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무논에서 일하기

산골통신 2006. 6. 2. 14:09
엄청 힘들다.
물장화를 신었다 하지만 찌꺽찌꺽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것이
진흙 속이라 한번 비틀 거리면 홀라당 자빠진다.

안 자빠질라고 기를 쓰면 트위스트춰야 한다.

오늘도 바구리 죽이는 살충제를 뿌리라고 하셔서
일찌감치 논에 갔다.
안 뿌렸으면 싶지만 이걸 안 뿌렸다간 일년 농사 잡쳐야 하는고로...

다섯발짝 뛰고 한번 휙~ 뿌리고
다섯발짝 뛰고 한번 휙~ 뿌리고...

일이미터 간격을 두고 논을 온통 헤집고 나와야 한다.
이젠 그 뿌리는 방법에 도가 터서 머 별루 힘들진 않다.
한논에 할당된 양이 있기 때문에 그걸 조절 하기가 힘이 들뿐!

윗 논에 하나 반 중간논에 둘 젤 아랫논에 하나 반 끝에 논에 하나
이케 여섯봉지를 뿌려야 하는데
뿌리다보이 반 봉지가 남았네...
이게 우찌 된 노릇이냐...
작년엔 모자랐는데... 우씨!

젤 큰논에 좀 모자랄까봐 살살 뿌린거이 생각났다.
그래서 도로 겨들어가서 뿌리고 나왔는데
여기저기 모가 비어있는 것이 눈에 띄어 고만 또 나가질 못 하고
모머들기를 해야했다.
풀은 벌써 얼마나 자랐는지...

넘들은 풀약을 마구마구 쳐대는데 우리는 강심장으로 치지도 않고 피사리를 할 작정을 하고 있으니...
올 여름이 벌써부터 겁이 난다.

여기저기 논 모를 머들기를 해놓고...
눈 딱 감고 나왓다. 덜 먹지 머...

무논에서 한참 걸어댕기다가 힘이 쭉~ 빠진다.
목 밑 동맥인가... 팍팍 뛰는 게 느껴진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일이 몸에 익기 전까진 첨엔 이렇더라...

가다가 쉬다가 가다가 쉬다가.. 한참을 몸을 다스려가면서 일을 했다.

할매는 깨밭에 가셨나보다.
요즘 깨솎는 철이거든...
안 난데가 드문드문 있어서 모종도 신경써서 해야하고...

밭에 가봐야하는데~ 지쳐서 올라가기가 싫다.
잠깐만 쉬었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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