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내내 비가 추적거렸다.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닌~ 우산없어도 될 그런 정도로 계속 왔다.
이게 눈이었으면 좀 쌓였겠다.

어제그제 드뎌 햇 나락이 들어왔다. 올해도 식량으로 톤백으로 두개만 들이고 나머지는 싹 팔아치웠다. 큰 방앗간으로 바로 실어갔다. 그게 속 편하다. 후일 나락값이 더 오르면 팔아도 된다고 하지만 그게 그거여~ 우린 때맞춰 일손이 없으니 추수하고 바로 일손 여유 있을때 해치우는게 제일 상수여!
이것도 가져다 줄 일손 구하기 힘들어 이제사 들어온걸 뭐~ 이제 겨우 햅쌀밥 해먹을 수 있겠구만!!!
논농사는 장정일손과 농기계 없이는 절대 안된다. 옛날같이 40키로 푸대에 담아 나르는 것은 없어졌다. 논에서 벼수확하면서 바로 저런 톤백으로 담아나른다. 그러니 트렉터나 지게차가 없으면 꼼짝달싹 못하는 거여!!!
그래서 산녀네도 열한마지기 있는 논을 농기계를 다 갖춘 이웃과 협력해서 농사짓고 있다.
그러니 그 집 일손 상황에 모두 맞춰야 한다. 뭐 불만은 없다. 해주는게 어디여!!! 못해준다 하면 우린 논농사 접어야 혀!!! 감사한 일이지~
농기계와 일손 빌려 쓴 값은 마지기당으로 계산한다.
이따 방아 찧어야겠당~ 햅쌀밥 좀 해먹어봅세!
그리고 며느리가 햅쌀로 뽑은 가래떡을 참 좋아하니 넉넉히 찧어서 떡방앗간도 가야겠구낭!
가정용 정미기가 있으니 일년내내 바로바로 방아 찧어서 해먹을 수 있어 참 좋다.
이 나락을 몇 집이 나눠먹는다. 도시장정들도 식량으로 수시로 찧어가고 나무꾼 일터에도 많이 간다. 그리고 남으면 어디 나눠줄 곳 찾아서 나누기도 한다.
도시장정들에게 사발통문 돌려야겠다. 언제 햇나락 들어오느냐고 학수고대했는데…
요새 날이 좋으면 마을밖으로 산책을 길게 나간다.
저 아래 냇가 둑까지 내려가서 둑길로 냇가따라 하류로 한참 걷다가 다시 올라와 산길로 해서 마을로 들어온다.
봉덕이는 이제 길을 다 알아서 열심히 영역표시를 하고 다닌다.
오가다보면 이웃들을 간간이 만나는데 다들 전에 안 하던 산책을 하러 나온다.
집안에 들앉아있으면 천불이 나서 밖으로 나와 쏘댕기다 들어간단다.
마을에 빈 집이 몇 생겼다.
어느 누가 그 빈 집 중 하나를 빌려 살고 싶다고 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단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왜 어차피 다 허물어질 빈 집인데 안 빌려줄까나 싶었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못 빌려주겠더라…
도시 사람들은 빈집이니 누가 들어와 살면 관리도 되고 좋지 않나 하지만… 그게 참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구…
일단 들어오면 안 나간다! 그리고 집도 엉망으로 쓴다.
후일 집주인이 비워달라고 할 수가 없다. 계약서는 소용없다.
이웃 하나는 재판까지 걸어서 욕 먹어가면서 세입자를 내보냈고 어느 이웃은 집달리를 불러도 못 내보내서 몇년을 속을 썩였다 한다. 그동안 집꼬라지는 폐가 수준이 되었다더라…
물론 좋은 세입자도 좋은 주인도 있지만 어째 현실적으로 보고 들리는 사연은 다 기맥히더라.
그러니 아무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단다.
빈 집이 허물어지고 못 쓰게 되는 한이 있어도 방치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더라는…
해서 며칠전 이웃 하나가 농막을 하나 지어서 이사나간다 하네. 아무도 빈 집을 안 내줘서 할 수 없이…
그 이웃 사정도 딱하지만 집주인 사정도 만만치 않더라.
세입자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고
집주인도 마찬가지!!!
재판비용 이사비용까지 들여서 내보냈다는~
그러니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일꺼나~
산녀 보기엔 상황상 그 세입자가 가해자인데 정작 마을에서 욕을 먹기는 집주인이더라는…
이건 인심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잘해주면 고맙게 여겨야 하는데 호구로 알더라…
호의가 지속되면 호구로 알고 되려 권리 주장을 한다는 요새 말이 딱 맞다.
그 세입자는 그 집과 땅에 대한 권리가 하나도 없다. 그동안 아무말없이 살게해준 집주인의 호의에 감사해야 하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빈 집을 빌려주려는 사람들이 더 없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