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볏짚 걷어 묵기...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산골통신 2005. 10. 24. 19:05

그럭저럭 논 하나 마쳤다.

 

올해처럼 비가 잦은해도 없을끼라

논이 물쿵디라서 긴 장화를 신고 들어가야했고

여기저기 웅디가 있어서 빗물이 컹~ 했다.

 

진흙바닥이 미끄러워 짚단들고 트위스트를 춰야했으며

물쿵디를 피해가며 걷느라고 가랭이 찢어질뻔하기도 했다.

 

어제 할매가 물기젖은 볏짚들을 뒤집어 널어놓아서

오늘  낮에 바람이 불어 그런대로 말랐다.

 

아침에 서리도 내리고 이슬도 덜 말라

오전에 논에 갔다 허탕치기를 두어 번...

결국엔 점심 묵고 나서야~ 일을 할 수 있었다.

 

할매는 선녀 일하는 것이 여엉 맘에 안 들어...

자꾸 잔소리가 느신다.

 

"볏짚 묶는 건 이렇게 한다! 보고 배워라...

볏짚을 적당히 양손에 들고 이리저리 엇대어서 꺽어라~

그런다음 짚단에 대고 이리 묶어 잡아틀면 된다"

 

"알써요~ 알았당께요~ 잘 하잖유~ 봐유~"

 

전광화식으로 짚단을 묶어나가는 할매속도를 따라잡기란

내 살아 생전은 안될끼라~

해서 포기하고 내는 내 나름대로 해나간다.

 

이웃 할매네 집에서 짚단 긁어모으는 갈퀴를 빌려다가 해보지만

물 쿵디라서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

그냥 손으로 하는 것이 더 나아 갈퀴는 집어던지고

맨손으로 덤볐다.

 

할매는이짝부터~

선녀는 저짝부터~

 

그래도 잘 하잖유~ 구박마유~~

 

할매는 선녀 농사 못 짓게 하노라고 별 위협~ 별 공갈~ 다 치신다.

결국엔 포기하게 만들려고 그러신다.

대도시에서 잘 살다가 먼 짓거리냐고 몇년지난 지금까지도 성화시다.

 

농사지어서 돈 벌 궁리 하지럴 마라~

안해유~~

농사는 묵을 것만 해도 힘들다~

그려유~

 

하시는 말씀마다 걍 넘어가야지 거기에다가 먼 꼬리를 달았다간

난리가 난다.

귀농하는 사람은 멀 모르는 미친사람이다 이거다.

돈 싸짊어지고 와서 유유자적~ 음풍농월 한다하면 모를까...

늙어 연금갖고 조용히 내외 살자고 온다면 모를까~

 

하여간 그렇다. ㅎㅎㅎ

 

할매곁에 있다간 먼 잔소리가 나올지 몰라 멀찌감치~ 떨어져

볏짚을 걷는다.

 

논 하나 다 걷어묶고

짚단을 논 앞쪽으로 집어던진다.

논 안쪽엔 물이 흥건해서~ 마른땅 쪽으로 옮겨두었다가

내일쯤~ 조박거려야 한다.

길가쪽에 쌓아놓아야 실어나르기 좋으므로...

 

짚먼지땜에 콧속이 간질간질

재채기가 연방 터지고~

얼굴이 까끌거리고

목덜미도 따끔거리고~

손구락 끝은 아리고~

 

하여간에 해마다 짚단걷을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짚은 다 걷었는데 갈퀴가 어데갔는지 모르겠다.

이 증상도 해마다 있는 거다.

한참을 논바닥을 헤매다가 결국엔 논 한 가운데서 찾았다.

털레털레 마을을 거꾸로 돌아 그 집에 갖다주고~

돌담길을 걸어 집으로 왔다.

 

툇마루에 걸터앉아

곶감 맹글라고 매달아놓은 놈 두어 개 따묵고!

이거 얼라들 알문 난리난다.

절대 못 따묵게 했걸랑~ ㅎㅎㅎ

 

이제 가서 불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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