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체국 제일 큰 택배박스 5호 두 개를 나란히 놓고 주섬주섬 채워넣고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보내는데 이번엔 좀 늦었네…
날콩가루 콩나물콩 도토리가루 검정콩 쥐눈이콩 황태포 미역 김 다시마 김부각 잔멸치 다시멸치 고구마줄기 토란대 무시래기 고춧가루
들깨씨앗 등등
뭐 이것저것 눈에 띄는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집어넣고 있다.
이번엔 무게 신경 안 쓰고 보내려고 작정했거든.. 운송비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보내~

무게는 별로 안 나가는데 부피가 어마무시해서 마침 비오는 날 눅눅해져있길래 그대로 둘둘 말아넣어서 무거운 통으로 눌러놨다.
시래기는 비오는 날 습한날 만져야 안 부스러진다.
미역하고 다시마도 부피가 장난 아니라 마구 쪼개고 부숴서 넣었다.
김은 뭐 거시기 어쩔 수 없공…
공기빼는 기계로 싹 압축하면 무게와 부피는 확 줄어들겠다마는…

꾸역꾸역 넣는데 벌써 한 박스 다 차고 두번째 박스도 다 차고…
아이고 아직 고춧가루 열근 안 넣었는데에에에~

작은 박스 하나 더 꺼내서 고춧가루 넣는 김에 뭐 더 찾아넣어야겠다.
해마다 이렇게 보내는 게 산녀에겐 휠링이다.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게 더 좋구만…
우체국에 갖다 부치는 건 딸아이가 해주기로 했다.
배편으로 부치면 하세월이라 뱅기 태워보낸다.
만리타국에서 그나라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아 한식만 먹는지라 이런 식재료들이 무쟈게 아쉬울거다. 물론 한인마트에 가면 되겠지만 거리도 있고 비싸서 쉽게 사질 못한다.
뭐가 더 필요한지 말을 해주면 더 보내겠는데 도통 말을 안 한다.
그저 이렇게 보내주는 걸로도 차고 넘친다는 말 뿐…
청국장이랑 메주도 전엔 보냈었는데 이번엔 메주를 쑤지 않았고 또 청국장도 안 띄웠으니 보낼게 없다…
이래서 게글뱅이는 안된다카이…
먹거리가 흔한 산골에서야 귀한거 모르고 살지만 외국에서는 모든게 귀하고 없단다.
이렇게라도 보낼 수 있음에 무한 감사를 한다.
봄비같은 비가 밤새 내렸다. 날 개이는 걸 봐서는 오늘밤 대보름달을 볼 수는 있을듯…
면에서 달집태우기와 불꽃놀이를 한다는데 구경이나 가볼까… 작년엔 딸아이와 봉덕이랑 갔었는데 올해는 같이 갈 사람이 없다.
산골사람들 가는 편에 끼어서 가면 되련마는 그런 사교성은 또 없고…
산골사람들이 자꾸 줄어드니 몇 안 남은 어르신들이 산녀보고 자꾸 노인정에 나오라고 성화를 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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