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하고 티비에 들러붙어 헤어날 줄 모르는 얼라들을
고래고래 소리질러 잡아 끌어냈다.
티비는 없앤지 오랜데~
해서 얼라들은 이웃 할매네 집에 가서 본다.
선녀는 티비에 흥미가 없다. 시간이 아깝다...
컴은 이 선녀가 죽자사자 끼고 사니께~ 없앨 수도 없궁... 에혀...
대나무 감쪽대하고 시꼿 쪽대하고 두개 들고
양동이 하나 들고...
사다리 들고...
가긴 간다.
전에 좀 따고 얼마 안 남았는데~
너무 높아 못 딴 것들하고~
덜 익어 못 딴 것들하고...
쪼매 남은거 싸그리 따버릴라고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작은놈이랑 대추 서너개 따서 먹고
큰놈 올라가는 길에 대봉시 홍시 된 놈 따서 우물우물 먹어치우고~
"떫냐? "
"안 떫어~ 맛있어!"
꼬맹이 단감 들고 이리저리 깨물어묵고 앉아있다.
"묵기만 하고 운제 다 딸래~~~"
선녀가 나무위에 올라가본다.
작은놈이 한소리 한다.
"나무 뿌러지겠어~~~ 내려와..."
겨우겨우 딴 놈들 도랑으로 막 떨어진다.
긴 장화신은 선녀가 내려가 찔레꽃 덤불 사이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줍는다.
에고~~ 까시에 긁혔다~ 아파라.. 피나잖아~~
긴팔옷 입고 올껄~ 아씨~~~
쪽대로 따기 힘든 것들은 가지째 꺾어버렸다.
작은놈한테 주고 하나 하나 따라고 줬다.
큰놈은 단감보다는~ 홍시에 관심이 온통 쏠려~ 그짝으로 가고 안 보인다.
벌써 몇개째 따묵는거여??? 쟈가 시방~~
보랏빛 들국화 피어있는 산비탈 도랑가에 퍼질러 앉아...
단감 깨물어묵는다.
도시 형제들은 가끔 오기 때문에 제대로 철을 못 찾아묵는다.
추석무렵엔 감이 아직 안 익었었고~
대추도 퍼랬었다.
양동이 가득 따서 내려왔다.
큰놈 사다리 들고 내려가고~
작은놈 시꼿감쪽대 들고 내려가고~
꼬맹이 대나무감쪽대 들고 내려가고~
무거운 양동이는 선녀가...
감하나씩 입에 우적우적 물고~ 줄지어 내려오는 모습이라니...
어데 가니~~
이리와봐봐~~
호박따야지~
얼라들은 그새를 못 참고 티비앞으로 달려가버린다.
머시긴지 꼭 봐야한단다... 참내...
꼬맹이만 나온다.
이쁜것!
수레를 끌고가서 호박을 하나씩 따서 얹어준다.
가볍다고 지가 충분히 끌고 갈 수 있다고~
아직도 감 하나 입에 문채로 우물우물~~ 말한다.
호박 여섯개 나르게 하고~
나머진 큰놈 작은놈 나오걸랑 같이 하자 했다.
올해 호박농사 엉망이어서~ 애호박 하나 안 달려있드라...
날이 어째 이런지.. 우리만 그런기 아니라 온동네 다 호박이 귀하단다...
가을에 애호박 구경을 몬해봤으니~ 호박고지는 못 말리겠고~
천상 올겨울 내내 호박죽이나 끓여무야지...
아궁이 부지깽이 할 놈들 댓개 주서갖고 왔다.
전에 고추밭 말목하던 나무꼬챙이인데~ 이젠 쓸모없어 버려져있다.
꼬맹이에게 한소리 했다.
"너어~ 불장난한다고 이거 다 태와묵지마~~~ 알쓰???"
아궁이마다 하나씩 던져두었다.
어젯밤 너무 따뜻하게 자서 그런지 몰라도 온몸이 개운하다.
얼라들도 깨우지 않아도 가뿐하게 일어나고..
역시 황토방이 좋긴 좋아...
아침나절에 해가 반짝하더니 다시 구름이 낀다.
참 그 날씨 어지간하네그랴...
토란대를 언제까지 말려야 하는겨... 으씨...
식전에 들깨 다 비었다.
저위 뒷골밭에꺼 어제 비고
언덕배기 밭에꺼 오늘 비고~
다 비어넘겨놓았다.
할매가 낫을 씨게 갈아서~
혼자 다 비셨다.
선녀도 같이 할라 했는데~ 얼라들땜에 바쁘다고~
당신 혼자 식전에 다 해버리셨다.
나중에 마르걸랑 나르고 터는 거나 해야지 머~
올해는 트럭이 있어서 밭둑까지 올라가 실어내오면 될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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