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와 버선을 찾아신는다.
전에 옛날같이 집에서 맹근 솜버선이 아니라 합성섬유로 만든 오일장에서 산 꽃버선이다.
전에는 얼라들 양말 구멍난거 꿰메서 신었는데
선녀발이 문제인지 자꾸만 구멍이 더 나드라...
발 통채로 들어갈 만한 구멍이 자꾸 자꾸 나서리 이젠 더 꿰메지도 못 하고
반짓고리에 모아두었다.
나무꾼이 보면 몽땅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꼬맹이 양말은 엄지발가락만 구멍이 난다.
나무꾼 양말도 엄지발가락만 구멍이 난다.
큰놈 양말은 전천후 구멍이 난다.
선녀 양말도 전천후 구멍이 난다.
작은놈 양말만이 끝까지 수명을 다 해준다. 작아서 못 신을때까지...
견디다못해 오일장에 가서 오백원짜리 천원짜리 양말을 잔뜩 사왔다.
얼라들 양말만 사는 것을 본 양말가게 아지매가 슬쩍 여자양말 두켤레를 넣어준다.
"애엄마보이 엄마껀 못 사는 것 같아서..."
양말가게를 오래하셨나보다. 그걸 짐작하시다이...
아니문 선녀랑 같은 신세???!!! 이거나...
고맙드라... 또 맴이 껄쩍찌근~~ 해지기도 하고...
얼라들 다 잠든 밤에 오두마이 앉아서 양말을 꿰맨다.
밑이 떨어진 내복바지도 같이 꿰맨다.
큰놈이 불장난하다 태워묵은 츄리닝도 꺼내본다.
올 겨울 추울때 껴신을 양말이 많이 필요하다.
올해는 눈도 많이 온다했고~
쩌~ 아래 냇가에 얼음얼면 썰매타러 간다꼬 설치면
양말 안 남아나걸랑... 아무리 많아도
또 동구밖 비탈길에 비료푸대갖고 눈썰매탄다고 옷이고 뭐고 다 적셔갖고 올꺼거든~~
한넘당 하루에 양말 대여섯 켤레는 적셔갖고 온다고 보면 된다.
올 겨울에는 온집안 양말을 몽땅 거둬서 얼라들 용으로 모아두고
선녀는 버선만 신기로 작정했다.
거 말이 나왔으이 말인데~ 버선 참 편하다.
발도 편하고 신으면 참 따시고~ 두툼해서 발도 안 시렵고~
일할때 장화신고 벗을때 같이 따라서 안 벗겨지고~
발이랑 양말이랑 따로 안 놀고...
근데 저 양말무더기 언제 다 꿰메지?
에혀...
작년겨울에 끼었던 장갑도 몸살을 앓아 다 헤졌는데
저걸 꿰메서 줄까나~
먼넘의 얼라들이 이리도 험하게 놀까나.... 원~
남아나는 것이 없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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