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 건 똑같은데 이넘을 웃녘엔 부추라 하고 아랫녘엔 솔이라 부르대. 그러면 중간녘엔 뭐라 하냐 물었더이 정구지라 하대? 정구지? 먼 정구지? 부추는 표준말이라 글타고 하고 솔은 왜 솔이여? 정구지는 또 뭐여?
왜 이케 제각각이니껴? 따져물었더이
대답 또한 제각각이드라.
해서 대갈통 복잡한 건 질색이라 일단 넘어가고 이따가 <푸성귀도감>이나 뒤져봐야지.
집뒤안 언덕밭에 터잡고 자라는 정구지가 제법 자랐더라구.
낫들고 올라가서 죄다 쓱싹쓱싹 베어 갖고 왔지.
베어내도 베어내도 비 한 번 뿌리면 쑥쑥 자라올라오는 우리네 산골아낙들이 제일 이뻐라 하는 놈이지.
요즘 철이 철인지라 들로 밭으로 오며가며 딜다보면 눈이 그다지 밝지 않아도
먹을거 지천이여. 그냥 퍼질러 앉아서 캐거나 뜯거나 하면 저녁밥상 반찬 걱정은 뚝이란 말다.
요즘처럼 먹을거 흔하면 무신 걱정이 있으랴. 장에 안 간지 한달이 넘어가나?
잡담 제하고, 아무리 정구지가 이뿌긴 해도 그거 다듬으려면 성질 쪼께이 난단말씸.
그래도 맘 조신하게 가다듬고 앉아서 하나하나 다듬어야지 별 수 있나.
날이 따뜻해지고 처음 올라온 싹은 약간 보랏빛이 도는데
봄비 내린 다음 두번째 올라온 잎은 검푸른 빛이 나여. 슬슬 약발이 돈다 이거지.
수퍼마켓 진열장에 있는 것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색도 진하고 향도 그득해서 한번 이 맛 들이면 헤어날 생각 말아야 혀.
해마다 뿌리채 뜯어말려 다른 곳으로 옮겨 심어줘야 할만치 성장도 빠르고 새끼도 잘 쳐서 한해 그대로 묵히면 잎이 가늘어지고 키도 잘 안 크고 그려.
해서 해마다 신경써서 옮겨 심어줘야 해여.
정구지로 뭘 해 묵느냐고? 해물끼 많지. 암!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 막판에 정구지 쓱쓱 썰어넣으면 그 향 죽이지.
또 아무 국이나 넣을 거이 마땅찮으면 이거라도 넣어보자 싶어 넣지. 그러면 식구들 암소리 안 하드라구.
적을 꾸어도 별미야. 두말하면 입 아파.
액젖하고 고춧가루에 버무려 두면 딴 반찬 없어도 되던데.
텃밭 구석탱이에 오이가 이제 슬슬 키를 키우고 있으니 그놈 오이 한개 뚝 따다가 같이 썰어 버무려도 되고 한 여름 입맛 돋구는 오이소박이에 넣어도 되고 쓸모가 얼매나 많은지 몰라여.
하여간 산골살림살이에 톡톡히 보탬이 되어주는 넘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구.
헌데 이넘 키우려면 좀 공이 들어야 해. 잘 자라는 넘이라고 냅뒀다간 낭패보기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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