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나락 다 떨었다아... 만쉐이~~

산골통신 2005. 11. 3. 09:29

어제 그니께... 

마지막 나락 서른네푸대를 말리려고 건조망위에 깔았다.

말이 서른네푸대여~ 함 해보리...

 

그 푸대를 영차 영차 이고지고 옮겨날라 일일이 들이부어 까는거이..

중노동이징...

 

마을에서도 전엔 대처 가족들이 모여서 도와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만치 이 가을걷이가 힘들어...

 

오늘은 마저 다 채서 떨어야 하는데...

어쩔까... 걱정이다.

 

나무꾼 몸이 푸대를 들고 나를 수 있을정도로 회복된 건지...

큰놈을 일을 시켜도 될 나이인지... 이제 열세살...

 

걱정만 하고 있어선 뭐가 하나라도 되더냐...

말로만 해서 되는일이 하나라도 있더냐...

 

어찌어찌 닥치는대로 해보자!

 

오전에 논둑콩 다 꺾어묶어 집마당으로 날라다 놓고

짚을 묶기 시작한다.

 

짚묶는 것을 전엔 참 힘들어했는데

이젠 좀 숙달이 되었는지...

그 세월이 그냥 어영부영 지나간 바람은 아니었던가봐...

 

여전히 할매속도는 못 따라잡지만~ 할매는 바람? 아니 태풍이다!!!

 

모레쯤 비가 온다하니... 내일까지는 끝내놓아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비가 뿌리면 볏단 다 젖고 날 개이면 또 뒤적거려 말려야 하고...

구찮다말이다.

 

그래서 이웃들은 품앗이로 이논 저논 다니면서 싹 해제기는거여...

 

오후 3시경에 나락떨러 내려갔다.

어서 서둘러야지~ 해가 짧은데...

큰놈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자꾸 시선이 동구밖으로 간다.

 

나무꾼하고 선녀하고 둘이 나락을 푸대에 퍼담는다.

허리가 아파온다.

팍 주저앉아서 일을 한다.

 

건조망을 접는다. 천막도 접어놓고.... 이런저런 도구들을 챙겨놓고나이~

큰놈 돌아오는 소리... 워메 반가운거...

어여 온나!

 

이놈 많이 착해졌다. 군소리 없이 쪼차오네...

 

다 담은 푸대를 나무꾼하고 큰놈하고 영차영차 둘이 맞들고 트럭위로 나른다.

한번에 못 한다. 두번 왕복해야지~

 

큰놈 장갑낀 손이 자꾸 미끄러운지 벗어던진다.

이놈아 그럼 손가락 아프다. 끼어!

 

반을 집 창고로 옮겨놓고

또 반을 실어 또 옮겨놓고~

부자간에 호흡이 딱 맞아 잘 해낸다.

선녀는 그만 나락푸대에 기대어 누워버렸다.

이젠 니가 혀라... 어민 못 하겠다~ ㅎㅎㅎ

 

하다가 큰놈! 힘든지 자꾸 엄마한테 일을 미루려고 하는데...

엄마 맴이 약해질까봐~ 딴디로 가버렸다.

 

볏짚걷던 할매~ 손주녀석 힘들까봐 쪼차와서 막 거드시네~

할매요~ 냅둬요~ 갸가 잘 해요. 아무도 없어야 힘내서 해요~

 

작은놈보고 물좀 떠온나~ 했더이

논으로 집으로 허탕만 치고 돌아댕기네그랴...

좀 잘 보고 댕겨라 이놈아~

 

몸 불편하신 할배는  마루에 앉아

나락이 무사히 날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고~

할매 젊었을적엔 나락도둑이 성했었더란다.

 

저어기 산너머 천배골에 논이 있었는데

하룻밤새에 베어놓은 볏단이 싹~ 없어지고 말았던 사건도 있었고

뒤주속에 넣어두었던 나락도 퍼간 일도 있었고~

나락가마니째~ 볏단째~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더란다.

 

그래서 나락이 창고에 쟁여지는 순간까지 맘을 못 놓으시고

자꾸 채근하여 믈어보신다.

다 있냐~ 다 왔냐~ 왜 이거밖에 안 되냐~ ㅎㅎㅎ

 

얼라들 수고했다고~

넘의살 된장발라 묵자고~

면에 식육점엘 갔다.

 

원없이 묵어라~ 애썼다.

 

오늘 아침

나무꾼도 몸이 찌뿌둥하다하고

선녀도 몸이 예전같지 않은데~

 

큰놈은 쌩쌩하게 일어나 학교엘 가네그랴...

이야... 나이는 못 속이누만...

 

이제 저놈이 장정노릇을 하는구나...

우리는 이제 꺽어진 나이이고...

 

오늘은 하루종일 볏짚하고 씨름해야한다.

시간이 남으면 감을 마저 따야하고~

내일 비가 뿌린다니 비설거지까지 해야한다.

 

이래저래 분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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