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논일 밭일 한바탕... 그리고

산골통신 2006. 5. 12. 12:53
오늘 큰넘 작은학교로 돌아가는 날이다.
봄방학 7박 8일...
오는날 빼고 가는날 빼고 얼마되나...

논에서 어여 나오라고 성화를 대서 할매먼저 내려가시라 보내고...
큰넘가는거나 보고 가려했더이...
나무꾼도 일터로 간다하고... 괜히 맘이 안 되어서 얼쩡얼쩡대다가~
논에 일하러 온 일꾼 보기 미안시러버서 그냥 논으로 내려갔다.

논 도구도 쳐야하고
물꼬도 손봐야 하고
논도랑에 무수히 난 미나리도 베어서 집으로 날라야 하고

논둑의 저 풀들은 어쩔까...
올해는 제발좀 논둑콩 심자 마시더... 지발요...
밭에 심거먹는 것만 해도 남아요 남아...

그러면 논둑 풀은 어쩌니? 그거 감당할래? 또 보기싫잖냐...
후.... 낫으로 예취기로 어찌어찌 해보지요 머...

미나리 실어나를 수레를 가질러 집엘 잠깐 들오니
큰넘 갈 준비 다 하고 길가에 나와 서있다.
그래.. 잘 갔다온나... 다 니하기 나름인기라...

논에서 한참 일하고 있을때
나무꾼과 큰넘 마을밖으로 나가며 손을 흔든다.
그래... 마주 손을 흔들어줬다.

논일 한바탕 하고 좀 쉴까싶어 수레를 끌고 집엘 오니
할매는 어여 밭으로 가자 성화시다.
아이구~ 할매요~ 팔 아프신 거 맞아요?
좀 쉬었다 하자구요~~

낼 비온단다. 그러면 또 일 못 한다.
성호네는 깨 심을 시기를 놓쳐 깨도 못 심어먹는단다.
곧 논 삶아야 하고 모내기 해야하잖냐.
언넝 올라와라...

꿍얼꿍얼...
비닐뭉치를 들고 올라간다.
호미하나들고

호미로 긁적긁적~ 골을 기려서 비닐을 씌운다.
할매는 박카스병에 깨를 담아 고랑 양쪽으로 깨를 뿌리듯 심어나가고
선녀는 비닐뭉치를 끌어 호미로 흙을 끼얹어 덮는다.
이젠 자동이다.

날이 잔뜩 흐리다.
뭐라도 올듯싶다.

오늘 얼라들 소풍날인데~ 안 추울까 모르겠다.
새벽부터 김밥 싸느라고 설쳐댔더니 하루가 엄청 길게 느껴진다.
올해는 선생님 도시락을 안 싸서 좀 수월했다.
큰넘것도 안 싸게되었고.

작은넘이 전교어린이부회장이라 도시락차례가 올까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더랬는데... 물건너 반장아이 집으로 차례가 넘어갔다. 휴우...
워낙 뽀다구나는 음식솜씨가 없어서... 흉잡힐까봐.

지난 6년간 선생님도시락은 맡아서 싸왔었는데 왜 실력은 안 느는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여...
작은넘이 옆에서 종알거린다.
우리가 일학년때부터 반장 부반장 해서 도시락싸느라 힘들었지?
나 내년에 전교어린이 회장 출마할껀데~ 어쩌지? ㅋㅋㅋ

이넘아! 그거야 니 하고프면 하는기지~ 왜 나한테 묻냐?
도시락싸는거야 6년간 쌓인 노하우가 있어 괘안타! ㅋㅋㅋ
겉으로 보기에 뽀다구가 안 나서 글치! 그런대로 맛은 있잖냐...

얼라들은 그래도 엄마가 싸준 김밥이 젤루 맛있다고
한통 그득 싸갖고 짊어지고 소풍갔다.

나무꾼도 일터로 보내고 큰넘도 학교로 보내고
작은넘 꼬맹이 소풍 보내고...

선녀는 밭으로 호미들고 일하러 간다.
어여 깨를 다 심어야지.

낼 비온다는데... 푹 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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