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마당돌기

산골통신 2025. 1. 4. 16:47

추운 겨울에 산책은 쪼까 힘들다.
특히 이 산골에선 산길을 가자면 조선낫을 들고 덤불을 헤치며 걸어야 하는데 왜냐하면 옛 지겟길은 스러진지 오래인지라 그냥은 갈 엄두를 못 낸다.
아이들 어렸을 적만 해도 갈만 했는데 이젠 안된다.
임도로 가면 되는데 그런 길도 사람 인적 끊어진지 오래라 잡목과 덤불로 다 막혀있다.
해서 주로 농로로 걸어다니고 냇가 둑길로 줄창 걸어댕기는데…
아우~ 바람이 세서 제대로 걷기가 힘들고 시선이 흩어져서 걷는데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산길이 아쉽고 아쉽다.

해서 아쉬운대로 마당돌기를 시작했다.
마당을 하염없이 돌고 또 돈다.
마당가를 개나리와 황매화로 울타리를 치고 그 앞마당에 모과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어서 그 사이로 오솔길이 생겼다.  작지만 큰 산길이다.
오늘도 하염없이 돌았다.
봉덕이는 산녀가 그리 뱅뱅 돌고 있으면 어데서 뼈다귀 하나를 물고와서 앉아 달각달각 갉아먹는다. 꼭 도는 길목을 차지하고 앉아 버틴다. 돌아서 피해가야지 별 수 있나…
이게 우리 둘이 겨울 하루 보내는 한 조각이다.

공중파 방송을 안 본지 오래됐다.
그리고 뉴스도 신문도 안 듣고 안 본다. 그래도 어느 틈새로든 좋든 싫든 새 소식들은 알게 되니 굳이 찾아서까지 볼 필요도 이유도 없다.

다만 최근에 유튜브를 티비에 연결해서 보게 되었다.
연유인즉슨~
산녀를 꽃집아지매라 이름지은 동네 아재가 산녀에게 뭐든 주기를 소원하야…
급기야 티비까지 던져주고 갔으요…
있는 티비도 안 보는 판에 우격다짐으로 아랫채에 던져주고 간 티비를 어찌할까 궁리하다가 새로 설치 연결해주러 온 티비 기사분이 유튜브를 연결시켜주시고 가셨네!!!
그때부터 신세계가 열린거지 뭐…
골라보고 다시 보고 뒀다보고 조용히 보고 번역해서 보고 등등…
아는만치 보이고 보이는만치 안다고~
그야말로 땡기는대로…

이젠 언어의 장벽조차 없다!
자막은 당근이고 요샌 더빙까지 해주더라~
전세계의 유튜버들이 올리는 모든 것들을 다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알아야 하고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검색도 능력이라는 뜻이다!
이러니 티비는 안그래도 재미가 없는데 더 찾지 않게 되었다는…
찾다가 보물같은 내용을 만나면 하루가 신난다!
광고 잠깐 보는거 전혀 짜증나지 않는다. 이정도 품질의 내용을 공짜로 보게 해주는데 까이꺼 광고 얼마든지 봐줄 수 있다.
서로 윈윈이다.

신문물 만세다!
하여 이 산골짝에 들앉아서도 심심치 않고 외롭지 않고 고립되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
아 물론 가끔 롤러코스터 타듯 외로움 심심함 적막감 뭐 그런게 찾아오긴 하지…
뭐 그건 어디나 마찬가지여…
유튜브가 만능은 아니잖여. 뭐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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