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왜 토란을 모란이라카지?

산골통신 2005. 10. 3. 12:46

왜 토란을 모란이라카지?

모르겠다.

도리도리 끄덕끄덕~ 하여간에...

 

날이 진짜 가을 안 같다.

이기 머꼬?

오늘도 잔뜩 꾸무럭한기~ 비라도 한바탕 퍼부을꺼 같애.

 

고구마줄기 말리는거 클났다말야...

어쩌니? 곰팡이 피겠어~

 

이웃들은 벌크에서 말린댜~ 도저히 못 견뎌서...

벌크가 머냐고? 열풍 건조기!!!  고추말리는거~

 

일기예보 들으나마나야~ 하늘보문 알자나~

 

빨래를 줄기차게 해서 널어봐도~ 후즐근...

안되겠어~ 도로 걷어 아랫목에 널어보지만~

잠깐 점심나절에 해가 반짝한다.

후다닥~~ 도로 밖에 내다건다.

그럭저럭~ 말려입는 빨래여... 에혀...

 

하여간에 토란대 말려야혀~

낫들고 쓱쓱 베어넘긴다.

한아름씩 이고지고 져다 나른다.

그나마 햇살이 나오네~ 오늘은...

 

근데 햇살아래 앉아 하자니 눈도 따갑고~

능률이 안 오른다...

도로 철수~ 뒤안으로...

 

바람 살랑살랑~ 또 먹구름 낀다.

에라~~ 말려지면 말리는기고~

못 말리면 못 얻어묵는기지비~ 까짓꺼...

 

낫으로 자르고 가위로 뚝뚝 잎 자르고

줄기 잘라~ 과도칼로 껍질 벗긴다.

할매는 껍질 안 벗기고 하라고 그러시지만~

 

내 작년에 그 말듣고 안 벗기고 했다가 얻어묵도 몬했다말여~

질기고 또 질겨서리..

안되야~ 올해는 이거 얻어묵어야혀~~~

넘들은 끓는물에 넣어 건져 해묵으면 안 질기다고 하지만도~

그렇게 하문 별로 맛 없드라구...

 

껍질 벗겨 하면 갈변현상 있다고 또 뭐라 하드라구~

에이... 변해봤자 그기 그거여...

 

에이 나물 해묵고살기 힘들다~

 

하여간 퍼질러 앉아서 껍디 벗기다보이

동네 사람들 하나 둘 지나가신다.

저어기 선태아부지~ 허허 웃고 가신다.

"모란 하시네~"

저어기 희덕이네 할매~

"벌써 하니껴~ 우리도 해야는데... 벌써 해야할 때네요..."

 

얼라들은 감따러 갔다.

사다리랑 감쪽대랑 이고지고 셋이 몰려갔다.

어메것도 따올려나... 입맛 다시고 있어야지비...

 

차나락 논 쓰러진 벼 할매가 다 묶어세우셨단다.

논 도구도 치셨고~

할매 혼자 하셨다.

에혀... 선녀는 머했노...

머했지? 갸웃갸웃~

 

단감도 다 따서 갈무리해야하고~

토란대도 잘라 말려야 하고

땅콩 호두도 잘 말려서 보관해둬야 하고

고추 끝물 따서 말려야 하고

또 머시기냐...

깻잎 딸까 말까?

 

에혀~ 몰겠다.

닥치는대로 혀야지비...

토란대 껍디나 벗기러 가야따...

 

누가 머라카거나말거나 하여간에 껍디 열씨미 벗기고 있는데...

할매 오셔서 같이 벗겨주신다.

꼬맹이 와서 가위로 뚝뚝 잘라 준다.

흠... 그래도 쫌 할만하네...

 

껍디가 잘 안 벗겨져~~

이런데도 벗겨야 하는겨??

에이~~

 

껍디를 벗겨야 한다!

안 벗겨도 된다~

한참을 싱갱이를 하다가...

문득!

 

토란대 더미속에서 발견한 시들새들 골아빠진 토란대 하나를 벗겨보다가...

어... 이건 왜 이렇게 잘 벗겨지는고야???

주욱~~ 끝까정 잘만 벗겨지누마~

아하!!!

할매랑 선녀랑 무릎을 쳤다!

이거여...

 

이따 난중에 합시다~~ 시들새들 곤다음에~ 하자구여...

애써 미리 벗길 필요가 없으~~

 

해서 털털거리고 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