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거름내기

산골통신 2005. 5. 2. 09:39
이건 무어라 말을 해야할까...

비가 온다했다.
일주일 전부터 비가 온다했다.
오문 오는기다... 쪼매라도 오겠지~

비설거지를 다 해놓고
집공사는 일정을 미루고~
하루 왼종일 쉬자~~ 싶었다.

해서 나무꾼은 꼬맹이데리고 온천엘 가고~
선녀는 아침묵고 구들장을 일찌감치~ 엑스레이찍고 있었다.

근디... 이거이 먼일..
비가 한방울도 안온다...
날이 반짝 개어 햇님이 쨍쟁~~
허걱...
그래도~ 머 오늘은 쉴꼬야... 말리지 마로~
이러면서 버텼는데...

할매호출...
오늘 거름깔자... 이웃집 트렉터가 거름내주러 온단다...
사람 일 맞추기 어렵다~ 해준다 할때 하자...
다행히 비도 안 오고 얼매나 좋냐~~

다행이라고라고라~~ 이런 불행중의 불행이 있을수가...
이웃 오라비도 말여~
존날 다 냅두고 하필 오늘이여...

비온다음 땅 젖어있을땐 거름내기도 어려울뿐더러
밭에 들어가지도 몬한단다...
말은 맞는 말이다마는...

트렉터는 김 펄펄나는 거름더미 헤집고 퍼나르기 시작하고
할매는 거름 여기저기 옮겨 펴나르고~
선녀가 우짜겠슈... 팔 걷어부치고 덤벼야지

똥구루마 들고 닭똥푸대 열댓개 밭으로 이리저리 갖다 펴나르고
소똥거름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골고루 퍼나르고~

집앞 텃밭에 거름이 부족하다하여~
똥구루마로 오르막 내리막 골고루 오르내리면서
실어날랐다.
내려올땐 소똥싣고
올라갈땐 석회푸대랑 이런저런거 뿌릴거 싣고~

동네 할매 두어 분이 그 모습을 지켜보시다가
볼때마다 한 소리 거드시네~

"일년에 얼매 받아여???
머 저런 일꾼이 다 있노?
오며가며 빈 구루마 끌고 갈때가 없네~
힘이 장사여?"

걍 가만히나 계시지...
안 하셔도 될 말을...

어케든 온밭에 거름 다 깔고 석회 다 뿌리고
온몸에 똥칠 석회칠 분칠 하고 왔다.

자아~ 이제 거름 다 깔았으이 트렉터로 로타리 쳐주소!
부탁하러 갔더이~ 트렉터고 쥔이고 없다.
엥??? 고장나서 고치러갔나... 오데갔노???

이거 이거~ 완전~ 똥개훈련한거 아이가???

허탈해져서 터덜터덜 집으로 왔다.
간만에 하루쯤은 오부지게 쉴 꿈을 야물딱지게 꾸었더랬는데...
헛꿈이여...
에혀~ 내는 쉴 팔자가 아닌게비여...

저녁할 기운도 없어서~
얼라들 식은 밥으로 초밥 주먹밥이나 묵어라... 해주고
나무꾼이 사온 빵으로 때웠다.

연탄불은 꺼졌지~
방은 차갑지~
기름보일러 돌리면 그때뿐이지~
오늘 다시 연탄불 붙여놓았다.
차라리 더운거이 낫지!

잠시 쥔이 집을 비웠을때 황송아지는 태어나고...
어미랑 송아지랑 무탈하게~ 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