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하루종일 땔나무 톱질하다...

산골통신 2005. 10. 11. 21:59

다리가 후들거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온몸에 톱밥이 까끌거리고...

머리칼은 까치둥지처럼 되어버렸고...

얼굴은 아궁이 불때다가 껌정이 묻어 인디언 아지매같고...

웃도리가 아랫도리고간에~

무신넘의 먼지가 이리도 많이... 털어도 털어도 안 지워지네...

 

학교갔다 온 배고픈 애벌레???가

아닌 배고픈 얼라들은 선녀뒤만 졸랑졸랑...

아침에 반죽해놓은 만두피갖고 만두해먹이고나이~

선녀몸뚱아리에 허연 밀가루까정~ 합세해... 몰골이... 희한도 않더라...

 

그 와중에 컴 고치러 온 아저씨~

너무 늦게 오셔서 끼니를 거르시고 계시길래

두 손 허연채로~ ㅎㅎㅎ

그 몰골 그대로 군만두 두 접시 해다드렸지...

 

뜰아랫채 뜯은 나무들 오늘 몽땅 썰었다.

그동안 비에 젖어있어서 바로 때긴 뭐하고해서 마당에 널어 말리는 중이다.

이웃 과수원 오라비가 준 전지한 사과나무들도 죄다 썰어놓았다.

올 겨울내내 땔나무 걱정 안 해도 될라나...

나무 때기로 말하자면 헤푼데...

 

해거름에 아궁이 두 곳에 통나무장작 막 쳐밀어넣고 불을 팍팍 땠다.

요즘 그 재미에 산다.

낮에 햇살이 하도 따가워 애묵었다.

그래도 이기 어디냐 싶어 군소리도 안 했네~

 

 

토란대는 아주 잘 말랐다.

내일 하루만 더 마르면 완전하겠다.

글피쯤 비가 뿌린다니~

그 전에 갈무리 다 해놓아야지...

 

굴뚝에 연기가 바람에 획휙~ 날라간다.

오늘 하루종일 찌그러져있던 선녀 맴도 휙~ 날려버려라...

 

나무꾼 톱으로 썰고 선녀는 잡아주고~

착착~ 톱질도 거 힘든데... 아무리 전기톱이라지만...

 

아마 선녀 혼자 걍 톱으로 했으면 며칠동안 했어야 할 일을...

전기톱 하나로 하룻만에 다 해치워버렸다. 다행이여...

 

아침에... 기분도 꾸리꾸리하고~ 지랄같아서

텃밭에 가꾸는 배추밭에 가봤지...

벌레들이 많에... 나비들 팔랑팔랑 댕기네~

 

어디보자... 잎 구석구석 딜다보이~

이놈! 까만 애벌레

요놈! 초록 애벌레 이거봐~ 거기 왜 들앉아있어~ 나와~~

까만 풍댕이같은 놈~ 야야~~ 너혼자 배추 꼬갱이 다 쳐묵나~

이따만한 애벌레가 들앉아있네그랴...

 

싹싹 잡아낸다.

허리가 아푸다. 일어섰다 앉았다~ 에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

한참 하다 일어섰다.

벌레들 발로 쓱~ 비벼죽이려다~ 닭집에 던져줘 버렸다.

 

저노무 연탄재는 언제나 내다버리노...

아직 논이 안 비었는데... 도랑가에 쳐박을까???

 

오늘도 변함없이 주절거리다 하루가 끝난다.

언넝 가서 꼬맹이 책한권 읽어주고 얼라들 재워야지...

 

오늘 밤은 별이 밝던데...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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