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참꽃따는 아이

산골통신 2006. 4. 18. 10:06
 

엄마선녀는 나물캐고
아기선녀는 참꽃따고

한나절 헤롱대며 산과 들을 누볐다.

 

씀바귀 칼속새 고들빼기 민들레...두 바구니 캤다.
후환(다듬을 일)이 은근히 걱정되기는 했어도...

 

씀바귀가 더 쓸까? 칼속새가 더 쓸까?
고들빼기가 더 쓸까? 민들레가 더 쓸까?  요건 숙제~~

 

동네 지지배들 꽃 따러 가자고 작은놈을 꼬드긴다.
봉지 하나씩 들고 산으로 올라간다.

 

선녀도 따라서 호미들고 자루 하나 들고
슬슬 따라올라 갔다.
눈에 띄는 것이 씀바귀요 고들빼기니 한걸음 띌 새가 없다. 퍼질러 앉아서 캐기 바빴다.

하얀민들레도 몇뿌리 캐고


슬슬 취나물 뜯으러 산에 올라서려는데
작은놈 쫒아온다.
동네 언니들이 참꽃 무더기로 있는 곳을 찜해놓고
근처도 못 오게 한다드라~
엄마한테 응원을 청하러 왔다.

 

어디 참꽃이 거기만 있다디?
일루 와봐라~~
소나무숲 울창한 그 옆 골짝으로 아이와 함께 갔다.

아이는 따고 엄마는 취를 뜯고...

 

앗! 비얌...


비얌이 아이쪽으로 간다~
소리를 질러 아이를 피하게 하고...
어마~ 놀래라... 벌써 뱀이..
올들어 첨 보는 뱀이다.  독사다...

 

한번 놀랜 아이...  얼렁 내려가잔다.
그래서 산에 갈때는 목긴 장화와 목장갑을 끼고 가야한다. 지팡이도...

 

진달래를 우리는 참꽃이라 불렀다.

아마도 철쭉을 진달래로 불렀던듯...

하염없이 산으로 들로 맨발로 헤매면서

입가가 불그스레 보랏빛으로 물들 정도로 따먹었었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은...

뭐라도 일단은 입에 집어 넣고봐야 했던 뱃속이 허전했었던 시절...

 

다 먹은 참꽃가지를 들고

산길가 곱게 피어있는 할미꽃 송이 송이 따다 가지에 꽂아 집으로 가져왔더랬다.

 

참꽃을 따다 소주를 부어 두견주를 담그면 그 향이 참말로 그윽하다.

맛으로 마시기 보다 향으로 음미하는... 차 이상의 고혹?을 느낄 수 있다.

또 참꽃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화전인데~

솜씨가 별로 없는 고로 아직 못 해봤다.

 

올해 참꽃은 꽃샘추위가 에지간히 성질을 부려서 몽우리 벌기도 전에 한차례 얼어

그만 채 피기도 전에 그 이쁜 모습이 사그러져버려야 했다.

 

캐온 나물들 다듬어 씻어 쓴물 우려내어
고추장 된장 양념해서 버무려 저녁상에 내놓는다.

 

취 미역취 쑥부쟁이 산마늘 치커리 청경채 상추 두메부추
골고루 큰 접시에 담아
남의살 된장 기름 발라


부지런히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