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콩 꺽어 나르기~

산골통신 2005. 10. 19. 11:05

콩 심었는데~

어떤 어떤 콩 심었나?

 

지난 봄이 그리 오랜 세월 지난 것도 아닌데~

콩밭에 가보면...

이기 먼 콩이드라...

 

여그다 먼 콩을 심었드라...

헷갈린다.

 

이래서 선녀는 아직도 초보농사꾼 딱지를 못 뗀다.

 

질금콩 검정콩(서리태) 흰콩(메주콩) 팥 이렇게 심었나보다.

콩잎하고 덤불 나가는 것이 거진 비슷비슷해서...

눈 부릅뜨고 살펴보면 구분 안 가는 거야 아니겠지만~

대충대충 설렁설렁 보고 다니는 눈을 델고 사는지라...

아무리 봐도 돌아서면 까묵는다.

 

검정콩은 서리가 내린 담에라야 거둔다고 해서 서리태라 한다.

그래서 갸는 냅두고~

 

흰콩은 아직 더 여물라고 하고~

 

질금콩이  까맣게... 익은지라~

햇살이 따가와 다 뛰나가기 전에 꺽어야 한단다.

콩은 뽑으면 흙이 딸려나오고 그 뿌리가 걸리적거려서~

낫으로 일일이 잡아제쳐 꺽어야 한다.

그러면 타작하기도 좋고... 갖고 댕기기도 좋고...

몽당하게 짚으로 묶기도 좋고...

 

모든 가을 작물들이 그렇지만~

콩도 이슬젖은 식전에 만지기 좋다.

콩들이 안 뛰어나가고~ 깍지가 촉촉히 젖어있어 ...

 

선녀는 항시 아침이면 꾸무럭거리며

얼라들 학교보내는 일에 바뿐지라~ 나름대로~ ㅎㅎㅎ

식전일을 제대로 못 한다.

 

해서 할매가 일찌감치 뒷골밭에 올라가셔서 콩을 꺽어놓으셨다.

아침드시러 내려오시면~

그담엔 선녀가 바톤터치!

 

구루마끌고 올라간다.

구루마에 줄을 단디 매어갖고~

 

구름이 잔뜩 낀 뒷골밭에 올라가

서늘한~ 아침공기... 맘껏~ 느끼며 마시며... 맞으며!

콩고랑을 이리저리 다니며 콩단을 싣는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차곡차곡 실은 다음에...

줄로 이리저리 단디 묶는다.

가다가 자빠져도 안 흘리게...

 

한 구루마~

두 구루마...  거진 다섯 구루마 했나...

 

할매네 담장옆~ 길가에 주욱~~ 늘어세워놓았다.

햇살에 잘 마르라고...

 

이웃 홀애비가 혹여 탐을 낼까봐~

걱정이 되긴 하지만~

설마~ 질금콩 가져가서 콩나물 내묵을라꼬???? 홀애비가?

이 홀애비는 우리 농사지은 것들을 조금씩 가져다 묵는 재미에 산다.

왜 가져가느냐고 다그치면~ 엉뚱한 헛소리만 해댄다.

 

저위 언덕위 고추밭 가는 길 풀섶엔 길이 조그맣게 나있드라...

아마 고추도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따갔나벼...

 

작년 겨울에 무도 엄칭이 가져갔던디..

올핸 무를 어데다 저장을 할꼬나...

 

에혀~ 묵고살겠다는디 어짜겠노~ 내빌라둬야지...

 

하여간에...

날이 잔뜩 흐려서 일하긴 좋았으나~

날이 참말로 서글프다...

 

내려오는 길에 쪽파 두어단 뽑아와서

할매랑 다듬어 씻어놓았다.

 

이걸 파김치를 해묵을까~ 파전을 꿔묵을까...

파 다듬기가 구찮어서 글치~

해묵으면 맛있지비... ㅎㅎㅎ

 

할매는 올 겨울에 새끼낳을 소가 심술을 부려서~

한참 며칠을 싱갱이를 하다가~

오늘 두손들었단다...

 

밥을 잘 안 묵길래~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줘가며 달랬더이~

요게 버릇이 됐나~

밥을 잘 안 쳐묵고 냄기드라 말이여...

해서 밥통을 뺏고 딴걸로 바꿨다네?

그랬더이 지 밥통 바꿨다고 밥을 안 묵더라 말이여...

짚도 썰어주면 안 묵고~

온 짚단 그대로 얹어주면 묵긴 묵는데 다 빼서 지 잠자리 맹글고~

며칠을 할매랑 이놈~ 요놈~ 해가며~ 신경전을 벌였던가봐여..

 

오늘~ 엣다! 여그 니 밥통 있다~ 묵어라... 했더이

그래서 묵었다나 모라나~ ㅎㅎㅎ

 

이웃들도 식전부터 바쁘다.

누런 호박덩이들을 지게에 싣고 내려오는 이~

경운기로 콩단 싣고 가는 아재~

끝물고추 따러가는 할매들~

 

오늘 나락 널기는 글렀다.

강원도 어데는 비가 그렇게 많이 왔다는데~

여기는 빗방울 한방울 두방울 뿌리다가 말긴 했는데..

 

이따 오후에 햇살봐가면서 널어야겠는걸...

천상 내일 나락은 떨어담아야겠어...

하루 더 말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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