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봄은 왔는데...

산골통신 2006. 4. 9. 14:56

거름을 냈다.

고구마도 심고 깨도 심고...

 

노란 꽃다지꽃과 하얀 냉이꽃이 끝도없이 피어있는 밭에...

하얀 살구꽃 꽃분홍 참꽃들이 주위를 둘러싼

밭 한 가운데 서서...

 

쇠스랑 잡고 수레에 거름을 퍼 담아 나른다.

할매는 여기저기 부어놓은 거름을 호미로 파헤쳐 던지시고

 

주머니에 들어있는 건

엠피쓰리~

끝도없이 하울의 노래가 흐른다.

 

이런 모습 상상이나 했었을까...

이젠 힘에 겨운 소똥치기도

현실과 분리된 노래듣기 한방으로 날려버린다.

 

워낙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이 사람이  먼 변화무쌍인진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일하는데 도움이 되는구만...

 

노래가 흐르고~ 땀이 흐른다.

황사먼지를 있는대로 다 뒤집어쓰고 일하면서

이렇게 몸과 맘을 분리시켜본 적은 일찌기 없었는데...

 

차츰 소똥무더기가 줄어들고 거름터미 산이 하나 만들어졌다.

예전같으면 이정도 일에 지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는데...

견딜만하다.

 

헌데 엄마표 아이들이 질색을 한다.

아무리 불러도 들은척도 않는~ 무언가에 빠져버린 엄마를 보는 아이들...

아마도 상상불가능~ ㅋㅋㅋ

기어이 화를 내드라...

 

산이 온통 분홍빛 투성이다.

들은 매화 살구꽃이 흐드러졌다.

앵두꽃이 하나둘 송이가 벌어진다.

 

봄은 왔는데...

맘은 오델 갔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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