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다 괜찮다

산골통신 2026. 6. 13. 12:10

몇달만에 고향집에 돌아온 미숙냥이는 잘 적응했다.
하루이틀 지나니 옛 기억이 나는지 마당으로 나가고 싶어 안달 부르스를 추더라고…

산녀 발 앞에 드러누워 애교까지 부려봤지만 사흘동안은 바깥문을 안 열어줬다.

서운해서 삐진 미숙이…
손주녀석이 두고간 유모차 밑에서 간절 눈빛 시위 중…

그날 해거름에 문을 열어줬지. 이만하면 적응이 되었겠지 싶어서…

신났다!
천방이랑 지축이랑 같이 뛰놀더라!!!

마당을 샅샅이 점검시찰한 후 봉덕이랑도 은근 거리 둬가며 아는 척하고~
옛기억을 되살려 냥이텐트도 들어가 보고 등등…

다음날 아침!
저렇게 문 앞에 대기 중!
예전처럼 밥 달라고 어여 인간 나오라고…

냥이텐트 안에 밥을 주니까 당연하다는듯 들어가 밥 잘 먹네!

엄니집에 밥 먹으러 오는 삼색이랑 치즈냥이들하고도 두루 인사 나누고…
서열을 지켜가며 밥 순서대로 먹고!
어쨌든 바보 미숙냥이는 산골집을 잊어먹지 않았더라는 그런 이야기!

아쉬람터 연못에 부레옥잠과 물배추들을 던져놨다.
비닐하우스에서 자라는대로 갖다 던져둘 예정이다.

저 멀리 가생이에 지난달에 묻어둔 연이 잎 세 개?! 난 걸 확인!
부디 잘 살아남으렴~

비다운 비가 한달 넘게 안 와서 물이 탁하다.
그래도 지하수가 계속 유입이 되니까 수량은 괜찮다.
부레옥잠하고 물배추는 금방 번질거다.
물고기들의 은신처 역할 톡톡히 한다.
겨울엔 다 얼어죽어서 해마다 봄에 넣어줘야 한다.

차이브 씨앗을 거둬들였다.
차이브를 쪽파처럼 잘라먹어도 되지만 꽃이 이뻐서 여기저기 심어둔다.
잔손이 안 가는 참 편한 아이다.

샤스타데이지꽃 씨앗도 대거 거둬들였다.
빈땅 자투리땅에 뿌려두면 야생화들판이 되어 볼만하더라.

보리수열매를 마저 땄다.
오며가며 따먹었는데 그만 물려서 그만 먹고
나머지 모조리 따서 경로당 할매들한테 갖다 드렸다. 참 잘 드시더라!

마당 두 그루 자귀나무꽃이 피기 시작했다.
작은아이 딸래미가 참 좋아하는 꽃인데 올해는 시험에 공부에 바빠 보러 오질 못하네…

오늘 식전엔 여기저기 늘 하던대로 물을 주고
구석구석 자주 손 안 가는 곳들 풀 뽑아주고
양손가위를 잘 갈아서 갖고댕기면서 풀을 잘라냈다.
나무꾼이 바빠 못 오니 예초기로 풀 칠 새가 없어 곳곳이 정글이 되어간다.
천상 산녀가 양손가위라도 들고 되는대로 풀을 베어내야 한다.
비닐하우스 둘레 치고
닭집 올라가는 비탈길 양쪽 샤스타데이지들 쳐내야 하고
이제 꽃 다 보고 씨 다 받았으니 쳐내야지.
그리고 집 주변 돌아가며 쳐내고
고추밭 둘레도 빙 돌아가며 양손가위를 휘둘러댔다.

호미질이나 낫질은 쭈그려앉아서 앉은걸음으로 해야하니 허리며 다리며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는데
양손가위는 커서 양손으로 쥐고 선 채로 착착 싹둑싹둑 베어나가면 되거든!
나뭇가지도 자잘한 건 다 잘라진다.
매일 아침 식전에 샘가에 앉아 낫이랑 양손가위를 숫돌에 쓱쓱 갈아놓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되는대로 해야지 별 수 있냐고~

우리집에 다녀간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나무꾼은 천상 선비라고…
그 소리를 듣다가 그럼 산녀는 무수리인가…
싶더라고 ㅎㅎㅎ

그러거나 말거나
일 하는 동안엔 잡념이 없어 좋다!
일 마치고 쉬는 동안엔 션한 맥주 한 캔 들이키면 더없이 좋고
바로 지금처럼…

매일매일 당장 급한 일들을 우선적으로 해치워나간다.
눈에 띄면 그게 오늘 할 일이다.
이제 해가 중천에 올랐으니 집안으로 겨들어가야 한다.
대낮에 들에 나가 일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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