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들짝 봄이 와부렀다.
참꽃이 피려고 기를 쓰다가 꽃샘추위에 몽창 쭈구리된 뒤로...
날이 계속 찌그린 꼴상이었지.
봄비 오거든 감자 심고
봄비 오거든 거름 내고
봄비 오거든 옥시시 심고
봄비 오거든 나무 심고...
계속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산과 들에 매화 살구꽃 앵두꽃 참꽃 핀 줄도 몰랐다.
날이 춥다고 웅크려 있는 건 인간들 뿐...
자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는 걸...
한 열흘 가까이 되었나...
이제 정신차려 들로 나가본다.
봄비가 내린 뒤끝이라 밭 흙이 제대로다.
이제 옥수수 씨앗을 넣어도 되겠다.
나무를 심어도 뿌리 잘 내리겠다.
매실 수백 그루를 밭에 심었다.
은행나무도 살구 자두도...
한 사람은 땅 파고
한 사람은 심고
한 사람은 물 주고...
아는 이가 천년초가 좋다고 한 박스 주길래
밭 한 귀퉁이에다가 심었다.
요놈이 선인장인지라 도저히 맨손으로는 못 집는고로 집게를 가지고
장갑을 두툼하게 끼고~ 심었는데도 까시가 박혀 나무꾼이 고생 좀 했다.
머 갈아서 묵으면 약 된다는데~
이거야 원~ 내사 마 다시는 그런 거 안 묵는닷!
나무꾼이사~ 입맛이 특별한고로~ 잘 마시더만~~
얼라들도 안 묵을라고 죄다 도망갔다.
슬슬 나락씨도 담그고 모판과 모자리흙을 준비한다.
논도 한차례 갈아엎었다.
마늘잎이 바람에 살랑인다.
쑥 뜯는 이들~ (쑥을 절대 캔다꼬 하지 마시소들~ 쑥뿌리 달여 묵을 일 있쇼?)
냉이캐고 지챙이 속새 캐는 이들이 제법 들에 보인다.
작년 여름에 씨앗을 구해 심은 할미꽃이
올해 꽃을 피우려나보다.
하루에 한번 이상 딜다보는데...
몽우리가 속에서 뽀송뽀송 겨올라오고 있드라...
작년 봄같으면 산과 들에서 하루종일 헤매면서 살았었는데..
올해 봄에는 왜인지...
작년의 그 봄을 못 느끼고 산다.
왜일까를 요즘 생각한다.
나~ 늙었나?
내일은 할 일이 제법 많다.
한동안 흐트러뜨렸던 생활을 다시 추스려 일어나야지.
현실도피는 대략 그만하문 되얐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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