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니께...
마지막 나락 서른네푸대를 말리려고 건조망위에 깔았다.
말이 서른네푸대여~ 함 해보리...
그 푸대를 영차 영차 이고지고 옮겨날라 일일이 들이부어 까는거이..
중노동이징...
마을에서도 전엔 대처 가족들이 모여서 도와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만치 이 가을걷이가 힘들어...
오늘은 마저 다 채서 떨어야 하는데...
어쩔까... 걱정이다.
나무꾼 몸이 푸대를 들고 나를 수 있을정도로 회복된 건지...
큰놈을 일을 시켜도 될 나이인지... 이제 열세살...
걱정만 하고 있어선 뭐가 하나라도 되더냐...
말로만 해서 되는일이 하나라도 있더냐...
어찌어찌 닥치는대로 해보자!
오전에 논둑콩 다 꺾어묶어 집마당으로 날라다 놓고
짚을 묶기 시작한다.
짚묶는 것을 전엔 참 힘들어했는데
이젠 좀 숙달이 되었는지...
그 세월이 그냥 어영부영 지나간 바람은 아니었던가봐...
여전히 할매속도는 못 따라잡지만~ 할매는 바람? 아니 태풍이다!!!
모레쯤 비가 온다하니... 내일까지는 끝내놓아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비가 뿌리면 볏단 다 젖고 날 개이면 또 뒤적거려 말려야 하고...
구찮다말이다.
그래서 이웃들은 품앗이로 이논 저논 다니면서 싹 해제기는거여...
오후 3시경에 나락떨러 내려갔다.
어서 서둘러야지~ 해가 짧은데...
큰놈은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자꾸 시선이 동구밖으로 간다.
나무꾼하고 선녀하고 둘이 나락을 푸대에 퍼담는다.
허리가 아파온다.
팍 주저앉아서 일을 한다.
건조망을 접는다. 천막도 접어놓고.... 이런저런 도구들을 챙겨놓고나이~
큰놈 돌아오는 소리... 워메 반가운거...
어여 온나!
이놈 많이 착해졌다. 군소리 없이 쪼차오네...
다 담은 푸대를 나무꾼하고 큰놈하고 영차영차 둘이 맞들고 트럭위로 나른다.
한번에 못 한다. 두번 왕복해야지~
큰놈 장갑낀 손이 자꾸 미끄러운지 벗어던진다.
이놈아 그럼 손가락 아프다. 끼어!
반을 집 창고로 옮겨놓고
또 반을 실어 또 옮겨놓고~
부자간에 호흡이 딱 맞아 잘 해낸다.
선녀는 그만 나락푸대에 기대어 누워버렸다.
이젠 니가 혀라... 어민 못 하겠다~ ㅎㅎㅎ
하다가 큰놈! 힘든지 자꾸 엄마한테 일을 미루려고 하는데...
엄마 맴이 약해질까봐~ 딴디로 가버렸다.
볏짚걷던 할매~ 손주녀석 힘들까봐 쪼차와서 막 거드시네~
할매요~ 냅둬요~ 갸가 잘 해요. 아무도 없어야 힘내서 해요~
작은놈보고 물좀 떠온나~ 했더이
논으로 집으로 허탕만 치고 돌아댕기네그랴...
좀 잘 보고 댕겨라 이놈아~
몸 불편하신 할배는 마루에 앉아
나락이 무사히 날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고~
할매 젊었을적엔 나락도둑이 성했었더란다.
저어기 산너머 천배골에 논이 있었는데
하룻밤새에 베어놓은 볏단이 싹~ 없어지고 말았던 사건도 있었고
뒤주속에 넣어두었던 나락도 퍼간 일도 있었고~
나락가마니째~ 볏단째~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했었더란다.
그래서 나락이 창고에 쟁여지는 순간까지 맘을 못 놓으시고
자꾸 채근하여 믈어보신다.
다 있냐~ 다 왔냐~ 왜 이거밖에 안 되냐~ ㅎㅎㅎ
얼라들 수고했다고~
넘의살 된장발라 묵자고~
면에 식육점엘 갔다.
원없이 묵어라~ 애썼다.
오늘 아침
나무꾼도 몸이 찌뿌둥하다하고
선녀도 몸이 예전같지 않은데~
큰놈은 쌩쌩하게 일어나 학교엘 가네그랴...
이야... 나이는 못 속이누만...
이제 저놈이 장정노릇을 하는구나...
우리는 이제 꺽어진 나이이고...
오늘은 하루종일 볏짚하고 씨름해야한다.
시간이 남으면 감을 마저 따야하고~
내일 비가 뿌린다니 비설거지까지 해야한다.
이래저래 분주하겠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늘놓기 2 (0) | 2005.11.06 |
---|---|
마늘 놓기... (0) | 2005.11.04 |
일손 없는 집은 농사짓지 마라~카이! (0) | 2005.11.02 |
이제는 깜장콩 꺾어야 해... (0) | 2005.11.01 |
농촌에선 하루에 몇 가지 일은 기본이다. (0) | 2005.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