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간만에 햇살을 보다.

산골통신 2005. 10. 5. 14:33

어리둥절했다.

어어...

이야~~~~~~~~~

 

나물 말리던 잠방 다 내다 벌려놓았다.

오늘은 참 좋군!!! 오늘만 말리면 다 말려질꺼야...

그동안 참 너무했지...

 

햇살이 눈부시다.

맞어...

그러고보이~ 어젯밤!

 

하늘이 말갰어!

별도 총총..

서산하늘에 젤먼저 뜨는 저 별하나...

길가 외등이 켜지기도 전에 떳네...

 

아침...

큰놈이 학교가려고 나서다말고 소리를 꽥! 지른다.

뭐니? 뭐야? 놀래서 쪼차나갔더이~

 

안개가...

마당안으로 막 밀려들어온다.

아니... 막 쳐들어와...

문앞까지~

집 통채로 삼키려고 해...

 

큰놈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어서~ 무지 놀랬던가보다.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놀래서 멍청... ㅎㅎㅎ

 

선녀는 진작에 봤지~

새벽에 나갔었거든~

어젯밤 군불 때놓은 아랫채가 눈에 아른거려서~ ㅎㅎㅎ

 

스치는 생각에~

안개가 자욱하게 심한 날에는 날이 덥다했지~

오늘은 좀 날이 좋으려나~~ 기대를 했어.

역시나...

 

아침 학교가는 길에 또 따라나섰다.

작은놈~ 같이 안가느냐고 하길래~

니들끼리 가거라~~ 라고 작심삼일 발언을 했는데~

이 작은놈~ 막 뭐라 하시네그랴... ㅎㅎㅎ

그래그래~ 가께~ 가문 되자나~

 

큰놈은 자전거를 타고 이 지독한 안개속을 뚫고 헤집고 달려갔나보다.

 

학교차는 진작에 놓쳤다.

이놈들이 밥묵으면서 꾸무럭대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가고싶지만 꼬맹이 자전거 체인이 말을 안 듣는다.

시내 자전거포에 가서 고쳐야 할 정도로...

중고를 사줬더이 매사 이렇다~ 으으...

 

같이 길을 나선다.

날이 너무 쌀쌀해서 목이 움츠러든다.

꼬맹이~  장갑끼고 나선다~ ㅎㅎㅎ

겨울잠바까정 입으려는 걸 겨우 떼서 말렸다.

작은놈도 겨울 빨간잠바 입고 나서는 걸 제발~~ 하고 말렸다.

 

그 정도로 날이 차다!!!

하지만 안개가 이토록 많이 낀걸 봐서는 낮에는 풀릴꺼야~

얼라들을 달랬다.

 

학교차도 놓쳤지~ 걸어가야하지~

엄마는 차 안 태워주지~~

입이 불퉁 나와서~ 작은놈 앞서 걸어간다.

주머니에 두 손 찔러넣고~ ㅎㅎㅎ

 

비 많이 퍼붓거나 아주 늦었거나(엄마잘못으루다~)

그런 비상사태 아니면 차를 안 태워주걸랑~ ㅎㅎㅎ

 

멀리 강원도로 연수 떠난 아빠를 무척 아쉬워하며...

나무꾼 아빠는  잘 태워주거든~ 특히 꼬맹이가 앞에서 이쁜짓만 하문~ ㅋㅋㅋ

선녀 엄마는 택도 없거든~ ㅋㅋㅋ

 

같이 걸어간다.

안개속이다.

이야... 멋있다 대단하다~

이 꽃들 봐라~ 이뿌지~

우리 논 봐라~ 나락이 안 자빠졌어~

 

이놈들 들은척도 안 한다.

철없는 엄마가 주절거리는 소리 이젠 지겹다 이거냐?

그까짓 풀꽃이 머가 이뿌고 풍경이 뭐가 멋있어~

학교 가기 바뿐데...

 

행여나 하고 물건너 큰길가를 목빼가며 쳐다봤지만

물건너 아이들 눈에 안 띈다.

벌써 학교차 지나갔단 야그다.

실망한 얼라들...

타박타박 냇가 둑길로 걷는다.

큰길가는 위험해서 못 걸어가지...

 

꼬맹이 이제 입이 살아난다.

막 떠든다. 쉴새없이 이야기를 지어내서...

작은놈 앞서서 말도 없이 걸어간다.

옆에서 아무리 선녀엄마가 주절대도~ ㅎㅎㅎ

참 무드없네 이 녀석!!! 누굴 닮아 이러노???

 

길고도 긴 냇가 둑길 끝이 보인다.

안개속이라 부옇긴 하지만...

끝까지 와서 얼라들 손 흔들어주고~ 뒤돌아선다.

 

우와...

선녀혼자 즐기며 걷는다.

안개속 냇가 물색깔하며~

두루미인가... 백로인가...

가만히 물가에 서있다.

이걸 사진으로 담아도 다 못 담을껴..

그냥 내 냄속에 담아놓아야지...

오로지 오늘 이 순간뿐인 이 정경을...

 

한참을 와서 마을을 올려다본다.

하... 안 보인다.

온통 하얘... 산도 들도 집도 아무것도 안 보여...

내 미친다...

 

방아간까지 내처 한 걸음도 안 쉬고 걸었다.

다리까지 또 걷는다.

이름 모를 풀꽃들은 왜 이렇게도 많은지...

날이 차니까 달맞이꽃이 아직껏 피어있다.

해올라오면 져버릴...

 

어제 걸은 이 길과

지금 걷는 이 길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