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희덕이네 할매 전화가 불났었나보다.
할배가 귀가 어두우셔서 잘 못 받으셨다.
손녀를 보내 연락을 했으나 또 못 만났다.
희덕이네 할매 애가 달아~
막 찾아나섰나 보다.
"사돈요~ 사돈요~~ 논에 갓돌림 해놓으시소~
오늘 오후에 논에 들어간다이더!~~~"
먼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은 모르는 말이지...
할매하고 희덕이네 할매하고는 작은집 사돈간이다.
작은집 오라비가 마을혼사를 했기때문에 이웃하고 산다.
차나락 논에 네 귀퉁이 벼를 베어놓아야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미리 해놓으란 그런 야그다.
인석이네 벼 베러 시방 논에 들어갔으니 이따 오후에 차례가 온다 이거다~ ㅎㅎㅎ
들깨 털러 뒷골밭에 올라갔다가~
처마하는 업자가 들이닥쳐 공사를 하는 바람에 또 쪼차내려왔다가~
방아간 기계 업자가 새로 막 싣고 와서 할매 오데가셨냐고 그러는 바람에
또 뒷골밭 쪼차올라갔다가~~
결국엔 구관이 명관이라~~ 현미가 되는 기계가 아니라~ 퇴짜놓고~
세상에... 약간 누런쌀을 현미라고 그러네 참~ 그러게 눈으로 보지않고는
못 믿는 세상여...
해서 뒷골밭을 올라가느냐~ 마느냐를 한참 따지고 있는데...
희덕이네 할매를 만난거이다~
당근 논으로 가야지비...
낫 두 개 숫돌에 싹싹 갈아갖고~
수레에 나락담을 푸대 스무여남은개 싣고 나락널 건조망 싣고
털털거리고 내려갔다.
올해는 비가 잦아 논이 바짝 안 말랐다.
해서 목긴장화를 신던가 물장화를 신어야 한다.
처마공사하는 이는 냅두고 엄마 논에 갔다해라~~ 해버렸다.
잘 해주겠지...
네 귀퉁이 첫머리에서 할매랑 선녀랑 갈라섰다.
좌악~~ 베나가서 저짝 끝에서 만납시데이...
네 귀퉁이는 한참 베야하고 콤바인이 들어서 자리를 냄겨놔야 하니까...
아우... 할매 대단하시네~ 벌써 저짝까지 가셨으...
분발해야지...
싹싹~ 쓱쓱~
사각사각 소리도 참 듣기 좋다.
메뚜기는 다 어데로 도망갔노~ 낫질 무섭다고 다 튀었나...
논둑에 가을 들풀들 무성하게도 자라~ 길을 막는다.
논둑콩 덤불도 이리저리 자빠져서 그놈도 걷어놓느라...
진도가 안 나간다.
한참만에야 저짝 논귀퉁이 접어들었다.
에고 허리야...
앉았다 일어섰다... 운동 한참 하고...
끝까지 갔다.
날도 좋고~ 덥지도 않고~
이제 콤바인 들어와도 문제없겠네...
나락 푸대 나오는대로 길에 널어 말려야지...
바싹 말려서 들여놓아야지...
그래야 방아도 잘 찧여지고 맛도 좋고 그랴...
이제 추수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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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는 다 달았고~ 논 갓돌림도 다 해놓았고~
들깨는 해가 중천에 떠서 다 튀어나가므로~ 손도 못 대겠고~
깻단들은 주로 식전에 해야한다. 왜냐하면 햇살에 이슬이 말라버리면
깨알들이 다 튀어나가~ 온데사방 흩어지기땜시~ 허망하다!!!
해서~ 하릴없이~ 돌아댕기다가~
황토방에 들어가서~ 뒹굴뒹굴~~ 찜질하다가...
따땃한???? 툇마루에서 해바라기하다가~~
논에 콤바인 들어가나.... 소리만 귀기울이며...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던가봐...
느닷없이 깨우는 소리...
콤바인 오늘 못 한단다~ 과수원(그 집은 사과농사도 한다)
사과 돌리러??? 갔단다~ ㅎㅎㅎ
에잉??? 머여?? 오늘 벼 못 베는거여?
그럼 뜰깨도 못 털고~ 벼도 못 베고~ 공치는 날 아녀???
에라~~ 그럼 본격적으로 자자~~~~~~~~~~~~~~~
해거름에~ 빵빵~~ 거린다.
먼고... 내다보이~ 언넝 논으로 오란다.
잠깐 베잔다~~
사과 다 돌리고 왔단다~ ㅎㅎㅎ
사과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게 이리저리 돌리는 걸 말하나부다.
우리 차나락 논은 서마지기밖엔 안되니께~ 금방 할 수 있단다...
해서 쪼차갔지~~ 잘 되얐다!
그럼 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말릴 수 있으니께~ 참 좋네~
타작마당도 우리가 쓸 수 있고~ 손뼊을 쳤다!!!
푸대를 기계에 다 끼우고 콤바인 들어간다~~ 기계소리 먼지~ 대단하다.
나락이 다 담긴 푸대가 세개씩 네개씩~ 막 떨어진다.
볏짚은 기계 뒤로 차라라락~~ 줄지어 떨어진다.
볏짚 말려서 걷어 묵어 조박거릴 일거리가 머릿속에 떠올라~ 한숨이 나오지만...
건조망을 타작마당 길에 좌악~ 깔고
나락푸대를 영차 영차 들어 날랐다.
마지막으로
갓돌림 한 볏단들 다 콤바인한테 들어날라 주고~ 나니 한 시간도 안 걸리네 그랴...
할매는 참 가지러 들어가시고~
푸대가 모자라~ 작은놈 꼬맹이 집으로 심부름 시키고~
올핸 풍년이네?? 작황이 좋은가봐??? 몇 푸대 더 낫네??
해마다 추수풍경이 이렇다.
동네 사람 보기 힘들고 구경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고
각자~ 자기일에 바쁘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그런 가을추수 풍경이지...
그래도 항상
우리 논 있는 곳은 마을 중간쯤이라 새참 먹을 때는 사람들이 벅적거리는데...
다 끝나고 치우고 있는데 할매 새참내갖고 오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녀가 새참하고 할매가 콤바인 뒷수발했는데...
올해부터 뒤바뀌었네...
마을 삼거리에 모여앉아 새참을 든다.
성렬이네 할매 삼거리 모자
상진네 아재 콤바인 내외~
울 얼라들~ 이케 여럿이 모여 먹었다.
머 새참이라해봤자~ 삶은 계란과 음료수 맥주 머 이런거다.
곧 저녁이므로~ 배부른거 할 수가 없걸랑... 밥맛 없다고...
홀가분한 맘으로 집으로 왔다.
내일부터 나락먼지 들이마시며 나락 말려야겠군...
사나흘 계속 날이 좋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비라도 퍼붓는 날은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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