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겨울 상추밭 맹글기

산골통신 2005. 10. 22. 12:52

아마도 농사배우면서

할매 잔소리 없었으면 우얄뻔 했노~

아마 걍 얼치기로 배우고 끝낼뻔 했을끼다.

 

오늘도 변함없는 할매 잔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귀는 두개라 듣고 흘릴 수도 있는데

이노무 맴은 달랑 하나뿐이라~

차곡차곡 쌓이네그랴...

 

그래도 잔소리할 수 있는 기력이 있으셔서 그려려니~~

이 맹총가리 선녀 갈치느라고~

당신 없는 세상에서 굶지말고 살라고

그러시는걸 내 우짜란 말고...

 

상추밭 맹글게 아궁이 재쳐낸 거를

며칠 전부터 고추밭 비닐집 고랑에 갖다 부어놓았는데

미처~ 재속에 있는 못을 안 골라낸 것이 불찰 중의 불찰~

요새 아궁이에 때는 나무가 집뜯어낸 목재인고로~

못이 엄청이나 박혀있는 건데~

그걸 걍 때고 그 재를 걍 쳐냈으이...

 

평소엔 얼기미로 일일이 쳐서 못같은 것들을 골라내고

밭에 내가야하는데...

그걸 까묵었단 말씨...

 

그리고 선녀딴엔 재를 여기저기 흩뿌려놓으면 밭갈기 좋겠다~

싶어서 생각끝에 뿌려놓았건만~

할매는 한군데 소르르~ 부어놓아야 밭맹글때 갖다 뿌리기 좋다나~~

으그그...

 

하여간에 되는 일이 엄쓰~~

 

모종하고 나서 물을 뿌리냐~

모종 하기 전에 물을 뿌리냐를 두고

또 한 소릴 듣고~

 

씨를 뿌릴 때는 물을 먼저 뿌린 다음에 하고

모종을 할땐 물을 나중 뿌린단다~

 

또 작물에 따라서 틀리기도 하고~

그니께 농사일이 딱잘라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거다.

 

하여간에

고추밭 고추 두고랑 뽑아내고

말목 뽑고 줄 걷고~

한참 했다.

 

비닐걷고

소마구 거름터미 푹 썩은거 한 구루마 쳐내다가 갖다 뿌리고~

여그서 또 잔소리~

푹 썩은거 갖고 오랬지~ 덩어리 진거 갖고오랬냐~~~

으으...

내딴엔 속에꺼 파오느라고 애묵었구마는~~

 

아궁이 재뿌리고 거름뿌리고  당가루 썩은거 뿌리고 등등해서

호미로 이리저리 파뒤엎어

밭을 맹글었다.

 

상추모종이 없어서 걍 씨를 뿌릴까~~

이제나 저제나 했었는데

 

마침 어제 이웃 비닐집에 상추모종을 하드라구~

할매가 기웃기웃~

 

남은거 없소~~  했더이

오늘식전에 그집 할매가 한다라나 갖다주시네그랴~

워메 고마운거!

 

재작년인가...

그집 상추모종 없을적에 울집 모종 준 적이 있었더랬지~

암... 가는 것이 있음 오는 것도 있는 벱이여~ ㅋㅋㅋ

 

하여간에 모종얻은 김에 밭 맹글어

부지런히 심었다.

한 골에 다섯개씩 주욱~~

 

아고~ 모종 모자른다.

나머지 밭엔 청경채랑 쑥같이랑 되는대로 뿌리고

그래도 남는 밭엔 시금치랑 적상추씨 뿌리기로 했다.

 

마당 샘가에 호스를 연결해서

물을 푹~~ 줬다.

 

올 겨우내내 비닐 덮어주고 물주고 정성 들여야겠네~

그래야 푸른채소 얻어묵지.

 

에고~ 할매 잔소리 듣느라고 언제 상추밭 다 맹글었는지 몰겠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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