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도 뗀다고 하고
메밀도 뗀다고 하고~
그 뗀다는 말이 먼 말인지 몰라서리~
한참 갸우뚱했더랬다.
논 삶은다
깨찐다~
머 이런건 이제 익숙하고 입에도 붙었다.
헌데 콩뗀다는 말은 도무지... ㅎㅎㅎ
날이 계속 좋으면 콩깍지가 벌어져 콩깍지속의 콩알들이
다 뛰어나간다는 표현을
이 산골짝에선 떼간다~~ 라고 하나부드라...
며칠전 서리가 내렸을 적에
메밀이 그만 폭삭 주저앉았었는데~
그래도 알갱이야 덜 여물었으니까 설마~~ 했었는데...
오늘 가보이 그만~ 갸들도 떼갈 지경이드라~ 이거였다.
부랴부랴 할매랑 선녀랑 낫들고 멍석들고 밭으로 뛰었지~
밭 한 가운데 멍석깔고
메밀을 베어 나가기 시작~
서리가 내린 다음이기도 하고
또 메밀 대궁은 약하기 그지없어서~
휘딱 게딱 자빠져있고 건디리기만 하면 뚝 불개지는~
그 약함이라니...
또 키는 어쩌자고 그리도 컸는지 사람키만 하드라...
그렇다고 알갱이가 많이 달렸느냐 건또 아니여..
할매는 저 안쪽 무성히 심어져있는 곳을 맡고
선녀는 헛고랑 여기저기에 심어놓은 것들을 맡고~
할매가 묶기 좋게 멍석으로 갖다 날라주고
묶은 거 밭고랑에 세워놓고~ 마르라고...
한참을 베고 묶고 세우고.. 온 밭을 헤집고 돌아댕기다보이
에고 기운 딸려라~~
밥묵고 합시다아~~~
겨우겨우 다 묶어세우고
할매는 멍석들고 내려가시고~
선녀는 밭둑에 심어져있는 감나무를 올려다본다.
발간 감이 몇개 눈에 띈다.
감나무밑에 놓아두었던 감쪽대를 들고 영차 영차~ 올려본다.
세개 땄다.
밭둑에 그만 퍼질러 앉아 아구아구 묵었다.
배고픈 김에~
뱃가죽이 등가족에 붙을 정도로 배고플때에
밭에서 일한 뒤 끝~
감나무에서 따묵는 홍시 맛이라니...
말로 표현 안 헐껴...
두개를 순식간에 묵어치우고
한개 더 따서~ 두개를 가지고 내려왔다.
이따 얼라들 오면 노놔줄라고...
올해 메밀은 그런대로~ 작황은 좋은데...
팥이 그만 망쳐버렸다.
구석밭에 심었는데...
산에서 망할노무 놀갱이가 내려와 다 따묵었다.
밭이 텅~ 비었다. 대궁만 남아있는 팥밭이라니......으으...
올겨울내내 얼라들이랑 찹쌀 팥개떡이랑 붕어빵이랑
해묵을낀데...
클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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