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둥절했다.
어어...
이야~~~~~~~~~
나물 말리던 잠방 다 내다 벌려놓았다.
오늘은 참 좋군!!! 오늘만 말리면 다 말려질꺼야...
그동안 참 너무했지...
햇살이 눈부시다.
맞어...
그러고보이~ 어젯밤!
하늘이 말갰어!
별도 총총..
서산하늘에 젤먼저 뜨는 저 별하나...
길가 외등이 켜지기도 전에 떳네...
아침...
큰놈이 학교가려고 나서다말고 소리를 꽥! 지른다.
뭐니? 뭐야? 놀래서 쪼차나갔더이~
안개가...
마당안으로 막 밀려들어온다.
아니... 막 쳐들어와...
문앞까지~
집 통채로 삼키려고 해...
큰놈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어서~ 무지 놀랬던가보다.
신발을 신으려다 말고 놀래서 멍청... ㅎㅎㅎ
선녀는 진작에 봤지~
새벽에 나갔었거든~
어젯밤 군불 때놓은 아랫채가 눈에 아른거려서~ ㅎㅎㅎ
스치는 생각에~
안개가 자욱하게 심한 날에는 날이 덥다했지~
오늘은 좀 날이 좋으려나~~ 기대를 했어.
역시나...
아침 학교가는 길에 또 따라나섰다.
작은놈~ 같이 안가느냐고 하길래~
니들끼리 가거라~~ 라고 작심삼일 발언을 했는데~
이 작은놈~ 막 뭐라 하시네그랴... ㅎㅎㅎ
그래그래~ 가께~ 가문 되자나~
큰놈은 자전거를 타고 이 지독한 안개속을 뚫고 헤집고 달려갔나보다.
학교차는 진작에 놓쳤다.
이놈들이 밥묵으면서 꾸무럭대는 바람에~
자전거를 타고 가고싶지만 꼬맹이 자전거 체인이 말을 안 듣는다.
시내 자전거포에 가서 고쳐야 할 정도로...
중고를 사줬더이 매사 이렇다~ 으으...
같이 길을 나선다.
날이 너무 쌀쌀해서 목이 움츠러든다.
꼬맹이~ 장갑끼고 나선다~ ㅎㅎㅎ
겨울잠바까정 입으려는 걸 겨우 떼서 말렸다.
작은놈도 겨울 빨간잠바 입고 나서는 걸 제발~~ 하고 말렸다.
그 정도로 날이 차다!!!
하지만 안개가 이토록 많이 낀걸 봐서는 낮에는 풀릴꺼야~
얼라들을 달랬다.
학교차도 놓쳤지~ 걸어가야하지~
엄마는 차 안 태워주지~~
입이 불퉁 나와서~ 작은놈 앞서 걸어간다.
주머니에 두 손 찔러넣고~ ㅎㅎㅎ
비 많이 퍼붓거나 아주 늦었거나(엄마잘못으루다~)
그런 비상사태 아니면 차를 안 태워주걸랑~ ㅎㅎㅎ
멀리 강원도로 연수 떠난 아빠를 무척 아쉬워하며...
나무꾼 아빠는 잘 태워주거든~ 특히 꼬맹이가 앞에서 이쁜짓만 하문~ ㅋㅋㅋ
선녀 엄마는 택도 없거든~ ㅋㅋㅋ
같이 걸어간다.
안개속이다.
이야... 멋있다 대단하다~
이 꽃들 봐라~ 이뿌지~
우리 논 봐라~ 나락이 안 자빠졌어~
이놈들 들은척도 안 한다.
철없는 엄마가 주절거리는 소리 이젠 지겹다 이거냐?
그까짓 풀꽃이 머가 이뿌고 풍경이 뭐가 멋있어~
학교 가기 바뿐데...
행여나 하고 물건너 큰길가를 목빼가며 쳐다봤지만
물건너 아이들 눈에 안 띈다.
벌써 학교차 지나갔단 야그다.
실망한 얼라들...
타박타박 냇가 둑길로 걷는다.
큰길가는 위험해서 못 걸어가지...
꼬맹이 이제 입이 살아난다.
막 떠든다. 쉴새없이 이야기를 지어내서...
작은놈 앞서서 말도 없이 걸어간다.
옆에서 아무리 선녀엄마가 주절대도~ ㅎㅎㅎ
참 무드없네 이 녀석!!! 누굴 닮아 이러노???
길고도 긴 냇가 둑길 끝이 보인다.
안개속이라 부옇긴 하지만...
끝까지 와서 얼라들 손 흔들어주고~ 뒤돌아선다.
우와...
선녀혼자 즐기며 걷는다.
안개속 냇가 물색깔하며~
두루미인가... 백로인가...
가만히 물가에 서있다.
이걸 사진으로 담아도 다 못 담을껴..
그냥 내 냄속에 담아놓아야지...
오로지 오늘 이 순간뿐인 이 정경을...
한참을 와서 마을을 올려다본다.
하... 안 보인다.
온통 하얘... 산도 들도 집도 아무것도 안 보여...
내 미친다...
방아간까지 내처 한 걸음도 안 쉬고 걸었다.
다리까지 또 걷는다.
이름 모를 풀꽃들은 왜 이렇게도 많은지...
날이 차니까 달맞이꽃이 아직껏 피어있다.
해올라오면 져버릴...
어제 걸은 이 길과
지금 걷는 이 길이...
다르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래떡 (0) | 2005.10.08 |
---|---|
[산골통신] 땔나무 옮기기... (0) | 2005.10.06 |
[산골통신] 가을답지 않은 가을날씨덕분에... (0) | 2005.10.04 |
[산골통신] 왜 토란을 모란이라카지? (0) | 2005.10.03 |
[산골통신] 닭수난의 시대라... (0) | 2005.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