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차나락 논 갓돌림하러 가다.

산골통신 2005. 10. 15. 13:46

아침부터 희덕이네 할매 전화가 불났었나보다.

할배가 귀가 어두우셔서 잘 못 받으셨다.

 

손녀를 보내 연락을 했으나 또 못 만났다.

희덕이네 할매 애가 달아~

막 찾아나섰나 보다.

 

"사돈요~ 사돈요~~ 논에 갓돌림 해놓으시소~

오늘 오후에 논에 들어간다이더!~~~"

 

먼 말인지 아는 사람은 알고 못 알아 듣는 사람은 모르는 말이지...

 

할매하고 희덕이네 할매하고는 작은집 사돈간이다.

작은집 오라비가 마을혼사를 했기때문에 이웃하고 산다.

 

차나락 논에 네 귀퉁이 벼를 베어놓아야 콤바인이 들어갈 수 있다고

미리 해놓으란 그런 야그다.

인석이네 벼 베러 시방 논에 들어갔으니 이따 오후에 차례가 온다 이거다~ ㅎㅎㅎ

 

들깨 털러 뒷골밭에 올라갔다가~

처마하는 업자가 들이닥쳐 공사를 하는 바람에 또 쪼차내려왔다가~

방아간 기계 업자가 새로 막 싣고 와서 할매 오데가셨냐고 그러는 바람에

또 뒷골밭 쪼차올라갔다가~~

 

결국엔 구관이 명관이라~~ 현미가 되는 기계가 아니라~ 퇴짜놓고~

세상에... 약간 누런쌀을 현미라고 그러네 참~ 그러게 눈으로 보지않고는

못 믿는 세상여...

 

해서 뒷골밭을 올라가느냐~ 마느냐를 한참 따지고 있는데...

희덕이네 할매를 만난거이다~

 

당근 논으로 가야지비... 

낫 두 개 숫돌에 싹싹 갈아갖고~

수레에 나락담을 푸대 스무여남은개 싣고 나락널 건조망 싣고

털털거리고 내려갔다.

 

올해는 비가 잦아 논이 바짝 안 말랐다.

해서 목긴장화를 신던가 물장화를 신어야 한다.

 

처마공사하는 이는 냅두고 엄마 논에 갔다해라~~ 해버렸다.

잘 해주겠지...

 

네 귀퉁이 첫머리에서 할매랑 선녀랑 갈라섰다.

좌악~~ 베나가서 저짝 끝에서 만납시데이...

네 귀퉁이는 한참 베야하고 콤바인이 들어서 자리를 냄겨놔야 하니까...

 

아우... 할매 대단하시네~ 벌써 저짝까지 가셨으...

분발해야지...

싹싹~ 쓱쓱~

사각사각 소리도 참 듣기 좋다.

메뚜기는 다 어데로 도망갔노~ 낫질 무섭다고 다 튀었나...

논둑에 가을 들풀들 무성하게도 자라~ 길을 막는다.

논둑콩 덤불도 이리저리 자빠져서 그놈도 걷어놓느라...

진도가 안 나간다.

 

한참만에야 저짝 논귀퉁이 접어들었다.

에고 허리야...

앉았다 일어섰다... 운동 한참 하고...

끝까지 갔다.

 

날도 좋고~ 덥지도 않고~

이제 콤바인 들어와도 문제없겠네...

나락 푸대 나오는대로 길에 널어 말려야지...

바싹 말려서 들여놓아야지...

그래야 방아도 잘 찧여지고 맛도 좋고 그랴...

 

이제 추수철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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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는 다 달았고~ 논 갓돌림도 다 해놓았고~

들깨는 해가 중천에 떠서 다 튀어나가므로~ 손도 못 대겠고~

 

깻단들은 주로 식전에 해야한다. 왜냐하면 햇살에 이슬이 말라버리면

깨알들이 다 튀어나가~ 온데사방 흩어지기땜시~ 허망하다!!!

 

해서~ 하릴없이~ 돌아댕기다가~

황토방에 들어가서~ 뒹굴뒹굴~~ 찜질하다가...

따땃한????  툇마루에서  해바라기하다가~~

논에 콤바인 들어가나.... 소리만 귀기울이며... 있었는데...

깜박 잠이 들었던가봐...

 

느닷없이 깨우는 소리...

콤바인 오늘 못 한단다~ 과수원(그 집은 사과농사도 한다)

사과 돌리러??? 갔단다~ ㅎㅎㅎ

 

에잉??? 머여?? 오늘 벼 못 베는거여?

그럼 뜰깨도 못 털고~ 벼도 못 베고~ 공치는 날 아녀???

에라~~ 그럼 본격적으로 자자~~~~~~~~~~~~~~~

 

해거름에~ 빵빵~~ 거린다.

먼고... 내다보이~ 언넝 논으로 오란다.

잠깐 베잔다~~

사과 다 돌리고 왔단다~ ㅎㅎㅎ

사과가 햇빛을 잘 받을 수 있게 이리저리 돌리는 걸 말하나부다.

 

우리 차나락 논은 서마지기밖엔 안되니께~ 금방 할 수 있단다...

해서 쪼차갔지~~ 잘 되얐다!

그럼 낼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말릴 수 있으니께~ 참 좋네~

타작마당도 우리가 쓸 수 있고~ 손뼊을 쳤다!!!

 

푸대를 기계에 다 끼우고 콤바인 들어간다~~ 기계소리 먼지~ 대단하다.

나락이 다 담긴 푸대가 세개씩 네개씩~ 막 떨어진다.

볏짚은 기계 뒤로 차라라락~~  줄지어 떨어진다.

볏짚 말려서 걷어 묵어 조박거릴 일거리가 머릿속에 떠올라~ 한숨이 나오지만...

 

건조망을 타작마당 길에 좌악~ 깔고

나락푸대를 영차 영차 들어 날랐다.

 

마지막으로

갓돌림 한 볏단들 다 콤바인한테 들어날라 주고~ 나니 한 시간도 안 걸리네 그랴...

 

할매는 참 가지러 들어가시고~

푸대가 모자라~ 작은놈 꼬맹이 집으로 심부름 시키고~

올핸 풍년이네??  작황이 좋은가봐??? 몇 푸대 더 낫네??

 

해마다 추수풍경이 이렇다.

동네 사람 보기 힘들고 구경하는 사람도 보기 힘들고

각자~ 자기일에 바쁘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그런 가을추수 풍경이지...

 

그래도 항상

우리 논 있는 곳은 마을 중간쯤이라 새참 먹을 때는 사람들이 벅적거리는데...

다 끝나고 치우고 있는데 할매 새참내갖고 오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녀가 새참하고 할매가 콤바인 뒷수발했는데...

올해부터 뒤바뀌었네... 

 

마을 삼거리에 모여앉아 새참을 든다.

성렬이네 할매 삼거리 모자

상진네 아재   콤바인 내외~

울 얼라들~ 이케 여럿이 모여 먹었다.

 

머 새참이라해봤자~ 삶은 계란과 음료수 맥주 머 이런거다.

곧 저녁이므로~ 배부른거 할 수가 없걸랑... 밥맛 없다고...

 

홀가분한 맘으로 집으로 왔다.

내일부터 나락먼지 들이마시며 나락 말려야겠군...

사나흘 계속 날이 좋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비라도 퍼붓는 날은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