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영상만 되어도~

산골통신 2024. 12. 19. 16:02

영상 1도만 되어도~
아니 영하라 해도 바람만 안 불고 햇살만 있어도 날이 참 따시다.
이 겨울 낮 빼고는 영하 날씨라 해지면 무조건 방콕이다. 아침에도 햇살이 마당까지 비춰 들어와야만 꼼지락거린다.

이 마을은 완전 서향으로 들앉은 곳이라 아침 햇살이 마당까지 들어오려면 한참 걸린다. 대신 해질 무렵이 되면 아주아주 끝까지 햇살이 비추고 서산으로 스러진다.

저기저기 쩌아래 물건너 동향 마을에는 아침 나절되면 햇살이 따스하게 비춰들어 안온하게 보인다. 이 추운 겨울 아침마다 건너다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아침엔 아침햇살 가득한 물건너 마을이 부럽고… 겨울저녁엔 늦게까지 햇살이 머무르는 우리 마을이 좋고
여름저녁엔 일찌감치 그늘이 진 물건너 마을이 무쟈게 부럽고…여름아침엔 그나마 늦게 올라오는 햇살이 덜 무섭더라.
옛날 냇가를 두고 마주보고 선 두 마을이 서로 자기네 마을이 살기 더 좋다고 입씨름할 때 나온 말이라더라~
그러면 산녀 왈~
그러거나 말거나 마을 지형이 서향으로 생겼던 말던 집은 남향으로 지었으면 좋았잖여~
다 좋은데 여름에 서향집은 주금이여!!!
이 마을에 남향집은 두어집 뿐이다. 그것도 최근에 그리 지었지 옛날엔 전부 서향으로 지었더랬다. 어쩔 수 없이 남향으로 지어야만 했던 집들은 지금 모두 터만 남아있다. 참 희한하지…

요즘 산녀가 주로 거처하는 곳은 남으로 난 큰 유리창이 있어 햇볕으로 선텐을 할 수 있는 온실방이다. 뜨끈뜨끈 아주 햇살찜질방이다.
노골노골 지지면서 누워있거나 앉아있노라면 세상 좋더라~

자잘한 애기 무들을 어따 쓸데가 마땅찮아 죄모아다가 소금에 버무려두었더랬다.
거기다 양파 마늘 대파 생강 고추 등등을 되는대로 집어넣고 물 낫게 넣었지. 그러곤 잊어버렸다.
며칠전 지나가다 열어보고 맛이나 볼까~
한대접 떠와서 밥상에 내놨더니 나무꾼과 아이가 홀짝 다 마셔버렸네!
속이 쑤욱 내려가는 맛이라나…
오늘도 한대접 꺼내와 무를 썰어담아냈더니 달랑 무만 남고 동치미국물은 싹 사라졌네~
대접채 드링킹!
다행이네~ 그리 좋나!!!

요며칠 사골 끓이느라 분주했다.
막둥이가 축구하다 손목을 다쳤단다. 그걸본 나무꾼이 냉큼 한우사골뼈를 두 보따리나 사갖고 왔다.
뼈회복에 도움이 되는지 마는지 그건 모르겠으나 하여튼 다들 사골국물은 좋아라하니 닷새째 푹푹 곰솥에 고고 있다.
지금 일곱번째 고는 중인데 그래도 뽀얀 국물이 나온다. 이번을 끝으로 죄 모아다가 섞어서 팩에 넣어 소분해서 다섯팩은 막둥이차에 실어주고 모두 냉동고에 넣어뒀다.
겨우내내 먹을 국거리 걱정 덜었다.
시중 가게에서 사먹는 건 이런 맛이 안 난단다.
며칠 머무른 막둥이 덕분에 먹을것들이 넘쳐난다. 뭐든 손이 커서 작게는 안하는지라 더욱더 그리되었다.
해서 끼니때마다 뭐 먹을까 걱정은 덜 했다나…

손주 백일이 지났다. 벌써?!
나무꾼의 손주사랑이 진작 하늘을 넘어 우주최강이다.
하루죙일 손주사진만 들여다보고 있지싶다.
그런 감성이 있었던 사람이었던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요 쪼맨한 아이가 엄숙근엄진지하다.
하루종일 안고 있으라해도 나무꾼은 그럴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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