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풀로 차린 밥상..

산골통신 2005. 10. 13. 14:25

첨엔 풀 뜯으러 올라간건 아니었다.

 

전에 나무꾼이랑 선녀랑

삽들고 호미들고 낑낑대며 만들어 열무씨 뿌려놓은 비탈밭에

오늘 점심 먹을 만치만~ 솎아오자~~ 싶어

바구니 옆에 꿰차고 올라갔지비...

 

올라가는 길에 대추나무에 끝물 대추 열렸길래 냉큼 따서

입에 던져넣고~ 

우물우물~~~ 하며 올라가는 길에

홍시감 하나 발갛게 익었길래 입에 든 대추씨 휙~ 뱉아내고

홍시 하나 따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주섬주섬~ 닦아서

한입에 다 털어넣고~

 

산도랑가 옆 비탈에 머구순이 새로 돋았길래

저거 된장에 무쳐묵으면 입맛이 돌겠네... 침이 고인다.

해서 열무 솎으러간 기억은 홀라당~ 산너머로 날려버리고

주저앉아 머구순을 열심히 바구니 하나 가득 뜯었다.

 

아... 내가 열무솎으러 왔던 길이었더랬지.. 글쿠나..

다시 일어나

비탈밭으로 간다.

 

우와... 솎아도 솎아도 또 자라올라오는 열무들이여...

ㅎㅎㅎ 입 째진다.

할매가 씨가 너무 달다고 달구들한테 뽑아 던져주시는 바람에

선녀한테 무지 원성을 사고 있는디..

언넝 솎아가서 무쳐묵어야지...

 

부지런히 솎아내서 바구니 그득~~ 채운다음...

또 저위~ 산밑밭이 궁금해서... 바구니는 냅두고 올라간다.

 

민들레와 씀바귀 속새 칼속새들이 지천으로 돋아있다.

쑥부쟁이 미역취들도 발 디딜틈도 없이 나있고...

참나물도 엄청나게 번식들을 해서... 입 벌어진다.

 

퍼질러앉아 민들레잎 뜯고 씀바귀도 속새도...

열심히  뜯었다.

이거 갖다 푹 데쳐서 양념된장에 무쳐묵어야지...

오늘 점심밥상은 이걸로 당첨이여...

 

이런 풀들은 잡초라 하면 잡초요~

나물이라 하면 나물이겠지...

보는 사람 따라 다르고~

계절따라 다르고~

자라고 있는 터 따라 다르다.

또! 중요한 건! 보는 사람의 심사가 어떤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ㅋㅋㅋ

 

그날따라 심사가 꼬였으면 온통 잡초라 뽑혀지는 신세가 되고~

심사가 고이~ 잔잔해진 날이면...

이쁜 나물로 둔갑을 해서... 그날 밥상에 올려지는 귀빈대접을 받지비...

머 풀 입장에서 보면 이러나 저러나~ 그 신세가 그 신세다마는~ 쯔비...

 

하여간 한바퀴~ 휘휘돌아

바구니 가득채워 옆에 끼고 내려왔다.

이거 언제 다듬어 씻어 밥상에 올리노...

또 선녀 욕심부렸네...

 

나무꾼은 이름자 그래도 현대판 나무꾼이 되어

전기톱 소리 요란하게~ 또 나무를 썰고 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나무들 다 썰어쟁이는 중이다.

 

"이거면 올 겨울내내 때겠지~~~"

하고 나무꾼 큰소리 친다.

 

"어림없지~ 이거갖고 한달이나 넉넉히 땔까나..."

선녀는  옆에서 염장을 지른다.

 

군불때보면 알겠지만 나무가 엄청나게 헤푸다.

아무리 장작더미를 산같이 쌓아두어도 금방 번쩍이다.

 

열무씻어 소금에 살짝 절여 들기름 고추가루에 버무리고~

민들레 씀바귀 속새 참나물 씻어 끓는 물에 데쳐 양념된장에 무치고~

머구잎 씻어 데쳐 또 손으로 쓱쓱~~ 무치고~

 

멸치 다시마 우린 물에

된장 한숫갈 풀고 끓이다가~

 

후닥닥!

뒷뜰로 나가 텃밭 배추 두어 포기 뽑아

씻어 뚝뚝 손으로 잘라 넣고...

 

집옆에 텃밭이 있으면~ 얼매나 좋은지...

반찬 하다 말고 나가서 이것저것 뜯어와서 금시~ 조달할 수가 있걸랑...

 

선녀한텐 텃밭과 산이 시장이요 수퍼마켓이다.

 

해서...

산초장아찌 조금 내고

배추 된장국 놓고

열무겉절이 한 접시

민들레 씀바귀 속새 모듬나물 한 접시~

머구 한 접시~

 

음... 풀로 차린 밥상이구마...

 

나무꾼이

나무를 베다가 톱이 고장났는지 밥부터 묵고 하자고  들어온다.

 

가을나물들이라 질길줄 알았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하더라..

한 접시씩 싹~ 다 비웠다.

나무꾼은 살짝 싱겁게 끓인 배추된장국 국물이 시원타고...

선녀는 머구나물이 맛있다고~

보리밥 두 그릇씩 비웠다.

 

쪼매 쉰 다음...

또 나무 톱질해야지...

그리고 헛간에 쟁여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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