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뜰아랫채 뜯었던 잔해들을...
집앞 단풍나무 숲 밑에 쌓아두었었다.
그곳에 쌓아두고 싶어 그런 건 아니었지...
어쩌다보이~ 그 곳에 쌓여지게 되었고~
내손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보이 눈물 머금고 그 곳에 자리하게 되었다.
오며가며 볼 적마다 저 나무들을 치워야 하는데...
톱으로 썰어 쟁여두어야 올 겨울 땔텐데...
나무밑이라 습해서... 자꾸 썩을낀데...
저위 홀애비 자꾸 집어갈낀데...
걱정은 쌓이지만 그래도... 일손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혼자라도 해볼까 싶어 덤벼보지만...
이리저리 엉켜쌓여있는 나무들... 꼼짝도 않는다.
사람 손으로 쟁여두었으면 수월하게 뽑혀질텐데...
포크레인이 덤벼들어 무지막지하게 내동댕이쳐놓은 것이라...
손도 못 댄다.
한여름 풀들이 자라고 소먹이덤불이 무성해져서...
뽕나무가 가지를 쳐서... 더욱더 파묻혀...
속이 상해 볼 적마다 맴이 쭈구리였는데...
어느날인지부터... 하나씩 둘씩 사라지는 나무들이여...
갸우뚱...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는...
그러나... 물증을 잡는다 해도... 다그칠 수도 없는...
다그친다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그런 사람 하나 있어...
나무가 쌓여있는 풀숲 더미를 누가 낫으로 길을 내놓았네???
누구지? 콩밭 주인인가? 아직 콩 거둘때 아닌데???
나뭇단 한 귀퉁이가 왠지 모르게 허전해보인다... 이상하군...
홀로 사시는 이웃 할매... 넌즈시 말을 전해준다.
자꾸 가져가더라고...
할매... 가서 보이... 진짜루 나무둥치들이 그 집 마당에 쌓여있는거여...
불때는 구들방도 없는 집에 왜 나무가 필요하지?
개죽 쑤는 일도 없을텐데~ 왜 자꾸 불을 때지?
이상한 일이지...
절레절레...
안되겠어... 치우는 수밖엔...진작에 치웠어야 해...
할매가 혼자 낑낑대시며 나무를 끌어내신다.
"아이구~ 할매요~ 지가 할께요... 냅둬요...
허리도 다 꼬부라져서~ 먼 일을 하신다고 그래요..."
뱀나올까봐 장화신고~ 장갑끼고 긴팔옷 입고 나섰다.
하나 둘 꺼내본다.
역쉬... 누가 손댄 흔적이 있네~ 나무가 수월하게 빠지는 걸...
제법 가져갔나봐...
그깟 나무야 뒷산에 가면 흔하고 흔한데...
왜 남의 것을 가져가지???
괜히 맘이 안 좋다.
우리는 허리꼬부라진 할매와 힘을 제대로 못 쓰는 환자와...
어린 얼라들뿐인데...
지게질도 썩 잘하는 장정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참말로 모르겠어...
에라... 잡념 제치고~ 이거나 옮기자.
영차 영차 옮긴다.
물까지 먹어 무거운 나무기둥들을 이고지고 옮기자니
엉치께가 뻐근하다.
한번 옮기고 한번 하늘보고 쉬고~
한번 옮기고 한번 숲보고 쉬고~
한번 올기고 한번 꽃보고 쉬고...
여러번 쉬어가며 했다.
그래도... 그래도...
하다보이 끝이 보이네...
거대한 기둥감 댓개만 냅두고 다 옮겼다.
할매왈:
"그래도 그넘 덕분에 일쳤네~ 안 그랬으면 저것들 옮길 생각도 안 했을텐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따 얼라들 학교 파하고 돌아오면 같이 옮겨야겠다.
밧줄로 묶어 영차 영차 끌어오면 될꺼야...
오늘 햇살이 좋으니 잘 마르겠지...
나무꾼 오걸랑... 전기톱으로 썰어달래서 헛간에 차곡차곡 쌓아둬야지...
아침나절엔 소마구에 올라갔다가~
이런저런 검부지기들이 너무나도 어지러이 쌓여있고 막 썩어가길래...
마구 안으로 비가 들이쳐서 더하다...
쇠스랑으로 똥삽으로 막 긁어냈다.
마른 넘들은 마구 안으로 넣어주고~
젖은 넘들은 거름터미로 실어날라 쌓아두었다.
겨우내... 삭혀지라고...
소여물통도 청소해주고~
소들이 킁킁 냄새를 맡는다. 좀 맛있는 것들좀 주라고 떼를 쓰듯이...
마구 앞 단감나무 감이 두개 익었다.
파랄때는 눈에 안 띄더니~ 조금 불그스레~ 익어가니...
제법... 맛있어 뵌다.
두개 따서 할배 가져다 드리고...
연탄 불 갈고...
빨래 한바탕 해 널고...
나물잠방 내다 널었다.
오늘 날이 기차게 좋다.
허나 오늘 밤부터 비가 또 시작한다니~
비설거지 또 해놓아야 겠네...
그노무 나무 옮기느라 힘을 다 뺐더니... 축 늘어진다.
어제 저녁인가...
꼬맹이가 모르고 전화 건 곳 당사자가 항의겸 확인 전화가 와서..
아까 한참 일하다 말고 사과하느라.. 쭈그리고 앉아 또 기운이 쭉~ 빠지고...
꼬맹이 딴에는 지 친구한테 한다고 한 거였나본데...
예의를 무척 따지는 어떤 아저씨한테 혼났다...
오늘 꼬맹이 돌아오거든 전화예절에 대해 좀 가르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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