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쌀 방아 찧는 기계가 말썽이라...

산골통신 2005. 10. 14. 15:41

할매는 시방 마을 첫머리 성호할배네 방아기계를 보러가셨다.

지팡이 짚고 허둥지둥~~

성호할배~ 오토바이 뒤에 타라고 손짓하신다.

아이고 할매요~  스쿠터 타시고 가쇼...  건 폼으로 모셔둘꺼유???

 

성호할배~ 왜 집에 논 차나락 안 베느냐고~

언넝 갓돌림 해놓으라고 쪼차오셨다.

성호할배네 집에서 보면 배골뜰이 다 보이는데...

우리 차나락만 안 베고 버티고 있더란다.

 

우린 바짝 말려서 베려고 미루고 있었징...

나락 볕에 널어 말리는거이 장난이 아이걸랑...

하루라도 땡길라고 미뤘던거인디...

 

갓돌림 하자고 낫 들고 숫돌 들고 나서시는걸

오늘은 방아기계나 둘러보고 오시고~ 낼식전부터 하자 했다.

 

아까 방아기계 아저씨들이 왔는데

왜 기계가 문제냐고 사람이 잘 못써서 문제지~~ 하면서 큰소리들이다.

 

기계는 암말없는데 사람이 말이 많다 이거여~ 시방???

속으로 은근히 화가 치미는데...

참았다.

 

한번 찧어보자!

나락을 창고에서 꺼내왔다. 낑낑~

들이붓고 시작하는데...

왜 이 아저씨들이 하면 잘 되는겨...

이상하테...

 

한참을 하다가 깨달은기...

아하~

아저씨들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원인을 알았다.

기계가 문제가 아니고... 나락이 문제였다는 것을...

머 나락이 잘못이라는거이 아니라...

 

철이 문제란 말여...

나락을 갓 베었을때는 벼가 여물어 바짝 말라있으니까

껍디가 잘 까지는데~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하면 나락이 서서히~ 깨어나서

싹틔울 준비를 하니까... 갸도 생명이 있는 아~ 니까~

껍디가 바짝 붙어 안 떨어질라카는기라...

그 심오한 자연의 법칙이...

이 방아찧는데에도 해당이 되었던기라..

 

해서 방아간에서도 그걸 안다네???

여름지난 쌀은 잘 안 찧어진다는 것을...

 

하여튼!

현미는 이제 잘 나오게 되었는데...

찧는 과정이 거북해서 죽갔다.

한번 넣어서 완전하게 안 나오고 또 넣어야 하고~

또 넣어야 하니까...

 

헌디... 아자씨들 다 보내고~ 치우고 있는데...

성호할배 오토바이 타고 오셔설랑~

우리는 나락 붓기만 하면 한번에 현미고 머시고 다 찧어나오는데

여기는 왜 이리 거북하냐고~ 왜 뉘가 섞여나오느냐고

우리는 그런거 없다고~ 막 뭐라 하시네..

 

해서 시방 할매~ 열이 나셔서 성호할배 따라나서셨다!!!

보고 좋으면 기계 바꾸신단다~ ㅎㅎ

할매 열나시면 아무도 못 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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