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사흘째 사골 끓이기~

산골통신 2025. 11. 17. 09:19

사흘째 계속 되고 있다.
고으면 고을 수록 맛이 고소해지는 바람에 나무꾼이 더 더 더를 외치고 있어서…

이틀간 고은 사골국물은 이따만한 김치통 두 개에 담겨 나무꾼 일터로 갔다.
기름을 덜 걷어내서 마음이 좀 그렇긴 한데 산녀 상황상 이정도가 최선이다.

오늘 아침도 아궁이 불 앞에 앉아 장작을 들이밀어놓고 불멍하고 있다.
어제 밤늦게까지 불을 보다가 들이밀어놓고 밤새 잔불로 고아지게 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반으로 줄어있더라.
그걸 이어 고고 있다.

첫번째는 약간 고기국물맛~
두번째는 진한 국물맛~
세번째는 걸쭉한 국물맛~
네번째는 고소한 국물맛~
나무꾼이 네번째에 엄지 척!!!
해서 다섯번째 고고 있는 중이다.
워낙 사골양이 많아서 고아도 고아도 뽀얀 국물이 우러나온다.

봉덕이가 냄새를 맡고 산녀만 졸졸 따라댕기길래 살점 좀 붙은 뼈다구 하나 줬더니 어덴가 갖다 파묻어둔 모냥이다.
온집안에 사골 고는 냄새다…

산골 이웃 하나는 자기네는 최소 10번은 우려먹는다고…
아이구~ 그건 아니지…
다섯번까지만 하고 네번째 국을 섞어 같이 고아내고 말련다.
나무꾼은 국물 없이는 밥을 못 먹는다.
하지만 집떠나 일터에서 해먹는 밥에 매번 국이 있을 수는 없는 일… 해서 물 한 잔 곁들여 먹는 모양인데…
이번 사골국이 가면 한동안 행복하겠군~
일터 식구들도 오늘부터 사골국 잔치를 하겠네.
워낙 많으니 두루 나눠가져가도 좋겠고…
세번째까지 나온 진국을 담아줬다.
우리는 작은 김치통 두 개만 남기고~ 또 네번째 다섯번째가 나오니 감당 못하거등…

막둥이가 유럽일주를 마치고 돌아오면 원없이 먹게 해줘야지…
사람인생 참 모르는게 막둥이가 그 좋은 회사 집어치고 모은 돈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할때 그래 진작 갔어야지 어여 갔다온나! 했다.
어학연수 후 워킹홀리데이를 가려하다가 애매하게 남은 일정에 유럽을 한바퀴 돌고 온단다.
그것도 좋지~
비수기인지라 그리 큰 돈도 안 들어서 가성비가 좋다네~
지금 여러나라를 거쳐 스위스에 있다. 나중 가족여행 같이 오자고…
에구~ 니 결혼해서 새 가족이 생기면 그 가족하고 가라하고 웃으며 말했지.
어학연수 딱 한 나라만 댕겨온다고 간 녀석이 지금 몇 나라를 떠돌고 있는겨?!
내 그럴 줄 알았지 ㅎㅎ 사람 인생 모르는거다.
학교다닐때 그리 가고자 했는데 못 간 어학연수와 여행을 지금 이리 갈 줄 뉘 알았나~
니 형은 육아지옥에 빠져 가고싶어도 못 간다!
하루죙일 아기상어 노래를 들어야 한단다…

이십여 년 전 아이둘 데리고 무턱대고 저질러 간 유럽9개국 여행… 거의 걸어다니는 빨래와 빈털털이가 되어서 귀국한 그런 배낭여행이었지…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이 막둥이가 홀로 여행을 하고 있을 줄이야 어느 누가 짐작이나 했나…
자기 혼자만 없는 그 옛 여행사진들을 보면서 막둥이는 뭔 생각을 했을꼬 ㅎㅎ

우리의 여행이야기를 들은 어느 블로거가 글로 흉을 봤지…
아이들은 너무 어려서 정작 기억도 못하는 유럽여행을 하고 온 어느 여자가 있더라…

하지만 남는 건 사진!!!
그 사진들을 보고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그들 스스로 여행을 떠나고 사진에 남은 그 장소에 가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 날리고~
또 그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셋째 막둥이가 왜 자신만 없냐며 훌쩍 떠나 휘휘 돌아댕기고 있으니…
세상일 참 모르는겨!!! ㅎㅎ

사골 이야기를 하다 여기까지 주절주절 떠들었네.
막둥이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밥을 해먹다가 사골국을 끓이기 시작했다나… 그걸로 밥말아먹는게 가장 수월했다고… 하지만 엄마표 사골국물맛이 안 난다고…
이제 돌아오면 가마솥에 사흘 고은 사골곰국 맛을 뵈줘야지.
애벌김장한 갖은 김치 다 있고 햅쌀 곧 나올거고
마당에 그놈이 소원한 항아리삼겹살구이를 할 수 있는 밑빠진 항아리도 장만해뒀다!

이번 주말에 나무꾼은 일만 하다갔다.
산녀가 아궁이 앞을 못 떠나고 있는지라…
땔나무 몇 구루마 해다 날라주고 딸아이와 함께 화분들 모조리 비닐하우스 안으로 옮겨 정리해주고
헛간 땔나뭇단 다 치우고 드러난 도랑 청소도 말끔히 해주고~
뒤안 밑둥이 썩어 넘어진 꽃사과나무 전기톱으로 썰어치우고 뒷문을 새로 고쳐 해달았고
이웃집에서 대봉시 한 박스랑 감홍 사과 한 박스도 얻어다 주고 갔다.

산골 이웃들 슬슬 배추를 뽑기 시작하더라.
영하로 떨어지니 서두는가 본데 배추는 얼면 안되는 무우하고 달리 녹으면 괜찮다.
이달말에 김장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도시장정들은 이번주말에 와서 김장을 할거고 우리는 다음주 나무꾼 일터 김장날하고 맞추기로 했다.

온마당에 낙엽이 굴러댕긴다…
겨울이 성큼성큼 들이닥치고 있다.
아직 월동채비를 다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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