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서향집

산골통신 2005. 5. 4. 20:36

남향집이 젤루 좋다는 건 만고의 진리다
에고~

하지만 이 마을 자체가 서향으로 들앉아있는걸 우야노 말씨...

하루종일 햇볕이 들오는데~
특히 점심때부터 해질녘까지 장난아니게 들이비친다.
온집안이 달궈질대로 달궈져 어디 피할데가 없다.

뜨거! 뜨거~
아이고 뜨거라...

할매집은 커텐도 달아봤다가 그것도 당해낼 수가없어서
마당가에 주욱~ 둘러쳐 호두나무를 심었다.
이제 제법 나무가 커서 정자나무 구실을 해낸다.
그 나무잎이 집에 그늘을 드리워 어느정도 집을 덜 달군다.

헌데...
울집은...
앞이 휑~~하니 뚫려
나무도 자잘한 놈들만 있고~
당췌 그늘이 될만한 것들이 없는기라~
그래서 해가 지는 서산을 째려보면서
운제 저놈의 해가 산너머로 꼴딱 넘어가노~ 하고 진저리를 쳐댄다.

우리가 아랫채를 서둘러 짓고자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봄부터 여름 가을을 웃채에선 당췌~
햇볕땜시 살 수가 없는기라...
아랫채는 남향이걸랑...
아무리 밖이 불볕이라도 그곳에만 들어가면~
서늘해져서~ 몸이 굳어질 정도다.

마당이 대충 정리가 되면
큰 나무가 될 놈들을 가져다 심을 계획이다.
병풍처럼 둘러치게...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사람이 살아남을 수가 없는기라~

오늘 낮에는
할매 파마하시러 미장원 가시고~
선녀는 더위를 피해~
이리저리 피신다니고~

해거름에서야~ 겨우 겨우
밭에 올라가
<풀밀어>로 풀밭을 한바탕 밀어제꼈다.
거기다 더덕이랑 도라지씨를 도배하려고~
늦었지만 어쩔 수 없다,

할매가 호미갖고 하시려는걸~
풀밀어를 밀고 들어가서 좍좍~ 밀어제껴놓으니
할매도 암말씸 안 하시드라~
운제 풀을 일일이 뽑고 앉아있으~~ 몬혀!

할매는 호박 몇 구덩이 모종 옮겨 심고~
선녀는 풀 베어놓은거 왕겨푸대에 가득담아 이고지고 짊어져다 소들한테 가져다 줬다.

소들이 풀냄새를 맞고설랑 그 육중한 몸을 들까분다.
원래 이놈들 풀먹고 사는 종족아니겠나..

큰소 세마리 송아지 두마리 외양간 안이 비좁다.
소먹이용 짚을 썰어주게 작두기계를 샀다. 파쇄기? 라나?
이눔의 소들이 자꾸 짚을 끄집어내서 지들 잠자리 맹그는 바람에~
짚이 해마다 모자랐걸랑~
이젠 썰어주니까 절약도 많이 되고 알뜰하게 다 먹일 수 있어 좋다.
또 거름도 더 푸실해질꺼고~ 제발 덕분에~

이노무 달구들이 두마리가 말을 일궈~
어케 그 높은 울타리를 날아올라 탈출했는지 모르나~
어느 구석탱이로 겨나왔는지 모르나~
하여간에 두 마리가 매일 외출을 한다.
그리고 다시 겨들어가질 몬해~
갸들이 외출끝나 돌아올 무렵 지켜섰다가 들여보내줘야한다.
달구들 머리가 늘 이렇다.

병아리들 몰고댕기는 엄마닭이 이제 여러 마리가 되었다.
큰닭들 틈에서 못 견뎌 집마당으로 피신시켰는데
이눔들이 온 마당을 헤집고 돌아댕겨 말을 또 일군다.

이제 이런저런 모종들 심을 철인데...
땅콩도 심어야하고
오이도 심어야하고
토마토도 심어야하고
호박도 마저 심어야하고~
등등~~ 기타등등~~

영양 금마래님네 집에서 가져온 매디호박씨~
오데갔는지 못 찾는다.
가져오긴 가져왔는지 원... 그것조차 기억도 안 난다.
짐가방을 뒤집어엎어도 안 나온다...

밭 로타리를 쳐야하는데 비온다음에 치겠다고 미뤄졌다.
낼 비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