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비가 뿌린다.

산골통신 2005. 10. 21. 10:35

가을비!

 

수확철의 비는 그리 반갑지 않지...

그래도 어짜니...

오겠다는데...

 

식전에 콩꺽어 묶어놓다가 비를 만나

어서 실어나르려고 했지만

비가 먼저 들이닥쳤다.

 

노련한 농사꾼같으면사~ 걍 비가 오거나 말거나 상관않고

콩단을 이고지고 날랐으련만...

 

우리는 얼치기 농사꾼이라~

에라~ 하늘이 말리는데 어짜랴~

할 수 없다. 걍 들어가자~~

 

이러곤 질금콩 비닐이나 덮어놓고 쭐레쭐레 집으로 밥묵으러 가버렸다.

 

대신에

콩단나르러 가다가 소마구에 깔아줄 톱밥푸대들 비맞고 있는걸보고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영차 영차 이고지고 날랐다.

내게 뭔힘이 이리도 있었던가...

ㅎㅎㅎ 초인적인 힘이 솟아났나~

 

나무꾼은 콩단 나르러가는데

선녀는 콩단은 비와서 못 날러~~ 하고는 뒤쳐져서

톱밥 수십푸대를 끌어내려 비 안 맞게 들여놓았다.

 

에고 허리야...

무릎도 시큰거리고...

말이 수십푸대지~ 으흥...

 

할매는 식전부터 움직이셔서 몸이 고단하신가

황토방 찜질 중이시다~ ㅎㅎㅎ

조용히... 하시게 안 들여다봤다.

 

달구 한마리가 울집 마당에서 얼쩡거린다.

너 누구니? 뉘집 닭이니?

쫒아도 집으론 안 가고 엉뚱한데로 간다.

억지로 구석으로 몰아서 잡았는데~

너 잡히는거 보니까~ 집나온 닭이구나.

우리 산닭들은 안 잡히는데! 얼매나 날쌘데~

 

잡아서 할매네 닭집으로 들여놓아줬는데~

아까 보니까 또 와있어???

얘가 참 희한한 앨쎄?

너 누구니???

설마~ 알자리 보러 돌아댕기는거니?

또 아무데나 낳아놓고 까묵을려고?

 

비가 와서 아무것도 못 한다.

이런 날엔 구들장에 부지런히 엑스레이 찍는 수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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