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비가 조용조용~

산골통신 2026. 5. 3. 08:53

차분차분하게 오는듯 마는듯 내린다.
모처럼의 휴식~

비옷이나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어서 챙이 큰 모자를 눌러쓰고 방수되는 막둥이 군대잠바~ 깔깔이?는 아니고 항공잠바같은거~ 를 입고 나섰다.
식전에 이 밭 저 밭으로 싸돌아댕기면서 밤새 안녕하신가 문안인사 여쭙고 고라니께서 고추모종 탐내지 않으셨는지 유심히 살피고~
그동안 심은 모종들 이 비에 잘 살아붙겠다고 힘 받겠다고 마음 놓았다.

보름 전에 밭 갈아 고랑 따놓은 고추골에 드뎌 고추 500포기를 다 심었다. 총 13고랑~ 남은 고랑엔 토란이랑 콩나물콩 심으려고.
일욜에 비가 온다하여 서둘렀지. 심고나서 비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으니까!

나무꾼이 고랑에 구멍 뚫어가며 물 주고나가면 산녀가 구멍마다 고추모종 찔러넣고 다 같이 모종을 심어나갔다.
그리고나서 물을 흠뻑 뿌려주고 북을 주었지.
흙을 북돋아 주는 걸 비를 맞춘 다음에 할까 싶었는데 웬 미친 바람이 불어제껴 비닐이 펄럭거리고 어린 고추모종이 히딱게딱 자빠지네…
그래 안되겠다 싶어 바로 북을 줬다.
하고나서 참 잘했다 싶었네. 바람이 참 어지간했어…

작년에 삽목해둔 삼색버드나무 열댓 그루를 일오재 뒷편 비탈 위에 줄줄이 심었다. 심고나서 잔가지들을 잘라내 정리해주니 이쁘네. 삼색버드나무는 그 새로나는 잎들이 마치 꽃같아 이맘때면 참 멋지다. 해마다 동글동글하게 이발을 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그까이꺼~ 해주지 뭐!
피라칸타 두 그루 공조팝 한 그루  명자나무 한 그루 또 기타등등 꽃들도 내다 심었다.
쟈들도 이 비를 맞으며 살았다 하겠네.
삼잎국화 한 고랑은 다 살아붙었고 곤드레모종 두 고랑 중 한 고랑은 다 말라죽었다. 그간 너무 가물었거든… 초기에 매일 물을 줬으면 됐는데 게을러서 한 번 주고 그 뒤 안 가봤더니만~
이래서 작물은 쥔장 발소리 듣고 자란다는 말이 생겼나벼!!!

근데 고구마순을 5월 중순에나 심으면 되는데 뭔 기억상실로다가 홀라당 까묵고 4월말에 사다가 심었으…
왜 심는 시기를 착각을 했는지 당췌 영문을 모르겠다.
고구마순은 씨앗도 아니고 모종도 아니어서 뒀다 심을 수 있는게 아니걸랑~ 늦어도 이삼일 안에 심어야 하니까 그냥 심었다. 어쩌겠으… 계속 날이 좋기를 바래야지. 고구마는
추위에 약한 얼띠기라 지열이 15도는 되어야 한다네… 2단 3키로 사다 심었는데 총 7고랑이다.

원래는 저 고구마 심는 도구로 그냥 사선으로 푹 찔러 넣어 심으면 되는데 하도 날이 가물어 흙먼지가 풀풀 나니 구멍을 일부러 크게 뚫어 물을 푹 주고 심고 흙을 덮어주었다.
야도 오늘 비를 맞고 기운을 차리길…

나무꾼이 밀린 일을 해주려고 매일 바쁘다.
지난번 철거한 비닐하우스 골조를 그라인더 날을 큰 통으로 사서 계속 갈아가며 잘라내고 있다.
폐철골이라 어데 쓸데도 없고 버릴 수도 없어서 처치곤란인데 산녀가 그거 고추말목 크기로 잘라주면 내 평생 고추말목 걱정은 안 하고 살 수 있다 했더니 이번에 왕창 잘라주고 있다.

엄청 많다. 몇개인고 세다가 치았다.
나무꾼 옆에서 같이 골조 날라다 주고 말목 길이 재서 매직팬으로 표시해주고 등등 자발적인 보조일꾼 노릇 톡톡히 했다.
남은 저 골조도 마저 잘라야 하는데 그라인더가 말썽을 피워서 고쳐갖고 와야 한단다.

시판되는 고추말목은 약해빠졌다. 얼마못가 자라는 고추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기울어지고 뽑아낼때 잘 부러지고 등등…
이제 맘놓고 때려박아 쓸 수 있게됐다. 엄청 많네.
공사하다 남은 모래도 틀밭에 갖다 부어주고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해주고 간다.

그나저나 마당 풀 좀 깎아주면 차암 좋겠는데 그건 쳐다도 안 보네…
꽃 핀 마당 이쁘다고 사진만 열나게 찍어대시고…
오며가며 마당 풀 타령을 하고는 있는데 손주녀석 온다는 소식이라도 있어야 예초기를 드시겠는걸~

마당 한켠에 바닥을 기며 자라는 지피식물을 심었는데 봉덕이가 그 자리가 맘에 드는지 샅샅이 파헤쳐놓고 지 낮잠자리를 만들어놨으…
저 휑하니 빈자리에 가득차 참 이뻤는데  조만치만 남고 모조리 봉덕이 발길에 뽑혀나가…

그래 오늘 더 못봐내서 비도 오겠다 잘되었다 싶어 겨우 살아남은 애들을 줒어다 옮겨 심었다.

지피식물이라 심을 곳이 마땅치 않았는데 에어컨 자리 앞이 눈에 띄더라고.
그 앞에는 뭘 심을 수가 없지. 에어컨 바람이 불어대니까… 그래서 평소엔 화분들이나 갖다놓고 비워뒀는데 여엉 보기 그렇더라구…
이번에 저 지피식물을 심어두면 화분은 못 갖다두겠지만 꽃밭 구실은 하겠더라구.
요 꽃이름이 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난다.
(한참 후에 생각남~ 누운주름꽃)

비오는 날엔 적을 꾸어야 옳다.
미나리가 좋으니 듬뿍 썰어넣고 부쳐묵는다.
밀가루는 다만 거들뿐~ 나물 많이 먹기엔 딱이다.

며칠전 나무꾼이 제비집 지으라고 만들어준 곳에 제비 한 마리 등장!!!
이놈이 옆집 애인지 새로 온 애인지 그건 모름… 자꾸 오락가락하다보면 집을 짓겠지!

비 오기 전에 찍은 모란~

화중지왕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비록 이번 비에 쭈구리가 되어가지만…
총 11송이 피었다!
첫해 한 송이~ 작년에 세 송이~ 올해 대박!

조용조용 내리는 비라도 일하기는 마땅찮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지!
이따 비 그치걸랑 이런저런 삽목이나 더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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