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우리 밭으로 쳐들어온 이웃 대나무 뿌리때문에 올봄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경계에 철벽 담을 쌓았었다.
이웃은 자기네 쪽은 대나무 죽이는 약을 일일이 쳤다했고 우리는 넘어온 뿌리들을 포크레인이 파내어 제거했으니 이제 걱정없다 했었지…
이 봄 이 밭을 한철 휴경하고 8월 중순에 김장 무배추를 심으려고 제초매트를 깔기로 했다.
풀 잡는데는 제초매트가 제일이다.
다른 이웃들은 휴경할 때 제초제를 몇번 치거나 트렉터로 로타리를 몇번 치기도 하는데 우린 그냥 제초매트 덮고 잊어버리기로 했다.


오늘 제초매트를 깔던 중~
뭔가 뾰족뾰족한 싹이 눈에 띄는거라…

얘가 뭐냐?! 호미로 긁어 꺼내보니 아이구야 죽순이네!!! 작은 뿌리 토막이 땅에 묻혀 있다가 싹을 틔운겨~ 세상에나! 이 징하게 무서운 놈 좀 보소!!! 그놈은 가볍게 파내고
다시 한참 제초매트를 깔고 있는데 또 하나 수상한 싹이 보여~ 얘 봐라?!?!



호미로 갈작갈작 해보다가 얼레?! 급기야 삽을 갖고 왔다. 엄청 긴 뿌리가 박혀있네.
거기다 바윗덩이까지 하나 같이 묻혀있어서 삽질하느라 땀 엄청 흘렸다.
겉으로 드러난 대나무 싹이 작다고 무시하면 절대 안된다. 이무리 작아도 그 밑 뿌리는 어마무시하게 큰 놈이라는거…




오늘 뿌리랑 바윗덩이 파느라고 제초매트 까는 일은 하다 말고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삽질만 억수로 했다.
기어이 파내고 털석 주저앉았네!
그때 이웃집에서 인기척이 나길래 눈먼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다. 듣던지 말던지~
이노무 대나무숲을 확~ 불싸질러버릴겨! 확 그냥! 빌어먹을 이 뭔 생고생이여?!
산녀 욕 잘 한다.
오늘은 호박구덩이 다섯개 파고 밭에 제초매트 깔고 뭐 그러면 되는 날이었는데
느닷없이 대나무 뿌리 두 개 파내다가 하루 다 갔다.
내일 마저 해야지.
내일은 어버이날이라고 산골사람들 면내 고깃집에 가서 삼겹살 먹잔다. 꼭 오라고 마을 총무가
문자에 전화에 아주 닥달이다.
출석률이 영 안 좋은 산녀인지라 아주 끌고 가려고 작정했으~
8일에는 뭔 다른 행사가 있다고 하루 당겨 한단다.
차로 태워가고 태워오니 모처럼 목구멍에 기름칠 좀 하고 오지 뭐…
전엔 버스 대절해서 갔는데 이젠 집집마다 차가 있으니 차없는 어르신들 모시고 가면 된단다. 산녀도 갑장총각 차에 낑겨가기로 했다.
마을회관에서 밥해먹으면 되는데 이젠 밥할 사람들이 다 할매가 되어 대접받아야 하는 어버이날까지 밥할 순 없잖여.
그래서 식당가서 먹고 온단다.
이른 아침엔 겨울
해가 올라오면 봄
대낮에는 여름
해가 지면 가을~
하루에 사계절이 다 있다.
식전엔 손발이 시리더라. 중무장하고 나서야 한다.
그러다 허물 벗듯이 하나둘 벗어야 한다.
적응하기가 참 쉽지가 않다.
뭐 하여튼 오늘 대나무 뿌리 파낸 일을 듣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라는 표어가 생각난다고 나무꾼이 그러더라.
망할 대나무~ 내일은 밭을 샅샅이 뒤져봐야지. 또 대나무싹이 돋아나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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