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리기 전에 호박을 따야 한다.
호박은 잘 썩는다.
호박은 따뜻한 곳에 둬야 안 언다.
얼면 못 묵는다.
썩어도 못 묵는다.
어제 호박 따다가 썩은 놈 있길래 소한테 갖다줬더이 안 묵더란다.
겉만 썩은기 아니라 속도 왕창 썩었나보드라...
몇개인지 헤아리지도 못했다.
꼬맹이랑 앞밭에 돌담가에 있는 호박들 나르고~
해저녁에 얼라들 다 불러모아 호박들을 날랐다.
선녀는 긴장화신고 언덕베기를 오르내리며 호박을 굴렸고
얼라들은 밑에서 지가 들고 가기 좋을만한 놈들 골라가며 날랐다.
큰놈 배가 아프다고 자꾸 주저앉는다.
일이 하기 싫은게다.
작은놈 작고도 작은 것만 가져가려고 꾀를 쓴다.
꼬맹이랑 싸운다. 서로 작은거 가져가려고...
애호박은 아예 없다.
찬바람 불적에 정신없이 달리던 거이 애호박인데~
그래서 호박고지를 말리는거인디...
호박이 이리도 안 달리면 왜 호박고지를 말렸겠노 말여~~
가을에 달리는 호박은 익지를 않기 때문에 썰어 말리는겨~~
아까우니께...
올해는 호박고지 맛도 못 보겠네그랴...
막대기로 언덕베기 다 헤집어가며 호박을 찾아헤멨건만~
늙은 호박만 몇개 있었다.
그래도 영차 영차 마당으로 옮겨놓고보이 꽤 많네..
할매가 나와보시더이~ 놀래신다.
워메~ 그리 많냐~~ 이게 다 어데있다 나왔노!
가마솥에 호박넣고 삶아 물 짜묵자~~
호박죽도 해묵고~
도시에선 한개에 만냥한다더라~
이걸 가져갈 수가 없으니 팔 수가 있나~ ㅎㅎㅎ
올 겨울내내 묵을라문 보관을 잘 해야하는데...
니네 황토방 구석에다가 좀 갖다놓자~~
얼라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얼라들은 일하는데 관심없다.
당장 자기입으로 들어오는 거 아니면 눈도 안 돌린다.
살구따기나 복숭아 배 사과 밤 대추 감 머 이딴거... ㅎㅎㅎ
고구마나 감자 이런 것도 좋고...
올 겨울 호박죽을 맛있게 해줘봐야지...
그러면 내년 가을 호박 딸때 좀 재미있을껴...
오늘 아침엔 안개가 안 끼었다.
전형적인 가을날씨를 되찾았나보다.
이제사...
큰놈은 여전히 자전거타고 쌩~~ 달려갔다.
선녀가 좋아하는 산길을 달린다.
작은놈 꼬맹이는 새로 난 길로 학교차 타러간다.
꼬맹이 자전거가 고장이 나서 못 탄다.
낼쯤 시내 자전거포에 가서 고쳐갖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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