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심었는데~
어떤 어떤 콩 심었나?
지난 봄이 그리 오랜 세월 지난 것도 아닌데~
콩밭에 가보면...
이기 먼 콩이드라...
여그다 먼 콩을 심었드라...
헷갈린다.
이래서 선녀는 아직도 초보농사꾼 딱지를 못 뗀다.
질금콩 검정콩(서리태) 흰콩(메주콩) 팥 이렇게 심었나보다.
콩잎하고 덤불 나가는 것이 거진 비슷비슷해서...
눈 부릅뜨고 살펴보면 구분 안 가는 거야 아니겠지만~
대충대충 설렁설렁 보고 다니는 눈을 델고 사는지라...
아무리 봐도 돌아서면 까묵는다.
검정콩은 서리가 내린 담에라야 거둔다고 해서 서리태라 한다.
그래서 갸는 냅두고~
흰콩은 아직 더 여물라고 하고~
질금콩이 까맣게... 익은지라~
햇살이 따가와 다 뛰나가기 전에 꺽어야 한단다.
콩은 뽑으면 흙이 딸려나오고 그 뿌리가 걸리적거려서~
낫으로 일일이 잡아제쳐 꺽어야 한다.
그러면 타작하기도 좋고... 갖고 댕기기도 좋고...
몽당하게 짚으로 묶기도 좋고...
모든 가을 작물들이 그렇지만~
콩도 이슬젖은 식전에 만지기 좋다.
콩들이 안 뛰어나가고~ 깍지가 촉촉히 젖어있어 ...
선녀는 항시 아침이면 꾸무럭거리며
얼라들 학교보내는 일에 바뿐지라~ 나름대로~ ㅎㅎㅎ
식전일을 제대로 못 한다.
해서 할매가 일찌감치 뒷골밭에 올라가셔서 콩을 꺽어놓으셨다.
아침드시러 내려오시면~
그담엔 선녀가 바톤터치!
구루마끌고 올라간다.
구루마에 줄을 단디 매어갖고~
구름이 잔뜩 낀 뒷골밭에 올라가
서늘한~ 아침공기... 맘껏~ 느끼며 마시며... 맞으며!
콩고랑을 이리저리 다니며 콩단을 싣는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차곡차곡 실은 다음에...
줄로 이리저리 단디 묶는다.
가다가 자빠져도 안 흘리게...
한 구루마~
두 구루마... 거진 다섯 구루마 했나...
할매네 담장옆~ 길가에 주욱~~ 늘어세워놓았다.
햇살에 잘 마르라고...
이웃 홀애비가 혹여 탐을 낼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설마~ 질금콩 가져가서 콩나물 내묵을라꼬???? 홀애비가?
이 홀애비는 우리 농사지은 것들을 조금씩 가져다 묵는 재미에 산다.
왜 가져가느냐고 다그치면~ 엉뚱한 헛소리만 해댄다.
저위 언덕위 고추밭 가는 길 풀섶엔 길이 조그맣게 나있드라...
아마 고추도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따갔나벼...
작년 겨울에 무도 엄칭이 가져갔던디..
올핸 무를 어데다 저장을 할꼬나...
에혀~ 묵고살겠다는디 어짜겠노~ 내빌라둬야지...
하여간에...
날이 잔뜩 흐려서 일하긴 좋았으나~
날이 참말로 서글프다...
내려오는 길에 쪽파 두어단 뽑아와서
할매랑 다듬어 씻어놓았다.
이걸 파김치를 해묵을까~ 파전을 꿔묵을까...
파 다듬기가 구찮어서 글치~
해묵으면 맛있지비... ㅎㅎㅎ
할매는 올 겨울에 새끼낳을 소가 심술을 부려서~
한참 며칠을 싱갱이를 하다가~
오늘 두손들었단다...
밥을 잘 안 묵길래~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줘가며 달랬더이~
요게 버릇이 됐나~
밥을 잘 안 쳐묵고 냄기드라 말이여...
해서 밥통을 뺏고 딴걸로 바꿨다네?
그랬더이 지 밥통 바꿨다고 밥을 안 묵더라 말이여...
짚도 썰어주면 안 묵고~
온 짚단 그대로 얹어주면 묵긴 묵는데 다 빼서 지 잠자리 맹글고~
며칠을 할매랑 이놈~ 요놈~ 해가며~ 신경전을 벌였던가봐여..
오늘~ 엣다! 여그 니 밥통 있다~ 묵어라... 했더이
그래서 묵었다나 모라나~ ㅎㅎㅎ
이웃들도 식전부터 바쁘다.
누런 호박덩이들을 지게에 싣고 내려오는 이~
경운기로 콩단 싣고 가는 아재~
끝물고추 따러가는 할매들~
오늘 나락 널기는 글렀다.
강원도 어데는 비가 그렇게 많이 왔다는데~
여기는 빗방울 한방울 두방울 뿌리다가 말긴 했는데..
이따 오후에 햇살봐가면서 널어야겠는걸...
천상 내일 나락은 떨어담아야겠어...
하루 더 말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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