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농촌에선 하루에 몇 가지 일은 기본이다.

산골통신 2005. 10. 30. 18:37

아침~

일요일이야~~ 얼라들 학교 안 가여~~

그럼 쪼매 늦잠 자도 되겠네...

 

도시같앴으면 그랬지...

그 기분으로 몸도 찌뿌둥하길래 내처 자버렸어...

 

아차! 나락...

널어야 하잖아...

기우뚱 기우뚱 몸을 이끌고 나섰다.

얼라들 밥만 겨우 해놓고 니들 묵고 치워라~~ 해놓고..

아침밥도 안 챙겨묵고 걍 나섰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뭐뭐고?

 

나락 널어야 하고~

마늘밭 거름 깔아야 하고

연탄재 버려야 하고

또 거시기 등등...

소랑 닭이랑 돌봐야 하고~

 

할매는 나락 일일이 펴 까시고

선녀는 나락푸대 영차영차 들었다 놨다~ 여기저기 건조망위에 옮겨놓는다.

 

자리는 참 잘 잡았는데~ 널찍하고 평평하고~

차 지나가는 길가도 아니고~

장소는 참 좋은디...

건조망이 모자르네...

안그래도 이웃들 몇몇이 이 장소를 탐내는데~

 

이웃집에 빌리려 해도 잘 안 빌려주네~

우리꺼는 잘 빌려주는데~ 왜 넘의것 빌리려면 이리 힘든지 모르겠네...

 

에라~ 안되겠다. 사오자!!!

넘한테 아쉬운 소리 하기 싫여...

 

트럭 우당탕탕~ 집어끌고 마을밖 내리막길 막 달려간다.

아이고~ 농자재상 문 닫았네~~~~~~

농협연쇄점은 일요일이라 당근 안 할끼고~

으으...

농자재상이야 개인이 하는 거이니께 좀 쉰다쳐도

농협에서 하는 연쇄점은 왜 꼬박꼬박 쉬는겨???

일요일엔 농사짓지 말라는겨? 머여?

 

어쩔까~~ 트럭을 농협앞에 세워놓고 뚤레뚤레 걷는다.

어딜 가야 구할 수 있을까~

내친김에 시내엘 나갈까...

 

철물점에 가면 혹 있을까? 에라~ 함 가보자~

있긴 있었는데 똑 떨어졌단다. 으미~~~ 잡것! 하필이면...

 

발을 동동구르니~ 철물점 아지매 하신다는 말씀~

자기네가 한번 쓰고 둔 것이 있는데 그거라도 싸게 가져갈꺼냐고~

하이고~ 그거라도 주소! 언넝!

 

그래서 부랴부랴 트럭에 싣고 또 우르르르~~~ 몰고 논으로 갔다.

할매 어서 용케 구했다고~ 좋다 하시네~~

 

덕분에 나락을 반이상 널어놓고 들어왔다.

한번에 이틀 말리고 두번 나눠서 말리면 끝나겠다.

다 말린 나락푸대 옮기는 건 나무꾼 오걸랑 같이 해야지~

 

계속해서 날이 반짝 해가 나오면 좋으련만~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좋긴한데...

오늘은 구름이 좀 있다.

 

이웃들도 한참 나락 말리느라 난리다.

집 마당도 부족해서 옥상 있는 집은 옥상까지 나락푸대를 이고지고 갖고 올라가

말려갖고 내려온다.

길이고 마당이고 간에 좀 넓다 싶으면 온통 나락이 깔려있다.

 

오후에 마늘밭에 거름깔러 간다.

트렉터로 거름을 여기저기 내놓았는데 그거 일일이 온 밭에 펴서 깔아야 한다.

그래야 로타리를 칠 수 있다.

 

할매~ 장갑끼고 앉아서 일일이 펴 까신다.

선녀 쇠스랑  똥삽 골고루 들고~

일일이 골고루~ 펴 흩어놓는다.

마늘밭 세 고랑~ 양파밭 한 고랑~

 

남는 거름은 따로 모아두고...

내일까지 하면 다 깔 수 있겠다.

 

집엘 오니 연탄재가 장난 아니게 쌓여있다.

저걸 어여 치워야 하는데...

 

연탄재는 논에 갖다 버려야 하는데

울 논에 들어가는 입구에 나락을 널어놓아서 막혀서 못 들어간다.

해서 오늘 삼거리집 나락 떨었던데~ 지금 갖다 버리면 좋겠는데... 싶어서

부랴부랴 세 구루마 내다 버렸다.

 

아직도 세 구루마 정도는 더 갖다 버려야하는데

다리도 힘빠지고 허리도 아푸다.

에그... 내일 아침일찍 내다버리지 머~

그새 나락 펴 널라꼬?

 

걍 오늘 하루 끄읕~ 하며 털고 들어왔다.

 

아까 밭에서 내려올대 따온 홍시~

얼라들이 안 먹고 뒀길래  맛있게 먹어줬다.

아까 밭에서도 한개 묵었는디... ㅎㅎㅎ

 

내일도 나락 펴널고 떨고

거름 마저 깔고

또 연탄재 버리고~

또 뭘 하지? 콩꺽어야 하는가...

이제 서리태 거둬들여야 하는데...

 

한참 바쁜 철이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손 없는 집은 농사짓지 마라~카이!  (0) 2005.11.02
이제는 깜장콩 꺾어야 해...  (0) 2005.11.01
미나락 일흔두 푸대 나다.  (0) 2005.10.29
미나락 갓돌림하고 들어오다.  (0) 2005.10.29
오늘은 바뿌다.  (0) 200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