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메밀 다 떼간다~~~~

산골통신 2005. 10. 25. 13:53

콩도 뗀다고 하고

메밀도 뗀다고 하고~

 

그 뗀다는 말이 먼 말인지 몰라서리~

한참 갸우뚱했더랬다.

 

논 삶은다

깨찐다~

 

머 이런건 이제 익숙하고 입에도 붙었다.

헌데 콩뗀다는 말은 도무지... ㅎㅎㅎ

 

날이 계속 좋으면 콩깍지가 벌어져 콩깍지속의 콩알들이

다 뛰어나간다는 표현을

이 산골짝에선 떼간다~~ 라고 하나부드라...

 

며칠전 서리가 내렸을 적에

메밀이 그만 폭삭 주저앉았었는데~

그래도 알갱이야 덜 여물었으니까 설마~~ 했었는데...

 

오늘 가보이 그만~ 갸들도 떼갈 지경이드라~ 이거였다.

부랴부랴 할매랑 선녀랑 낫들고 멍석들고 밭으로 뛰었지~

 

밭 한 가운데 멍석깔고

메밀을 베어 나가기 시작~

서리가 내린 다음이기도 하고

또 메밀 대궁은 약하기 그지없어서~

휘딱 게딱 자빠져있고 건디리기만 하면 뚝 불개지는~

그 약함이라니...

 

또 키는 어쩌자고 그리도 컸는지 사람키만 하드라...

그렇다고 알갱이가 많이 달렸느냐 건또 아니여..

 

할매는 저 안쪽 무성히 심어져있는 곳을 맡고

선녀는 헛고랑 여기저기에 심어놓은 것들을 맡고~

 

할매가 묶기 좋게 멍석으로 갖다 날라주고

묶은 거 밭고랑에 세워놓고~ 마르라고...

 

한참을 베고 묶고 세우고.. 온 밭을 헤집고 돌아댕기다보이

에고 기운 딸려라~~

밥묵고 합시다아~~~

 

겨우겨우 다 묶어세우고

할매는 멍석들고 내려가시고~

선녀는 밭둑에 심어져있는 감나무를 올려다본다.

발간 감이 몇개 눈에 띈다.

감나무밑에 놓아두었던 감쪽대를 들고 영차 영차~ 올려본다.

 

세개 땄다.

밭둑에 그만 퍼질러 앉아 아구아구 묵었다.

배고픈 김에~

 

뱃가죽이 등가족에 붙을 정도로 배고플때에

밭에서 일한 뒤 끝~

감나무에서 따묵는 홍시 맛이라니...

말로 표현 안 헐껴...

 

두개를 순식간에 묵어치우고

한개 더 따서~ 두개를 가지고 내려왔다.

이따 얼라들 오면 노놔줄라고...

 

올해 메밀은 그런대로~ 작황은 좋은데...

팥이 그만 망쳐버렸다.

구석밭에 심었는데...

산에서 망할노무 놀갱이가 내려와 다 따묵었다.

 

밭이 텅~ 비었다. 대궁만 남아있는 팥밭이라니......으으...

 

올겨울내내 얼라들이랑 찹쌀 팥개떡이랑 붕어빵이랑

해묵을낀데...

클났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을 따야 해~ 언넝!  (0) 2005.10.28
콩 마저 다 꺾다.  (0) 2005.10.26
볏짚 걷어 묵기...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0) 2005.10.24
낙엽 골목길 쓸기...  (0) 2005.10.24
겨울 상추밭 맹글기  (0) 200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