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울집 강아지들 이야기....

산골통신 2005. 12. 2. 09:55
이놈들이 울집에 올적엔 겨우 걸음을 걷던 놈들이었다.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ㅎㅎㅎ

그러던 놈들이 요즘 퉁퉁해졌다.
안아들면 제법 묵직한거이~
이놈들이 밥만 먹고 잠만 잤나~ 할 정도로~ ㅎㅎㅎ

오늘 낮에 엄마는 열씨미 일을 하고 있는데
꼬맹이 쫓아와서 하는 말~
멍멍이 빠빵~ 차타고 아저씨 따라갔단다~

으잉??? 먼 소리여?
또 개도둑이 설치나?
차소린 못 들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쫓아나가보이~
골목길은 조용~~
벌써 차떠난 지 오랜가?
개집을 들여다보니 강아지들은 없구~

어이~~ 클났다 클났어~
이놈들 잃어버린거 아녀?

방방뜨다가~ 마루밑도 조사해보고
뒤안도 돌아가보고~
웃채 할매네도 쫓아가보고~ 가끔 그놈들이 옛집이라고
거기에 가서 놀기도 하걸랑...

한참을 난리를 죽이다가~
문득~ 울집 바깥 담밑을 보니... 우헤헤헤헤~~

니들 고기에 있었니?
아이구~ 니들 도둑놈한테 끌려간 줄 알았다~ ㅎㅎㅎ

고놈들 날이 하도 추우니~
햇살 따뜻한 남향 담벼락 밑에서
놀고 있는 중이었더랬다...

꼬맹이~ 너무 좋아서~ 고만 쫓아가 그놈들을 껴안고
이리와~ 이리와~ 멍멍아~ 이리와아...

껴안은채로 입 벌어진 채로~ 집에 와서
강아지집에 들여놓아준다...

다신 나가지 말라는 듯이...

그날 저녁...
또 강아지들이 없어졌단다~
이번엔 큰놈이 난리를 죽인다~
으이구...

역시나 개집안엔 없구~
또 담밑에 갔나 싶어~ 깜깜한 밤에 후레쉬를 켜들고
나가보니 거기엔 없다~~

방울 목걸이를 해줬으니~
귀를 기울여보자~ 조용히 해봐봐..
놀래서 울먹이는 아이들을 달래가면서
조용조용~~ 집 주변을 조사해보니
딸랑딸랑... 소리가 난다...

번개같이
큰놈 작은놈 꼬맹이 다 그 소리를 쫓아가 보이...
세상에... 마루밑이었다.

새로 이사간 울집 아래채는 낮고 작은 툇마루가 있는데
그 마루밑에서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큰놈이 후레쉬를 켜들고 그 속을 뒤지니~
한놈이 끌려나오고~ 또 한놈은 구석으로 피해서
손이 안닿는단다~
다롱이는 나왔는데 아롱이가 안 나온다고~
파리채를 들고 쑤시고~ 그런 난리가 없드라~

걍 둬~~ 갸들 나올껴~ 냅둬~
지들 나오고 싶으면 나오겠지~
지들도 추워서 기어들어간겨~
밥이랑 물이랑 지들 집앞에 있으니 배고프면 나올껴~
아무리 달래고 타이르고 해도 말을 안 듣는다.
개밥그릇을 마루밑에 놓고 유혹을 해가며~ ㅎㅎㅎ
쑤셔댄다.

"갸들이 안 나오면 이 엄마 손에 장 지질껴~ 냅둬어~~!"

겨우 마루밑에 붙어있는 애들을 끄집어내어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짬짬이 밖엘 나와 개집을 들여다보니 안 들어와있었다.
역시나~ 마루밑에 들어앉아 거기서 잘 모양이다.

이놈들 어지간히 추웠나보다.
하긴 마루밑은 깊어서 아늑하고 좋지...
그래 거기서 살아라...
사실 니들 마루밑에서 키우려고 데려온 거니까 잘됐다~ ㅎㅎㅎ

그제는 논에 짚걷는다고 한참 짚단을 나르고 있었는데
꼬맹이가 아롱이를 데리고 논엘 찾아왔다~
온 논을 다 헤집고 다니면서 강아지랑 노는데
혼자 보기 아까운 광경~~
그때 내게 디카가 있었으면... 다 담아놓았으련만...

이어 작은놈이 뒤쫓아와 셋이서 노는데.
딸랑딸랑 방울소리 울려가며 이 강아지란 놈~
쫑랑쫄랑 사람을 잘 따른다...

꼬맹이는 저는 안 따라오고 누나만 따라간다고
강아지를 막 혼내고~ ㅎㅎㅎ

강아지 훈련시킨다고 논둑을 막 올라가게 하고 또 내려가게 하고~
그 강아지 그날 고생꽤나 했을꺼다~ ㅎㅎㅎ

잘 놀드라...

따뜻하고 평화로운... 어느 가을날...
볏짚이 쌓여진 논 한가운데에서
강아지랑 아이들이랑... 노는 모습이...
참 이뻤다.

* 지난날 이야기네요... 먼지 푹푹 쌓여있는 골방에서 꺼내왔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