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봉덕이의 식량창고..

산골통신 2026. 3. 21. 08:29

봉덕이의 식량창고는 울집 마당 구석구석이다.
봄… 마당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검부지기 걷어내고 빈 자리에 꽃나무며 이런저런 모종들을 갖다 심고 있노라면
호밋발에 삽질에 여기저기서 어김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뼈다귀~
이젠 뭐 그렇구나 하면서 파내지 않고 에지간하면 내버려둔다. 언젠가는 갖다 먹겠지 ㅎㅎ

몇년 전에는 고구마 열개를 싹을 내볼까 하고 마당에 내놨다가 담날 싹 사라진 일이 있었다.
산녀의 건망증인가 아니면 조기치매인가 심각하게 고민해보았지만 결론은 안 나고…
후일 마당 곳곳에서 돋아난 고구마 덤불을 보고서야 아이구 이놈~ 봉덕이 소행이었구나!!!
너 고구마 농사도 짓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도 읊는다더니 농사꾼집에서 사니 너도 농사 지어보려고?!
한바탕 웃었던 적이 있었지.

그 뒤 사골 고아먹고 뼈다귀를 마당 주목나무 아래 부어두는데 야곰야곰 사라지는거라…
그래서 봉덕이가 갖다 먹는구나 하고 여상하게 보아넘겼는데…
마당에 풀을 뽑거나 삽질 할 일이 있으면 이노무 사골뼈가 막 나오는기라~
너 안 먹고 다 저장해둔겨?!
우리가 너 굶기냐?!

더 웃기는 건 호미로 파다보면 달걀도 나오고 급기야 개전용 캔도 나오는거라~ 세상에나…
나무꾼이 주말마다 오면 봉덕이 간식을 몇개 사오는데 그걸 마당 평상에 두고 하나씩 까주거던…
그게 지껀줄 어케 알고 갖다 묻어뒀을까?!

어제 나무꾼이 장에 갔다오면서 봉덕이 준다고 제법 큰 깡통을 사갖고 왔대.
산녀는 몰랐는데 들어오면서 평상 위에 두고 들어왔대.
저녁 식사 후 마당 산책하려고 나가보니 없더라는겨~ 산녀보고 묻네?! 난 모르지. 본적도 그 뒤로 나간 적이 없는데…
순간 봉덕이가 의심되었으나 어둡고 밤이고 하니 담날 아침에 봅세 했지.

오늘 아침 찾아냄! 요놈 딱 걸렸어!!!

묻은 흔적을 찾아 다니다 발견~
근처 나뭇가지로 긁적여보니 노란 깡통이 보이네.

이야~ 이걸 물고 갔어?! 입도 크다!

평소 사오던 캔보다 훨씬 크네.
이 캔이 지 먹을거라는 걸 어예 알지?!
저 줄거라는 것도 알텐데 왜 갖다 묻지?!

산녀가 오늘 아침 파내는 걸 보고도 멀뚱히 보고 섰다.
작년엔 화분 모종 하나를 갖다 묻어서 죽여놓더니만~
이젠 뭐 없어지면 이놈 소행이여!!!
전적이 화려해!!!

아직 이른 새벽으로 하얀 서리가 내린다.
살얼음도 끼고…
겨울옷으로 중무장하고 뜰방에 나서야 한다.

오늘은 오이덩굴 올릴 터널지지대를 마저 완성해야한다.
산녀가 혼자 얼기설기 대충대강 박고 조립해놨는데 나무꾼이 보고는 기맥혀 하더라…
항시 일은 산녀가 저지르고 수습은 나무꾼이 해준다.
왜 일을 저지르냐고?! 안 저지르면 영영 안해주걸랑…
아쉬운 놈이 샘 파야 하는겨!!!

나무꾼은 어제 하루죙일 상당에서 무너진 축대 보수하느라 돌덩이하고 씨름했다.
수년 전 돌탑 다섯개를 쌓은 뒤로 돌만 보면 탐을 낸다.
지난번 막둥이가 날라다 실어둔 돌 한 차를 가지고 올라가서 다 쳐박고 온 모양…

아침 햇살이 마당에 들어온다.
슬슬 움직여봐야지.
봉덕이는 햇살따라 다니며 낮잠을 즐긴다.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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