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의 어린이날...

산골통신 2005. 5. 5. 15:37
머 별거 있간디~ 어린이날이라고 특별히 뭘 해줄 수 있을만치 여유가 없는걸~ 얼라들은 시내 영신숲 공원에 가자고 거기 행사가 많다고 친구들 다 간다고 징징짠다. "오후에 비온다더라~~~~" 이 한마디 말로 짤랐다. 무자비하게... 집공사 농사일하느라고 몸과 맴이 지쳐나가떨어져~ 그저 허리 지지기에 여념이 없다. 아침부터 얼라들보고 허리 안마하라고 닥달이나 해대고~ ㅋㅋㅋ 날이 꾸무리... 비가 오긴 올성싶다. 덮을거 다 덮고~ 단도리할거 다 해놓고 들앉아 놀려고 했더만~ 점심에 돌미나리적이나 꿔먹자고~~ 돌미나리적 좋치~~ 이맘때쯤이면 연하고 맛도 좋고 향도 좋은데... 낫들고 구루마끌고 논에 간다. 논도랑에 찬물이 사철 솟는 곳이 있는데 그 주위가 온통 미나리밭이다. 누가 심은것도 아니요~ 누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해마다 이렇게 무성하게 자라올라온다. 베어내도 베어내도... 그만치... 작년엔 서너 구루마 했는데 올해는 몇 구루마나 될란고... 하이고~ 풀반 미나리반이다. 따로 가꾸질 않았으니 수확량이 좋길 바라는건 욕심이지~ 그저 되는대로 베어다가 구루마에 실으니~ 두어 구루마... 이것도 어디냐... 낫질을 하는데 참개구리들 이리뛰고 저리뛰고~ 이리 펄쩍 저리 펄쩍~ 깜짝깜짝 놀래킨다. 쇠뜨기들이 키만 키워 자리를 안 비켜준다. 미나리닮은 키큰 풀이 쑥쑥 자라있다. 한참을 늪지대같은 쑤비속을 헤집어가며 낫으로 베어내 구루마로 들어날랐다. 진흙내음... 크으... 독하다. 논을 일차 갈아놓아서 울퉁불퉁 말도 안나오게 험하다. 구루마 바퀴가 이리 빠지고 저리 빠지고~ 조금 갔다가 앞에 가서 바퀴를 빼내고~ 또 조금 갔다가 바퀴 빼내고~ 흘러내린 미나리 줏어 올리고~ 낫으로 배어낼때보다 나르는 거이 더 힘드네그랴~ 우째야좋노! 그래도 끌고는 가야겠제? 낑낑거리고 겨우겨우 논 바깥으로 나왔는데... 힘이 다 빠졌다. 큰놈 불러내 작은 수레 끌고가게 하고~ 뒤따라 구루마 끌고 갔다. 마당에 부려놓으니 할매~ 이거 다듬어서 적꾸란다. 할매요~ 적은 할매가 맛있게 꾸니께 지가 다듬을께유~ ㅎㅎㅎ 할매~웃으시며 한단 다듬어 들어가신다. 작은놈 엄마닭이 병아리 몰고댕기는걸 입벌리고 한참 보고앉았다가 미나리 다듬는데 와 퍼질러 앉는다. "미나리가 약된다.좋은거다. 많이 먹어야해~~" 일렀더이~ 지앞에 있는 미나리 조금 다듬어서 돌맹이로 콩콩 찧어서 약을 맹글겠단다. 약초 맹그는거이 재미있단다. 미나리들에 딸려온 쇠뜨기도 약초맹근다고 한다발 솎아서 가져갔다. 얘는 참 희한한 애다. 또래 애들이 관심 안 가지는 것들에 무진장 관심을 쏟는다. 작년 여름엔 익모초를 돌에 콩콩찧어서 즙을 짜내어 지 친구들에게 먹인 놈이다. 배아프다는 큰놈한테도 억지로 멕여서 생야단나게 했던 놈이다. 돌미나리 적 꿔서 할배 술한잔 드리고 얼라들 다 둘러앉아서 먹었다. 토마토 모종은 마당가에 심었다. 닭하고 병아리들이 못 건드리게 그물로 망을 둘러쳐놓았다. 마당에 엄마닭 네마리~ 각각 지들 병아리 단속하느라 시끄럽다. 참 병아리들도 신기하지~ 어케 지 엄마 안 잃어버리고 잘 따라댕길까~ 딴짓 하다가도 지 엄마가 부르면 총알같이 뛰간다. 어린이날 누가 정했노... 365일이 다 어린이날인데... 나무꾼이 얼라들에게 약속했다. 다음에 놀이공원 데려가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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