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그래... 비가 온다말씨...
농사꾼들은 비오는 날 휴일이라 했다.
쉴 꿈을 야무지게 꾸고 아침부터 뒹굴기 시작했는데...
비가 조금씩 듣는다.
이슬비로 변한다.
잠시.. 그쳤다
할매...
비닐하우스 덮자 한다.
지난 미친년 널뛰듯한 바람에 홀라당 날아가 찟어진 비닐 다시 덮자 한다.
가로 9미터 세로 23미터
아이구~ 비와요... 이런날 무슨 일 해요~~
담날 사람들 있을 적에 해요~~
오늘 사람 많다~ 오늘 일손 있을 적에 하자~
아이구~~ 세상에...
이 빗속에 그래... 비닐을 어케 덮냐 그래...
도시에 사는 큰딸 사위 왔다 이거지?
그려유~ 금쪽같은 아들들 왔을땐 그저 쉬라고 쉬라고~ 바깥엔
얼씬도 못 하게 하시더니~
입이 댓발이나 나왔지만
그래도 일은 벌렸으니 끝을 봐야지...
비닐
찝게
삽
호미
꼬부랑 철사???
칼 낫 가위
중함마까정 갖추고 일을 시작했다.
비닐을 덮는데 바람불면 절단이라~
비는 조금씩 뿌려도 일하는 데는 별 지장없다...
먼저 있던 찢어진 비닐은 대충 걷어내고 그 위에 비닐을 덮는데
이 빗물젖은 비닐에 새 비닐이 철썩 붙어 그만 올라가도 내려가도 않는다.
ㅎㅎㅎ 거봐요!!! 안 되잖아유~~
그래도 어거지로 안에서 밖에서 옆에서 위에서 끌어내리고 잡아댕겨
억지로 씌웠다.
이 무신 고생이라냐..
쇠털같은 존날 냅두고!!!
풀밭에 미끄러져 낭떠러지로 휘청거려~
이 무신 댄스냐 그래...
꼬부랑철사가 모자라 이웃에 빌리러 갔다가
이웃 오라비까정 합세해서 마무리했다.
이제 줄만 매면 되는데
시간을 보이 2시가 되간다.
헉???
참은 커녕 점심도 안 주네 그랴...
비는 오락가락...
퍼붓다 멈췄다~ 하루종일 올 모냥이다.
잠깐 비닐씌울때만 비가 그쳤던가 보다...
우리 비닐씌우라고... 그나마...
소마구 거름 치울 데가 아직 공사가 안 되어
그냥 마구안에 쳐무져놓는데~
이 도시내기들이 한번 해보겠다고 설친다.
그려~ 한번 해봐라~
낼 아침 허리가 무사한가~ ㅎㅎㅎ 냅뒀다.
할매는 오랜만에 온 큰사위 토종닭 잡아 백숙해주는데
이 큰사위는
돌미나리적이랑 참나물 취나물 두릅 오가피순만 잡수시네 그랴~ ㅋㅋㅋ
가는 차안에
온갖 나물 모종이랑 두릅나무랑 잔뜩 실려있드라~
그 도시 어따가 다 심을란지 원~ ㅎㅎㅎ
이고지고 살란가~~
비바람에
호두나무 꽃인지 머신지~ 하여간에
떨어져 마당이고 길가고 온통 지저분하다.
비좀 그치고 좀 길이 마르면
수수빗자루로 한바탕 쓸어야겠다.
비그친 뒤 개구리소리 요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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