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다 털었다.
시방 소쿠리에 씻어 건져 물 빼고 있다.
점심묵고 나서 햇살바른 곳에 내다 말리면 된다.
들깨는 참 잘 말러... 가벼워서...
그런데도 기름이 짜이고 가루가 나오니 ㅎㅎㅎ
새벽에... 달빛이 너무 좋아~ 마루에서 서성이다가...
잠이 들었던가...
이른 아침... 달빛은 어데가고..
안개만이 자욱...
참 좋은 풍경...
일찌감치 얼라들 학교보내놓고...
집앞 골목길 낙엽 쓸었다.
호두나무 잎이 크기도 하려니와~ 한꺼번에 안 떨어지구~ ㅎㅎㅎ
이틀 꼴로 쓸어내야 한다.
그래도 아궁이 불 땔때 불쏘시개로 쓰면 아주 그만이여~~
그래서 아궁이 한짝에 모아두고 있다.
한참 쓸어낸 다음~
나락 널러 갔다.
첫날은 이슬이 걱정되어 비닐을 씌웠었는데~
그담날 아침에 가보이 물이 흥건~~~
에이~ 안 되겠다~
이웃들도 비닐을 안 덮는단다...
오늘 아침 가보이 역시... 안 덮은 것이 더 나았어...
건조망을 펼치고 갈퀴로 이리저리 펴 널었다.
그래도 이틀 해봤다고 솜씨가 좀 늘었네~ ㅎㅎㅎ
내처~ 쉬지도 못 하고 뒷골밭으로 올라간다.
들깨 털던거 마저 털어야쥐이~
윗밭에 것은 어제 털었고
오늘은 언덕밭~ 자투리밭에 심었던 것들 털어야 한다.
그래도 제법 많네...
털 데가 마땅찮아~ 길가로 나섰다.
멍석을 길가에 주욱~ 펴놓고 들깻단을 줄지어 놓고
도리깨로 쳐댄다.
이웃 밭에선 내외가 막대기로 일일이 치는데
우린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ㅎㅎㅎ 팔 아파서...
손가락에 물집 잡히지~ 팔 아푸지 손목 떨어져나가지~ ㅎㅎㅎ
도리깨로 막 쳐때린다.
첨엔 살살~ 나중엔 팍팍!
도리깨는 할매가 전문이다.
선녀는 나중에 한번 손대봤다~ ㅎㅎㅎ
다 턴 깻단을 밭둑가에 쳐무져놓고
들깨알 모아서 얼기미로 쳐서 푸대에 일일이 담았다.
멍석 말아 접어 개고 이런저런 도구들 챙겨 집에 왔다.
자아... 선풍기에 날리야지~
옛날엔 일일이 얼기미로 쳐서 치로 쳐서 했다는데~
요즘 세상에 그리 하다간 몸살나여~
선풍기 바람을 세게 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리부으면~
바람에 검부지기는 날려가고 알곡만 아래로 줄줄 떨어지지...
옛날에... 이웃집 할매가 돌아가시기 전에 한탄하시길...
"우리 며느리는 치질 못 하는데~ 깨를 어떻게 까불꼬... 내없으면 어쩔꼬..."
나중에 이웃 할매들이 눈여겨보이~
그 며느리~
선풍기 두대갖고 잘만 까불르드라~ ㅎㅎㅎ
그러면서 동네 할매들 모여서 우스개하셨단다...
그 할매 그리도 걱정하더이~ 하면서...
요샌 다들 선풍기로 한다.
우리도 멍석 좌악~ 펴놓고 선풍기 한대 갖다놓고
신나게 했다.
좋은 알곡들 따로 모아 담고~
덜 날린 것들 다시 한번 내리붓고~ 자꾸 하다보면
검부지기들은 다 날라가고 깨끗하게 알곡들만 수북히 모여지지...
들깨가 한 가마니는 족히 나왔다.
올해 깨농사 참 잘 되었네...
샘가로 가져가 큰 통에 씻어 건져 소쿠리에다 담았다.
물이 빠진 다음~ 말려야 한다.
물 빠지면 참 가볍다.
오늘 날이 참 따시다...
나락 말리는 데는 좀 그래도~ 일하는 데는 참 좋드라...
일 다 끝내고 옷꼬라지 몸꼬라지를 보이~
깨알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머리칼속에서도 튕겨나오고~
목덜미에서도~ 팔목에서도~
신발속에서도~ ㅎㅎㅎ
아무래도 온몸 대청소해야지~ ㅎㅎㅎ
오늘 점심은 열무국수~
열무김치 담궈놓은거이 맛이 들어~
틀국시 삶아씻어건져 한 양푼 만들어 묵었다.
내일은 콩 꺽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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