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이제는 깜장콩 꺾어야 해...

산골통신 2005. 11. 1. 12:50

서리가 내린 다음에 거둔다고 서리태

까매서 깜장콩

먹으면 약이 된다해서 약콩

또 머냐...

야는 이름도 많애..

 

해가 떴어... 나가야지~

나락 널어야 해...

 

논둑콩 꺾으러 가셨던 할매 너무 추우셔서 도로 들어오셨단다.

거봐유~~

이젠 겨울이라니께요...

해가 더 올라와야 해여~~

 

나락 건조망에 이슬도 덜 말랐을낀데...

이웃들은 아직 꼼짝도 않하는구마는~

 

느지막히 나갔다.

나락푸대를 영차영차 구루마에 싣고 여기저기 펼쳐놓은 건조망으로 날랐다.

할매 붓고 선녀 나르고

 

할매 논둑콩 꺾으러 가시고

선녀 좍좍~ 펴 널고...

 

오늘낼만 마르면 낼은 떨면 되여...

그러면 죄다 싣고 곳간에 쟁이면 되지...

그럼 논농사 끝나여...

앗! 짚걷기~ 남았징! 에혀...

 

며칠동안 내혼자 어찌 저나락푸대를 트럭에 다 주싣고 이고지고 옮길까를

걱정하다가... 흰머리칼이 좀 생겼던가보드라~

 

어젯밤 큰놈이 흰머리칼 많다고 막 뭐라 하면서 막 뽑아제낀다.

이놈아 아푸다!

 

흰머리칼 한개에 얼마? 오십원~ 에이~ 백원~

안돼! 오십원~  안해! 백원!

 

싱갱이하다가 백원으로 낙찰봤다.

흠~ 많아봤자 얼매나 있겠노! 아직 나이가 있는디...

 

왠걸.. 낭패다.

거금 오천오백냥 날렸다.

으으으으으~ 아까운 내돈!!!

 

먼넘의 흰머리칼이 그케 많았던고야...

벌써 내 나이가 그런 나이인가...

맴만 청춘이었던거야?

그런거야? 진짜야? 사실이야~

 

이따 나무꾼 온단다.

오면 흰머리칼 보여줘야지~

 

콩단 꺾어놓은거 새끼줄로 일일이 묶는다.

영차영차 온몸으로 쳐무져서 묶는다.

 

논 입시로 가져다 세워놓는다. 잘 마르라고...

망할노무 도깨비풀 같으니

옷에 막 달라붙는다. 장갑에도 막 달라붙고.

아구 따가라...

 

메뚜기가 뛴다.

이웃 아재 패트병 하나 들고 메뚜기 잡으러 다니신다.

제법 잡으셨네..

 

저 아재는 농사 안 지으시니까... 푸성귀밭만 가꾸시니까...

할일이 없으신가봐...

온종일 논두렁 밭두렁 댕기시면서 메뚜기 잡으시네...

 

큰놈네반 남자애들 요새 메뚜기잡느라고 난리란다.

왜? 물었더니

면에 하나뿐인 오뎅 붕어빵장사가 새로 생겼는데

메뚜기 50마리 잡아갖고 오면 오댕 하나 준다했단다.

겨우 하나??

그래서 메뚜기 잡으러 댕기느라고 몇놈이 바뿌단다.

흐미...

 

이 산골동네는 도시의 그 흔한 분식집 하나 없다.

올 갈부터 붕어빵 장사가 어쩌다 생겨서 얼라들이 단골이 됐다.

 

아마 작은놈이 오늘 아침 식전부터 골목길 낙엽 쓴 것은

붕어빵 사먹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함이었어...

 

날이 아직까진 좋은데...

아침 저녁으로 춥다.

연탄불 갈러 나가면... 아우...

언넝 이불속으로 겨들어가고 싶어진다.

 

배추들이 엄청 커졌다.

이제 김장철 다가왔군.

올해는 얼마나 할까...

한 오백포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