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 전 작은아이네 집으로 살러간 미숙냥이가 집에 돌아왔다.
작은아이가 중요한 시험이 있어서 주구장창 도서관에서 살아야 하니 당분간 못 보살핀다네…
산골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던 아이라 도시 빈집에 하루종일 홀로 냅두긴 미안해서 다시 산골로 휴가 보낸 셈이지. 시험 끝나고 나면 다시 데려갈 모양이다. 도시 집에서 너무 잘 지내서 살이 통통해져 아주 묵직해졌던걸~

처음엔 바뀐 환경에 놀랬는지 눈이 왕방울만해지고
화분 구석에 숨어서 안 나오더라. 왜 안 그러겠노… 당연하지!


하루 지나니까 차츰 순해지더니 오늘 아침엔 산녀하고 눈인사도 꿈벅꿈벅 했다.
지놈도 놀랬지 뭐~ 허구헌날 붙어지내던 아이와 졸지에 떨어져
아무리 지가 태어나 자란 집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옮겨졌으니…
개 같으면 살던 집 냄새를 기억할텐데 고양이는 좀 다른가보더라.

덕분에 봉덕이는 마당에서 지내게 됐다.
봉덕이 전용 출입문을 막아놨다.
봉덕이는 요새 집 안에 안 들어가니까 미숙냥이가 적응할 때까지만 막아둘 예정이다.
차차 자기집을 기억해내고 예전처럼 천방지축 뛰어놀겨…
지체장애 고양이라 자라면서 별일이 다 있었지만 그래도 저리 살아남아준게 참 기특하다.
다른 형제들은 다 어려서 죽고 저놈 하나 죽기 하루 전에 발견되어 병원에 데려가 살렸다.
아마 고양이계에 유전병인듯…
똘망이 자손들에게 다 있지 싶은데 그 증거로 후손 번식이 더는 안되더라.
분명 봄에 새끼를 밴 암컷 고양이들이 두엇 있는걸 확인했고 몸 푼 것도 확인 했는데
아무리 기다리고 찾아도 새끼들을 안 데리고 오더라고… 다시 혼자 댕겨!
그렇다는 건 새끼들이 낳자마자 아니면 젖떼기도 전에 죽었다는 거지…
미숙냥이 다른 형제들이 그러했듯이…
그러고보면 미숙냥이는 우리한테 발견되어 치료받은게 진짜 행운이었던 거구나…
미숙냥이는 지능이 좀 떨어지고 첫 새끼 다섯마리인가? 다 장애로 낳고 사산하고 해서 붙잡아다 중성화 수술을 해줬다.
그 뒤로는 별 탈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다시 만난 미숙냥이하고 잘 친해져봐야하겠는데 이제 하루 지났으니 천천히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