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깨밭에서

산골통신 2006. 6. 7. 13:46
식전에 일을 해야지 날 뜨거운 낮에는 밖엘 못 나간다.
요샌 일을 하자면 새벽 네시 정도부터 아침먹기 전까지 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뉴월 땡볕에 그야말로 푹푹 익어야 하느니...

할매는 일찌감치 밭에 올라가셨다.
선녀는 얼라들 땜시 언제나... 꾸무럭쟁이다.

아침 안 먹으려너 꼬맹이~ 배가 아프다고 난리다.
기어이 한 숟갈도 못 멕이고 학교엘 보냈다.
취나물에 참기름 넣고 맛있게 비빔밥 해줬구마는...

그래도 학교가는 모습보니 배아픈건 순간이었던지...
입맛이 별로 없었던가봐... 그럼 점심을 맛있게 먹겠지.

챙모자 쓰고 장화신고 호미들고 장갑끼고 밭엘 간다.
논 물꼬보는 건 할매가 담당이시다. 선녀는 가봐도 모른다.
까막눈이다.
사고뭉치 선녀가 물꼬를 맡았다간 한강을 맹글던가 논바닥을 거북이 등을 맹글던가 할끼다.
웃논에 풀이 어지간하던데...

참깨밭에 북주는 일이 요즘 한참 할일이다.
비가 안 뿌려서 땅이 딱딱하다. 쇳소리가 날정도는 아니라하나
호미질 하기가 힘들다.

깨솎고 북주는건 할매가 하신다하고 선녀는 헛고랑 풀이나 잡으라 하신다. 흙을 좀 긁어줘야 북주는데 수월하다고...
역할분담이 자연스레 된다.

옳다됐다! 에구~ 쭈그려앉아서 하는건 질색인데...
호미로 좀 해보다가 성질나서 후딱 헛간으로 가서 괭이를 집어갖고온다.
땅이 굳을대로 굳어서 팔이 아프고 어께도 결리고 아이구~ 몇 고랑 해보다가 헥헥~ 지쳐버려... 냅다 집어던지고
후다닥!! 튀내려가서 헛간 구석탱이에 있던 풀밀어를 끄집어내갖고 왔다.
드디어 풀밀어가 등장하는구만!!! 요거 참 요긴한 넘이다.

헛고랑을 쓱쓱~ 밀어제낀다. 신난다. 에구~ 이리 수월한걸...
하지만 풀밀어는 힘이 많이 든다. 손바닥에 물집도 좀 잡히고...
그래도 온몸으로 밀고 다니는 거라서 일 속도가 빠르다.

수십 고랑을 후딱 해치우고 나니~ 땀이 비오듯한다.
감나무 그늘에 서서 땀을 들이자니~ 바람이 살살...
아이고... 가심속까지 시원타...
산에선 뻐꾹이소리~ 도랑가 물소리...
바람을 맞으며 서있노라니... 이런 맛 없으면 어찌 일할까 싶다.

밭둑은 며칠전 나무꾼이 낫으로 한바탕 베어넘겨 말끔하니 보기가 좋다.

울집 감꽃은 아직 안 피었다. 이웃들 품종이 다른 감나무들은 벌써 꽃이 떨어지는데...
작은넘이 감꽃을 모아다 목걸이를 만들어갖고 왔드라... 이뿐놈!!!

꼬맹이랑 같이 동미산에 그네타러 갔다왔는데~ 그네가 하룻만에 없어졌다고 엄청 서운해하드라...
단오 하루만 마을에서 폼으로 매뒀었나... 울 얼라들 좀 타고 놀게 냅두지...
아마도 그 성질 못된 넘이 그랬을껴!!! 이웃 하나 잘못 만나 참 고생이다.

깨밭에서 오전을 꼬박 보냈다.
할매는 일어설 생각을 안 하신다. 벌써 열두시요~~
들에 나오면 왜 일케 시간이 잘 가노... 벌써 그리됐나...

소 밥주고 먼저 내려갈터이니 언넝 내려오소마~
그래도 일어설 기척이 없으시다.
에잇!
털레털레 소마구에 들러 소밥주고 물주고 내려왔다.

아침에 달구 세마리를 잡노라 옷이 엉망이다.
칼질을 한답시고 탕탕했더이 옷에 피가 튀겨서... 언넝 갈아입어야겠네~ 얼굴엔 안 튀었을까?? ㅋㅋㅋ

장닭들이 넘 많아 암탉들이 고생을 하고 막 죽어나가서
장닭 한마리만 냄기고 몽땅 잡아버렸다.
이넘들아~ 암탉귀한줄 알아야지! 왜 죽을정도로 괴롭히냐???

마당에 열마리 병아리 엄마닭이랑 논다.
며칠 후면 또 병아리들이 까나올꺼다.
부화장 병아리는 안 키운다.
앞으론 엄마닭이 부화시킨 넘들만 쪼매만 키울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