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워메~ 살벌하게 춥다!

산골통신 2006. 11. 7. 17:47

머 전국적으로 첫눈이 내렸다고라?

여그는 눈 귀경도 몬했다.

 

바람이 얼매나 춥게 불어쌓던지

얼어죽는줄 알았다.

 

부실한 문이 덜컹거리는 소리에

또 바람이 불량창문 틈새로 불어닥치는 소리에

전설의 고향 무수히 찍고 있는 이 산골...

 

비오기 전에 가을걷이 끝내버린다고 얼매나 설쳤던동

덕분에 논일은 볏짚만 빼고 다 끝났다.

농로를 다 점령하고 나락을 널어부렀다.

경운기든 뭐든 지나가기만 혀봐봐~

 

비가 온다카이 언넝 날 좋을때 나락을 말려야 한다꼬.

수확한 나락을 몽땅 쳐널었다.

그거 한꺼번에 이고지고 널고 떨고 담고 하느라고

팔 뿌러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맘착한 고마운 이웃 오라버니 덕분에 곳간까정 무사히...

들여놓을 수 있었으니...

그 오라버니 세세생생 복받으실껴...

 

할매는 선녀 혼자 트럭으로 져다 나르라고 하셨지만

할매요... 아무리 이 선녀가 상일꾼?이라 카지만도...

저 수십푸대의 나락을 혼자서 싣고 나를 수 있소...

참으소 제발...

늙었던 젊었던 우옜든동 장정?! 한 사람만 어데가서 끌고와서라도 붙여주소!

더도 안 바랄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버렸다~ ㅎㅎㅎ

 

세 사람한테 말을 건네봤다는데... 딱 한사람만 도와주러 왔다.

다들 몸을 사리는지...

안 온 두 사람은 선녀한테 세세생생 미운털 박혀부렀다. (농담!)

나중에 벌주 석잔을 멕여버려야지~ 흠흠...

 

울 나무꾼은 아무래도 조상이 돌보시는지... 농사일복이 너무나도 없다!

대신 다른 일복이 넘쳐나니 그럭저럭 맘착하고 이뿐선녀가 봐줘야지 별 수 있나...

 

나락을 들여놓고보이 비가 온다... 바람이 분다...

구들장 지고 싶지만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비설거지...

 

검정콩 꺾어서 묶어놓은거 이고지고 져다가 한데 무져서 천막으로 덮어놓고

메밀도 덮어놓고  아주 바뿌게 난리부르스를 쳐댔다.

비는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하고 바람도 불고

날은 서서히 추워지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마늘밭은 장만해야한다고 거름을 내란다.

쪼아요 쪼아~ 내라면 내지 머~ 까라면 깐다.

내려고 완전무장하고 씩씩거리고 소마구로 올라갔는데...

웬걸~ 어데서 내려온 구세주냐...

트렉터가 막 쳐들어온다.

이웃밭 오라비가 자기네 마늘밭 갈아놓고 울집꺼 해준다고 올라왔다.

와우! 이거이 웬 횡재냐... 오늘 봉잡았다! 로또사야거따...

 

부랴부랴 할매랑 선녀랑 밭에 올라가서 여그서부터 쩌그까정 거름내고 갈아달라고 했다.

아고 아고~ 새참을 뭐로 내야하냐...

집에 있는 소주고 맥주고 다아 이 선녀가 다 작살내부렀는디... 진작에...

사다놓을껄... 후회막심이로다... 할매가 의심쩍게 쳐다보신다. 히~~

 

총알같이 집으로 쪼차가서  달걀 삶고 매실음료수 맹글고 이것저것 챙겨보이

그런대로 체면은 닦을 수 있을 거 같다.

 

날이 추워진다.

마늘을 심어야하는데... 오늘 비가 온다.

에라~ 내일 심지 머~ 하고 구들장 지고 디비잤더이~

산골 마을 사람들은 우비 떨쳐입고 마늘 다 심었단다.

또한번 게글뱅이는 농사 못 짓겠다는 반성을 한다.

머 저런 사람들이 다 있노 말이다.

몸이 씨꼿이가?

이런 날에는 날궂이 적이나 꿔먹고 구들장 져야 한단 말다.

다 사람이 살자고 하는 일인디.. 쯔비..

 

내일쯤 날이 풀린다니 우리는 내일 마늘 심을란다. 머~

 

나가서 불이나 한부억 더 쳐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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