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풀 뜯으러 올라간건 아니었다.
전에 나무꾼이랑 선녀랑
삽들고 호미들고 낑낑대며 만들어 열무씨 뿌려놓은 비탈밭에
오늘 점심 먹을 만치만~ 솎아오자~~ 싶어
바구니 옆에 꿰차고 올라갔지비...
올라가는 길에 대추나무에 끝물 대추 열렸길래 냉큼 따서
입에 던져넣고~
우물우물~~~ 하며 올라가는 길에
홍시감 하나 발갛게 익었길래 입에 든 대추씨 휙~ 뱉아내고
홍시 하나 따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주섬주섬~ 닦아서
한입에 다 털어넣고~
산도랑가 옆 비탈에 머구순이 새로 돋았길래
저거 된장에 무쳐묵으면 입맛이 돌겠네... 침이 고인다.
해서 열무 솎으러간 기억은 홀라당~ 산너머로 날려버리고
주저앉아 머구순을 열심히 바구니 하나 가득 뜯었다.
아... 내가 열무솎으러 왔던 길이었더랬지.. 글쿠나..
다시 일어나
비탈밭으로 간다.
우와... 솎아도 솎아도 또 자라올라오는 열무들이여...
ㅎㅎㅎ 입 째진다.
할매가 씨가 너무 달다고 달구들한테 뽑아 던져주시는 바람에
선녀한테 무지 원성을 사고 있는디..
언넝 솎아가서 무쳐묵어야지...
부지런히 솎아내서 바구니 그득~~ 채운다음...
또 저위~ 산밑밭이 궁금해서... 바구니는 냅두고 올라간다.
민들레와 씀바귀 속새 칼속새들이 지천으로 돋아있다.
쑥부쟁이 미역취들도 발 디딜틈도 없이 나있고...
참나물도 엄청나게 번식들을 해서... 입 벌어진다.
퍼질러앉아 민들레잎 뜯고 씀바귀도 속새도...
열심히 뜯었다.
이거 갖다 푹 데쳐서 양념된장에 무쳐묵어야지...
오늘 점심밥상은 이걸로 당첨이여...
이런 풀들은 잡초라 하면 잡초요~
나물이라 하면 나물이겠지...
보는 사람 따라 다르고~
계절따라 다르고~
자라고 있는 터 따라 다르다.
또! 중요한 건! 보는 사람의 심사가 어떤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ㅋㅋㅋ
그날따라 심사가 꼬였으면 온통 잡초라 뽑혀지는 신세가 되고~
심사가 고이~ 잔잔해진 날이면...
이쁜 나물로 둔갑을 해서... 그날 밥상에 올려지는 귀빈대접을 받지비...
머 풀 입장에서 보면 이러나 저러나~ 그 신세가 그 신세다마는~ 쯔비...
하여간 한바퀴~ 휘휘돌아
바구니 가득채워 옆에 끼고 내려왔다.
이거 언제 다듬어 씻어 밥상에 올리노...
또 선녀 욕심부렸네...
나무꾼은 이름자 그래도 현대판 나무꾼이 되어
전기톱 소리 요란하게~ 또 나무를 썰고 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나무들 다 썰어쟁이는 중이다.
"이거면 올 겨울내내 때겠지~~~"
하고 나무꾼 큰소리 친다.
"어림없지~ 이거갖고 한달이나 넉넉히 땔까나..."
선녀는 옆에서 염장을 지른다.
군불때보면 알겠지만 나무가 엄청나게 헤푸다.
아무리 장작더미를 산같이 쌓아두어도 금방 번쩍이다.
열무씻어 소금에 살짝 절여 들기름 고추가루에 버무리고~
민들레 씀바귀 속새 참나물 씻어 끓는 물에 데쳐 양념된장에 무치고~
머구잎 씻어 데쳐 또 손으로 쓱쓱~~ 무치고~
멸치 다시마 우린 물에
된장 한숫갈 풀고 끓이다가~
후닥닥!
뒷뜰로 나가 텃밭 배추 두어 포기 뽑아
씻어 뚝뚝 손으로 잘라 넣고...
집옆에 텃밭이 있으면~ 얼매나 좋은지...
반찬 하다 말고 나가서 이것저것 뜯어와서 금시~ 조달할 수가 있걸랑...
선녀한텐 텃밭과 산이 시장이요 수퍼마켓이다.
해서...
산초장아찌 조금 내고
배추 된장국 놓고
열무겉절이 한 접시
민들레 씀바귀 속새 모듬나물 한 접시~
머구 한 접시~
음... 풀로 차린 밥상이구마...
나무꾼이
나무를 베다가 톱이 고장났는지 밥부터 묵고 하자고 들어온다.
가을나물들이라 질길줄 알았는데 그런대로 먹을만하더라..
한 접시씩 싹~ 다 비웠다.
나무꾼은 살짝 싱겁게 끓인 배추된장국 국물이 시원타고...
선녀는 머구나물이 맛있다고~
보리밥 두 그릇씩 비웠다.
쪼매 쉰 다음...
또 나무 톱질해야지...
그리고 헛간에 쟁여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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