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미나락 일흔두 푸대 나다.

산골통신 2005. 10. 29. 19:33

할배는 왜 그것만 났느냐고~ 한 말씀 하신다.

작년엔 백열세 푸대 났었단다.

 

아이구~ 할배요~ 차나락까정 합쳐서 그랬었겠쥬...

진작에 추수한 차나락까정 합치면 딱 백푸대 되네유~

 

그래도 열세 푸대 덜 났다고~ ㅎㅎㅎ

 

아녀유~ 올해 콤바인푸대를 새걸로 바꿔서 좀 더 커서 그랬을꺼야요...

올핸 깜부기도 없고 쭉정이도 없고~ 병충해도 없었고 아주 잘 되었는걸요.

 

아마도 조금 덜 난 것은 이삭비료를 덜 쳐서 그랬을지도...

남들 치는 약을 안 쳐서 그랬을지도...

에이~  건 모르는 일이여~ 하늘이 땅이 하는 일인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머 별루 없으...

 

아침에 갓돌림을 씩씩거리며 다 해놓고

마늘밭 장만하러 갔다.

 

석회푸대 다섯개를 구루마에 싣고 헥헥거리며 비탈길을 올라간다.

이노무 것이 왜이리 무겁냐그래...

트럭에 싣고 갈걸 잘 모했다~

 

차돌릴 곳이 마땅찮아서 그랬는디... 어여 운전연습 더 해갖고

그 난코스도 통과해야지 안되겄으~

 

저건너 성호할배가 트렉터를 끌고 오신다.

거름을 내주시겠단다.

아침에 일찍 할매가 부탁을 드렸더랬다.

요즘 남의 일 잘 안 해주려 하는데 그래도 우리일은 해주시려하니 고맙다.

 

부지런히 석회가루를 이리저리 흩뿌리고~

바람이 불어 그노무 허연 석회가루를 다 뒤집어써가면서...

마늘밭 세고랑 다 뿌려놓았다.

 

내일 거름을 골고루 다 깔아놓으면~ 트렉터로 로타리 쳐주신단다.

해서 내일은 거름하고 한판 붙어야 한다.

 

사람 손이 많으면 얼매나 좋으랴마는~

머 어쩔 수 없다. 트렉터로 거름내준 것만도 할배요~~~~ 다!

 

한참 석회뿌리고 있는데 콤바인은 논에 들어가고 있고~

할매는 부랴부랴 새참준비하러 들어가시고~

선녀는 온몸이 허연채로!!!  냅다 논으로 뛰었다.

 

콤바인 쥔장내외는 참 대단하다.

두 사람이 착착 손발이 맞아 남편은 운전하고 아내 나락푸대관리하고~

마지막 갓도리해서 논둑에 쌓아둔 나락단들을 콤바인 기계에 넣을 적엔

아내가 운전하고~ 남편이 나락을 나른다.

 

선녀는 마지막에 나락 볏단 날라다 주는 일을 좀 거들어주었다.

아무래도 힘드니께...

 

마지막 작은 논으로 콤바인 들어가는 것을 보고

막 집으로 뛰어갔다.  새참으로 떡국을 가져올라꼬!

논으로 집으로 얼매나 뛰댕겼는지 다리가 막 후들거린다.

 

논일 하는 사람보다 개평꾼이 더 많다고~ ㅎㅎㅎ

올해도 어김없이~ 나락 떠는 아재 아지매들 다 불러모아

한 열명 논 볏짚위에 둘러앉아 새참을 들었다.

언넝 오소! 와요~ 와~~  

할매가 막 소리쳐 부르신다.

 

나락떠시던 아재 아지매들~

벼 갓돌림하시던  아재 아지매들~

다 오셔서 드셨다.

 

맥주 한잔씩들 돌리고~~

요샌 막걸리 안 마신다.  머리아푸다고~ ㅎㅎㅎ

 

나락푸대가 착착 논입구에 쌓인다.

이 논에선 몇개냐~ 한참 산수공부하고~

저 논에선 몇개냐~ 또 손구락 계산하고~

요 논에선 몇개냐~ 주먹구구로 다아~ 헤아렸다.

 

큰논에서 30개/ 중간논에서 26개/ 작은 논에서 16개

미나락 총 일흔 두 푸대...

 

자아~ 나락푸대는 쌓여가는데~ 저걸 어케 옮기냐...

할매는 노심초사~

선태아빠를 찾아댕기고~

성호할배는 혼자서 못 하겠다 빼고~

잠시잠깐에 선녀는 어델 갔는지 기맥히게 사라져버렸고~ ㅎㅎㅎ

 

할매는 기어이 논둑콩 꺾고 있는 선태아빠를 찾아내

대신 논둑콩 꺾어주마! 어여 가서 나락푸대좀 날라다 주소!!!

부탁하셨다한다.

어지간하셔...

 

선녀가 왜 사라졌느냐고???

그동안 성호할배한테 약간 서운해서였지.

항상보면 몸을 사려가면서 일을 하시기땜에 같이 일하는 선녀가 애를 묵거든!

아무리 할배지만 당신은 남자고!

내는 여자란 말씨~ 어찌 같이 힘을 쓰냐고오~~~

어디 혼자 해보쇼!!! 하고 슬쩍 애들 데릴러 가버렸지 머~~

 

가는 중간에 나락베는 이웃 논 새참묵는 곳에 가서

맥주 두어 잔 받아묵고~ 헬렐레~~

 

아~ 물론 언넝 와서 거들었지~ 내도 양심이 있지비

울집 논일인디... 암~ 내가 해야지...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안단말여... 한번쯤은 이래봐야혀~ ㅎㅎㅎ

 

그래도 그래도...

요샌 넘의 일 안 해주는 세상인지라...

제손으로 못하는 농사는 이젠 못 한다.

그러니 아무말 말고 웃으며 비위 맞춰야겠지...

그려...

 

하지만~ 이거는 이거고 저거는 저거여~  라고 생각하는 선녀는

세상 둥글둥글 못 살아낼 것 같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웃으며 비위맞추며 세상 사는 방법을

잘 터득을 못 해서...

 

그래서 말인데...

내도 트렉터 살껴!

그노무 트렉터 유세가 그리도 세더만!

 

그래서 말인데~~

여자는 참 힘들어... 힘이 약해서...

그 나락푸대 나도 영차 들 수 있어! 하지만 나중에 깨갱대지~

이웃 아재 나락푸대 드는 것보니까 입 벌어지더만

영차! 들어서 어깨에 딱 짊어지던걸!!

내는 허리께까지도 겨우겨우 드는데...

 

에구 속상혀!

남자로 못 태어난기!!!

 

그래서 아까 사라졌던겨...

남자! 니들이 좀 혀봐!!! 하고...

 

이 선녀! 이 밴댕이소갈딱지같으니라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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