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제 어지간히 일이 끝나가는지...

산골통신 2006. 6. 8. 11:59
풀도 한차례 낫질해줬고~
아! 논둑은 못했다!!! 에궁!!!

감자밭이랑 땅콩밭이랑 옥시시밭이랑 고구마밭이랑 깨밭이랑
싹싹 긁어버렸다.

장마지기 전에 풀을 잡아놓아야 된다캐서 얼매나 서둘러 일을 했는지
마당풀을 신경못썼다.
우짜면 좋을까 모르겠다.

이번주에 식구들 다 모일때
앵두도 따야하고 매실도 따서 액기스 담가야하고
한참 오디도 익었던디...
먼넘의 허연벌래들이 설쳐서...
전엔 오디주도 담가먹고 그랬는데.. 올해는 벌래땜시 몬하겠네.

앵두도 가지치기를 한 뒤라 그런지 많이 안 달렸고.
천상 올해는 떡버들열매 갖고 먼가를 맹글어봐야지.
근데 그건 좀 떫어~ 맛이.
달리긴 억수로 마이 달렸는디...

어제 뒤안에 쓰레기 좀 정리하다가
털도 제대로 안 난 아기새 한마리...
둥지에서 떨어졌는지...
바들바들 떨고 있다.

왜 울집 처마는 온통 새집인거시야아~~
처마밑에는 온통 새똥 천지고~

저 아기새 어쩌니???
얼라들이 난리가 났다.
얘 뭐 먹어야해? 벌래???

아기새 지렁이 먹어?
지렁이 잡으려면 물 부으면 된대! 그러면 지렁이 다 겨나온대!
왜?
몰라~ 비오는 날 지렁이 마이 나오잖여!

저넘들~ 내도 물 부으면 지렁이 겨나온다는 거 몰랐는디...

거름터미옆에 가서 지렁이를 막 잡아갖고 온다.

아기새... 그걸 먹냐?
덜덜 떠는 모습이 안스럽다. 어쩌냐...
엄마새 오델 간겨?
아기새 둥지에서 떨어진 것도 모르고~

얼라들이 사다리를 갖고온다.
타고 올라가 처마밑을 샅샅이 찾아보지만
둥지입구를 못 찾겠다.
넘 높다.. 손이 안 자란다.
지붕위로 올라가자니 기왓장 다 깨지겠공!!!

포기하고
아기새를 담옆 풀섶에 놓아뒀다.
담장 구석탱이로 막 겨들어간다. 본능인거야...

그래... 너 거기서 기둘려봐라~ 어미새가 너 찾아올라는지...
아기새 뭐라뭐라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너 어쩌다 둥지에서 떨어진거니...
에그... 둥지가 어데 있는질 알아야 집어넣어주지...

오늘 아침
일부러 찾아보니 죽어있었다.
그래... 아직 털도 덜 난 새끼였는데...
추워죽었을까~ 아님 굶어죽었을까... 무서워 죽었을까...

얼라들이 학교가면서 잊지않고 묻는다.
그 아기새 어떻게 됐어?
죽었어!
왜? 엄마새 안 왔어?
와도 어쩔껴~ 물고 날라갈 수도 없고~
먹이 물어다 주면 되잖여~
엄마새가 아기새 못 찾았을 수도 있지.

그런거야~
엄마 보호아래 있어야 하는데~ 저렇게 벗어나면 저렇게 되는거야.
니들도 커서 독립하기 전까진 딴생각 말어...

우리가 키울껄... 블쌍하다.
우리가 못 키워~ 그 아기새 털도 안 나서 먹이 못 받아먹어
우유주면 되잖아~
이넘들아! 갸가 강아지냐?
언넝 학교나 가!

논일이고 밭일이고 거진 끝나간다.
한여름 오기전까지~ 장마오기 전까지...
잠깐 쉴 틈이 있을꺼야.

하지만 짬짬이 일은 있지.
요즘 산골마을 사람들 콩심느라 야단이니까.
우리도 모종 부어야되는데~

산비둘기 등쌀에 놀갱이 등쌀에 콩 그냥 못 심는다.
콩 세 알 심어서
새 한 알 주고 벌레 한 알 주고 사람 한 알 묵는다고????

요즘 새들은 다 묵어! 싹쓰리해!!!
그래서 모종키워서 심는거이 성공률이 높아.
모종심어도 그거 따묵는 포복 비둘기땜시~
콩밭 지켜야하는걸...

콩모종이 크기 전에 마늘캐야하고~ 그 마늘밭 고랑 맹글어 콩심어야하고... 머 일은 줄줄이사탕이여...

에혀~ 논에 물이 좀 있나몰겄다.
벌써 풀이 장난이 아니던데...

머한다고 제초제를 안 뿌리고 이리 강심장으로 버티고 있을까나...
올여름 피사리 엥가이 하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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