 당가루도 나오고~

마지막엔 돌섞인 이런저런 잡동사니 쌀도 나오고..

해서 그릇도 많이 필요하고 바가지도 많이 있어야 좋다.

 

방금 찧어져 나오는 쌀을 푸대에 옮겨담아 창고로 실어나른다.

조금씩 가져다 묵어야지.

추석때까정 먹어야 하니까.

 

올해는 추석에 햅쌀이 못 나오겠다.

윤달이 끼었어도

 

방아 다 찧고 이런 저런 뒷설거지 하고 소한테 풀주러 올라갔다.

물주고 풀주고...

요새 짚이랑 사료는 안 준다. 풀먹이기도 바뿌다.

소똥은 내일 식전에 또 치워야지... 해거름엔 이렇게 저렇게 바빠서 안 되겠드라구...

 

꼬맹이랑 아카시 줄기가지고 가위바위보를 하며 언덕길을  내려왔다.

이놈이 승부욕이 있나~ 막 대든다.

일부러 져줬다. 너무 좋아하드라...

니가 뭘 낼지 아는데... 차마~ 이겨먹을 수가 있나그래...

 

마당 작은 연못에... 노란 수련이 잎을 닫았다.

분홍수련은 좀 늦게 닫드라...

서서히 서서히... 잎을 닫아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오늘 처음 꽃잎이 열려... 입이 딱! 벌어졌더랬는데...

내일 아침에 또 열리겠지??? 기다린다.

 

하루가 저문다.

서산에 노을 아닌 노을이.. 참 이뿌다.

오늘 찧은 쌀로 밥해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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