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일손 없는 집은 농사짓지 마라~카이!

산골통신 2005. 11. 2. 14:46

그래그래 안다구~ 안당께...

 

하지만 말야~

일손 없는 사람은 두손잽이하고 있으면 입에 밥이 들어간댜???

음~ 그렇다면 두손잽이하고 조신하게 있을께!

 

아침~ 이슬 젖었을까  말랐을까

하늘을 쳐다보며~ 논으로 길을 내려갔다.

 

아직 이슬은 있는데...

할매는 벌써 논둑콩 꺾고 계신다.

참말로 부지런하신 양반...

 

자아~ 나락부터 널자구우~~

오늘은 마지막 떠는 날이야...

그래도 일의 끝이 있구만~

 

한참 나락 건조망 펴고 널고 있는데 나무꾼 거들러 내려온다.

헉! 헌데 왠 아롱이까정?

똥개는 일 못 시키는디????

 

나무꾼한테 나락 너는 것은 맡기고

나는야~  논둑콩 묶으러 간다.

 

논둑콩은 아직 이슬이 촉촉하다.

장갑이 금새 젖어든다.

 

그래도 새끼줄로 일일이 모아 묶는다.

곧 해가 올라오면 이슬은 흔적없이 사라질꺼야.

 

할매는 저만치 꺽어나가고 계신다.

할매가 꺾어놓으신 콩단을 일일이 모아 묶는다.

끙차 끙차~ 힘을 써서 다져서 묶어야 안 풀어진다.

 

왜이리 덤불이 많이 나갔노~ 콩은 얼매 안 달리구...

옆에 풀은 왜이렇게 많이 자랐는지 원~ 수풀속을 헤집어가며 일을 해야하네~

 

하이고~~ 여긴 머가 이러냐???

콩이 하나도 없어~~

놀갱이가  다 잡수셨구만~

저기 산자락에 새끼치고 산다는 얘긴 들었지만~

저뒷산 자락에서 내 인기척에  후다닥~ 뛰어 달아나는 놀갱이는 몇 봤지만~

 

며칠전에 이웃 아재도 놀갱이 두마리가 사이좋게 앉아있다가 인기척에 놀래 달아나는

놈들을 보셨단다.

 

헉1 그놈들이 우리 콩을... 죄다~~ 싸그리...

논둑 두 군데를 싹싹 청소를 해놓으셨네그랴...

새끼줄을 들고~ 허탈해져서... 빈 논둑을 걍 걷는다.

허허~ 니들이랑 같이 나눠먹기엔 좀 적은디.. 우짜냐...

허허~ 그래도 나눠묵어야겠지?

 

이웃 논둑콩들은 푸짐한데 우리 논둑콩은 허허롭다.

약을 치고 안 치고 차이인가...

이웃 논둑콩에는 올해 약을 두번 치는 것을 봤다.

심을때 한참 덤불 나갈때...

 

한참 걸려야 할 일이 놀갱이덕분에

금방 끝나버렸다. 이거 고마와해야하나...

 

나무꾼이 트럭으로 논둑콩단을 실어 집마당으로 나르고

할매와 선녀는 짚걷으러 논으로 다시 간다.

논 하나라도 일을 쳐야지~

 

이웃 논 서마지기에는 장정 다섯이 붙어서 짚걷드라~

우와~ 저긴 왜 저렇게 일손이 많아?

이야~ 그러면 일할 맛 나겠네~

 

점심시간이 되어 할매보고 가자고 보챘으나 들은척도 안 하신다.

앉아서 하는 일은 허리가 안 아프시단다~

나랑 반대구마~ 내는 허리가 분질러지는 것 같이 아픈데...

 

이제 밭도 얼추 비었고 논도 비어간다.

논 두군데 짚만 거둬들이면 끝난다.

 

이따 얼라들 오면 감따러 갈꺼다.

나무꾼이랑 얼라들보고 감따라 하고~

선녀랑 할매는 짚단 마저 묶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